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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8일, 휴전선 너머 개성공단에서는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2004년 11월초 개성공단 응급의료시설 지정 후 2개월 남짓 만에 이뤄진 일이다. 바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이 진료를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83㎡(25평) 규모 응급진료실에서 시작해 그린닥터스 협력병원(2006년 12월 1일)으로, 다시 개성종합병원으로 발돋움하는 그 드라마틱한 과정이 <부산발 개성행 통일 앰뷸런스-그린닥터스 개성병원 1000일 보고서>라는 자료집으로 엮였다고 그린닥터스가 6일 밝혔다.

 

이윤구 그린닥터스 개성협력병원장은 축사에서 "국제적 의료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가 개성에 병원을 설립한 것은 세계 각국에서 펼쳐온 인도적 의료봉사의 혜택을 낙후된 의료체계로 질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까지 확대하자는 숭고한 뜻 때문이었다"며 "나아가 남북 공동진료 시대의 개막을 통해 남북한 7000만 동포를 하나로 묶는 화합의 길을 열고자 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개성병원 설립과 운영, 진료활동에 참가한 모든 이들과 함께 개성병원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탠 많은 후원자들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 그만큼 이 자료집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자료적인 가치이다.

 

개성병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통일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그린닥터스 회원들의 열의와 사명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근 그린닥터스 상임공동대표는 2004년 평안북도 신의주 용천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개성병원이 탄생했는지를 이 자료집에 소상하게 기록했다.

 

또 분단 이후 북한에 세워진 첫 남한이 공식병원인 1단계 개성공단 응급진료소에서 분단 이후 남북 의사들이 한자리에서 공동으로 진료하는 2단계 개성공단 남북협력병원, 그리고 내년에 가동 될 3단계 개성공단 종합병원까지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의 발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참가한 의료진과 후원자들의 면면도 빠뜨리지 않았다. 특히 2004년 개성공단 답사 이후 최근까지 개성병원과 관련한 많은 사진들은 이들의 활동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둘째, 땀의 기록이다.

 

개성병원 파견 의료진 및 봉사자 체험 수기와 개성병원 후원자들, 그리고 개성병원 산파역을 맡은 사람들의 육필 기록은 이들이 어떤 각오와 다짐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봉사를 통해 어떻게 스스로가 변했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 가운데는 "난 이번에 개성병원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은 북한 사람들이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뿐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통일이 불가능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개성에 가기 전에는 통일이라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는 밖으로나 안으로나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개성에 갔다 오니 우린 너무 가깝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토로한 고교생의 글도 있다.(149쪽 지금도 믿을 수 없는 개성병원-정윤 미국 뉴욕 엠마월라드고교 12년)

 

셋째, 남북 관계와 봉사에 대한 메시지다.

 

금강산 여성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최근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그린닥터스 개성병원도 북핵 문제라는 큰 어려움 속에서 성장했다. 오히려 그린닥터스는 남북 관계가 어려울수록 개성병원은 더욱 굳건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봉사에 매진했다.

 

이 과정이 남북의 이해가 싹트고 통일의 작은 초석이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그야말로 회원들의 힘으로 운영됐다. 지난 2005년 1월 이후 2007년 12월 말 현재 총 23억 1300만원이 병원 운영비로 투입됐다. 그린닥터스는 모든 비용을 자체 회비 또는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이렇게 모인 힘으로 7만 명을 넘는 남북 근로자들을 진료한 것이다.

 

168쪽인 이 보고서는 1.개성병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2.개성병원 개요 3.개성병원 사람들 4.개성병원 파견 의료진 및 봉사자 체험 수기 5.개성병원이 남북관계에 끼친 긍정적 영향 6.개성병원에서 들여오는 희망의 메시지 등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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