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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전 재무팀장이었던 임아무개씨가 지난 7월 29일 자신의 집에서 유서를 남겨놓고 자살했는데, 유가족들은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무기한 연기했다. 사진은 부산의료원 영안실에 있는 고인의 빈소 모습.
 범어사 전 재무팀장이었던 임아무개씨가 지난 7월 29일 자신의 집에서 유서를 남겨놓고 자살했는데, 유가족들은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무기한 연기했다. 사진은 부산의료원 영안실에 있는 고인의 빈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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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의 전 지도부를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범어사 전 재무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자살한 임아무개(43)씨의 유가족들들은 고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장례를 연기한 상태다.

임씨는 2004년 1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범어사 재무팀장으로 근무했고, 이후 범어사 소속의 중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일해 왔다. 임씨는 지난 29일 오전 7시 부산 동래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임씨의 빈소는 부산의료원 영안실에 마련돼 있으며, 유가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부인은 친정부모까지 보살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당초 3일장을 하려다가 5일장으로 연기했고, 1일 저녁 다시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고인의 자형인 성아무개씨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만들어 불교계와 언론사에 배포한 상태다.

임씨는 범어사 전 집행부 공금횡령 의혹사건과 관련해 지난 5월과 최근까지 두 차례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범어사 전 집행부가 2005년 부산시 교부금으로 환경정비사업을 하면서 공사비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점과 함께 범어사의 선문화타운 건립 과정에서 전 지도부가 땅주인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내사를 벌어왔다. 범어사는 지난 4월 주지스님을 비롯해 집행부가 교체됐다.

유가족 "범어사 현 집행부 때문에 자살"

유가족들은 범어사 현 집행부 때문에 고인이 자살한 것이라 보고 있다. 고인은 유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스님들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사찰을 너무 모르고 와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불교계에 물의를 빚고 갑니다. 여기서 그만하세요.  ㄷ스님(현 범어사 총무국장). 스님은 신이 아닙니다. 바람은 투명하고 화합되는 교계가 되어 사회의 빛이 되어 주세요. 싸우지 마세요. 용서합시다. 재가자들이 불쌍해요 정말."

고인의 자형인 성아무개씨는 호소문에서 "망자는 범어사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오직 스님들을 받들어서 범어사의 발전을 위해 일한 불자다"라며 "과중한 업무로 인해 2006년에는 와사풍이 걸려서 몇 달간 건강을 크게 해치고 머리에 원형탈모까지 생겼다"고 주장했다.

성씨는 "범어사 불사와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도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로서가 아닌, 스님들 밑에서 장부 정리를 한 재무 담당자로서 참고인 조사를 두 차례 받았을 뿐"이라며 "그런데 마치 망자가 비리를 저질러서 죽음을 택한 것처럼 알려지고 검찰 조사로 인해 죽음을 택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건 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망자가 평소 주변사람에게 말하기를, ㄷ스님이 망자에게 범어사 전 집행부의 비리를 진술해주지 않으면 지금 근무하는 직장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했다고 들었다"면서 "죽기 전날에도 ㄷ스님에게 갔는데, 그날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 7월 29일 자살한 고 임아무개씨의 빈소가 있는 부산의료원에는 범어사 등에서 보낸 조화가 진열되어 있다.
 지난 7월 29일 자살한 고 임아무개씨의 빈소가 있는 부산의료원에는 범어사 등에서 보낸 조화가 진열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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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인의 자살은 검찰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고인은 유서 마지막 부분에 "그리고 검사님. 우리 마누라 죄 전혀 없습니다. 내가 다 했어요. 아이 둘, 부모가 네 분입니다"라고 써놓았다.

유서에서 고인의 아내가 언급된 것에 대해, 자형인 성씨는 "범어사 재무팀장으로 있다가 돈을 부인의 통장으로 빼돌려 놓지 않느냐는 말이 검찰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부인이 과외를 하고, 친정 재산까지 은행통장으로 관리하면서 입출금 내역이 많았을 뿐 범어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검 특수부는 "범어사와 관련된 공금횡령 의혹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혐의점이 드러난 것이 없고, 그는 검찰에서 계속 모든 사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진술해 왔다"며 "피의자 신분도 아니었고 최근 있었던 참고인 조사도 열흘이 지난 일"이라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범어사 "두어 차례 불렀지만 압력은 없어"

이 소식을 접한 범어사는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재무국장 스님과 사무장을 대표로 보내 조의금을 전달했다. 이들은 빈소를 찾았지만 유가족이 조문을 거부해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갔다.

<오마이뉴스>는 고인의 유서에서 언급된 ㄷ스님한테 여러차례 휴대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꺼놓고 받지 않는 상태다.  범어사 종무소 관계자는 "스님은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가 곤란하다"며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설명했다.

가족의 호소문에 대해 종무소 관계자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심하다"면서 "고인은 검찰 조사 받는 과정에서 압박감으로 자살한 것이지, 범어사 전·현 집행부 갈등 때문에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종무소 관계자는 "다음 주 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종무소 관계자는 이어 "ㄷ스님이 범어사 현 총무국장인데, 전 집행부가 수십 억원의 손해를 끼친 사건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면서  "스님이 고인을 두어 차례 불러 물어 본 것은 사실이지만, 압력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종무소 관계자는 "범어사 현 집행부가 고발해서 이루어진 수사가 아니고, 다른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정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인 것"이라며 "우리가 검찰 조사를 그만 두라 마라 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태그:#범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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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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