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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한 마디에 국회가 표류하게 됐다. 한나라당 홍준표·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대표단은 31일 4시간여 동안 원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막판 '청와대 암초'를 만나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일 "내가 잘못했다"며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지만,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국회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어놓고 청와대 '반대'에 협상 결렬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31일) 민주당과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인사청문특위 문제로 '합의하에' 결렬됐다"고 말했다.

 

18개 상임위원장 중 가운데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12개 상임위원장은 한나라당이 가져온다는 등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해놓고 막판 '청와대 변수'로 협상이 결렬됐음을 뜻하는 말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31일) 민주당과 회담 뒤 기자간담회에서 "회담 도중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 청문회를 여는 방안에 대해 물었는데 청와대에선 '법에 없는 제도는 수용할 수 없다, 이런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말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까닭에 이번 사태로 누구보다 곤혹스러운 건 홍 원내대표다.

 

애초 홍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특위를 구성해서라도 국무위원 3명에 대한 청문회를 치르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유연한 태도였다고 한다. 국회 운영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이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정치적 판단이었다.

 

당내에서는 "여당 원내대표의 한계"라는 푸념이 나온다. 원내대표가 전권을 쥐고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탓이다.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흠집이 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많은 당직자들이 홍 원내대표에게 특위구성, 쇠고기 국정조사 수용부터 원 구성 협상까지 우리가 너무 많이 양보해왔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개입해 회담을 결렬 시킨 것으로 비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회담 후 홍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회의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내가 잘못했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홍 원내대표는 또 '여당의 원내대표가 장관 임명이 걸린 사안에 대해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도 없이 덜컥 합의했다가 이를 뒤집는 일이 벌어졌다'는 한 언론보도를 거론하면서 "그 지적이 맞다"며 "내가 (회담에서 민주당에) 가합의해준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은 임의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 많고 (내가 보기에) 정치적으로 (인사청문특위 개최 합의가) 가능할 것 같아서 가합의를 해줬는데,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가 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며 "주 수석부대표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국회는 독립기관... 청와대 개입 유감"

 

그러나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면서 국회 공전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정 대표는 "국회는 청와대에 독립된 기관"이라며 "청와대가 한나라당이 야당과 합의한 내용을 비토하는 행태 자체가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 대표는 "청와대 개입에 의한 원 구성 협상 결렬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어제 (가)합의 내용이 실천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오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 구성 협상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지만 양당 원내대표간 물밑 접촉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원구성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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