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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2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원 이사장은 '교통업계의 이명박맨'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 12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원 이사장은 '교통업계의 이명박맨'으로 알려져 있다. ⓒ 시사프리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첫번째 친인척비리로 기록될 '언니게이트'의 핵심인물은 현재까지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와 '교통업계 이명박맨'인 김종원 서울시버스운동사업조합 이사장, 인테리어 업자인 김태환씨 등 3명이다.

 

현재 검찰은 김옥희씨와 김태환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공천로비사건 정황이 속속 들어나고 있는데도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종원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아 '청와대 눈치보기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도 "사기 사건이 아니라 공천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김종원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김옥희사건', 사기사건인가 공천로비사건인가?

 

사건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성격이 검찰의 주장과 달리 '단순 사기'가 아닌 '공천로비'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을 종합해보자.

 

지난 1월께 모처에서 김종원 이사장과 김옥희씨, 김태환씨가 만났다. 이 아무개 서울시의원이 김 이사장을 김옥희씨와 김태환씨에게 소개해주는 자리였다. 이 의원과 김태환씨는 용인대 동문이고, 김 이사장과는 '형님·동생 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에게 비례대표 공천 욕심이 있음을 확인한 김옥희씨는 안필준 대한노인회 회장을 찾아가 "김종원이가 이명박 대통령과 친구 사이"라며 "이 대통령이 직접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고 요구했다.

 

이 때가 2월 초께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접수 기간(3월 10일∼12일) 한달여 전이다. 특히 김옥희씨는 안 회장에게 "김종원씨만 단독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안 회장은 "단독추천은 안 된다"고 김씨의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공천을 받아내기 위한 김옥희씨의 공천로비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안필준 회장은 "단독추천은 안 된다고 하니까 10차례 이상 찾아와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안 회장은 김 이사장과 김아무개 대구시 연합회장, 백아무개 전 중앙회 회장, 이아무개 한나라당 서울시 중앙위원 등 4명을 대한노인회 몫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김 이사장이 당선권인 비례대표 14번이나 15번을 받을 거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옥희씨의 공천로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비례대표 공천에서 최종 탈락했다. 그는 이후 김옥희씨와 김태환씨에게 공천헌금 반환을 요구했고, 공천이 발표된 지 10여일이 지나 애초 건넨 30억원 중 25억원이 김 이사장에게 돌아왔다. 

 

청와대·한나라당도 로비 대상?... 검찰 일각 "수사의 정도를 벗어났다"

 

김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의 거액을 받은 김옥희씨가 대한노인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공천로비를 펼친 것이다. 브로커가 낀 사기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김옥희씨의 로비대상이 한나라당과 청와대까지 확대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옥희 공천비리사건과 관련 가장 먼저 구속됐던 김태환씨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김옥희씨가 공천 명목으로 받은 30억원의 용도에 대해 청와대·한나라당·노인회에 각각 10억씩 들어간다'고 말했다"고 전한 것이다.

 

김태환씨는 "김옥희씨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한나라당 최고위 인사의 이름을 언급하며 다녔다"며 "특히 오늘은 '누구를 만났다' '누구에게 돈이 들어갔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도 했다.

 

이러한 증언은 김옥희씨가 대한노인회 추천에만 머물지 않고 한나라당과 청와대까지 공천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옥희씨와 김종원 이사장, 김태환씨 등 지난달 3명이 모여 이번 사건을 '김태환씨가 김옥희씨를 이용한 사기사건'으로 축소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종원 이사장의 신병을 신속하게 확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이 '교통업계의 이명박맨'이라는 점 때문에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이사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운동사업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2003년 내내 이명박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깊어져 동지애로 발전했다"고 얘기할 정도로 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 "이명박 대통령 수시로 독대... 동지애로 발전"

 

검찰은 "김옥희씨가 공천에 관여할 의사와 능력이 없고, 그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김옥희씨 등에게 사기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안필준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 시의원, 김태환씨 등 핵심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공천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 사건에 공직선거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리사건 수사에 정통한 한 검사는 "현재 김옥희 사건 수사는 정도를 벗어났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사기혐의가 아니라 공직선거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공천헌금으로 규정하고 공여자(김종원 이사장)와 수수자(김옥희) 모두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해야 실체를 밝힐 수 있다"며 "사기죄를 적용하는 것은 '덮는 수사'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기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김옥희씨가) 공천로비를 할 능력이 없어야 한다"며 "하지만 (김옥희씨는 대한노인회에) 김 이사장의 추천서를 부탁하는 등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검사는 "금융조세조사 2부는 조세·고발 사건을 주로 맡는다"며 "권력형 비리나 이번 사건처럼 공천비리사건은 특수부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버스운송조합 "거처도 모르고 연락도 없다"

 

한편 김옥희씨에게 30억원이라는 거액을 건넨 김종원 이사장은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김 이사장이 근무하고 있는 D교통(서울 성북구 공릉동),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전국버스운동사업조합(서울 서초구 방배동) 등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실의 한 관계자는 "원래 비상근이라 출근날이 정해져 있지 않는데 보통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나오는데 최근 안 나오고 있다"며 "(김옥희 사건이 터진 이후) 현재 거처도 모르고 연락도 없다"고 말했다.

 

D교통의 한 관계자도 "원래 밖에서 일을 보시기 때문에 여기 사무실에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다"며 "(김옥희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한번 사무실에 들렀는데 지금도 밖에서 일을 보고 계실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부친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례식을 치른 뒤 지난 1일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뒤 바로 나갔다고 한다.


#김옥희#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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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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