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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기계화되다

 

.. 농업의 90퍼센트는 전혀 기계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  <제7의 인간>(존 버거,장 모르/차미례 옮김, 눈빛,2004) 42쪽

 

 “농업의 90퍼센트는”은 “농업에서 90퍼센트는”으로 손보고, ‘전(全)혀’는 ‘조금도’나 ‘하나도’로 손봅니다. “않은 상태(狀態)였다”는 “않고 있다”나 “않은 채로 있다”로 다듬습니다.

 

 ┌ 기계화(機械化)

 │  (1) 사람이나 동물이 하는 노동을 기계가 대신함

 │   - 사무의 기계화 / 영농의 기계화 / 농기구의 기계화 / 기계화 농업 /

 │     기계화 시대 / 생산 작업의 기계화로 생산 능률을 크게 올리게 되었다

 │  (2) 탱크, 자동차 따위의 기계를 도입하여 군대의 기동력이 향상됨

 │   - 기계화 정예 부대

 │  (3) 사람의 언행이 자주성, 창조성을 잃고 기계적으로 됨

 │   - 행동 방식의 기계화

 │

 ├ 전혀 기계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 조금도 기계를 안 쓰고 있었다

 │→ 기계를 하나도 안 쓰고 있었다

 │→ 기계가 없이 짓고 있었다

 │→ 손으로 짓고 있었다

 └ …

 

 보기글에서 말하는 ‘기계화’는 “기계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입니다. 농사를 사람손으로 짓느냐, 기계힘을 빌려서 짓느냐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사짓는 사람들 거의 모두는 조금도 기계를 안 쓰고 있었다”로 풀어내거나 “농사짓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기계를 몰랐다”로 풀어내 봅니다. 같은 뜻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누구나 손으로 짓고 있었다”나 “농사는 거의 모두 손으로 지어지고 있었다”나 “농사일은 어느 곳에서도 손으로 하고 있었다”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 사무의 기계화 → 일을 기계가 함

 ├ 영농의 기계화 → 농사일을 기계로 함

 ├ 농기구의 기계화 → 농기구가 사람손을 덜어 줌

 ├ 기계화 농업 → 기계로 짓는 농사

 └ 생산 작업의 기계화로 → 생산할 때 기계를 많이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손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에도 ‘맨손’을 쓰지는 않습니다. ‘쇠붙이 연장’을 씁니다. 그러나 호미며 가래며 낫 같은 연장은 ‘기계’로 치지 않습니다. ‘기계화’라는 말이 쓰이는 자리는 모두 ‘기름이나 전기를 먹으며 움직이게 하는 연장’을 가리킬 때입니다.

 

 아주 새로운 말이고 남다른 쓰임입니다. 그래서 ‘기계화’ 같은 말은 오늘날과 같은 새 흐름을 담아내는 말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이 쓰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찬찬히 살피면, “기계를 쓴다”나 “기계를 부린다”나 “기계를 돌린다”나 “기계를 움직인다”처럼 말해도 넉넉합니다. 때로는 “손을 쓴다”나 “손을 안 쓴다” 같은 말을 넣어도 되고요.

 

ㄴ. 생활화하다

 

.. 이러한 철저한 환경교육 덕택에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어릴 적부터 환경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김해창, 이후, 2003) 111쪽

 

 ‘철저(徹底)한’은 ‘빈틈없는’으로 다듬습니다. ‘덕택(德澤)’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때문’으로 다듬을 수 있고, 앞말과 이어서 “이처럼 꼼꼼히 환경교육을 받아서”로 다듬어도 됩니다. “어린 시절(時節)부터”라 하지 않고 “어릴 적부터”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환경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

 │(1)→ 환경지키기를 늘 실천하고 있다

 │(2)→ 환경지키기를 자기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 환경지키기를 몸에 익히고 있다

 │(2)→ 환경지키기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2)→ 환경지키기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2)→ 환경지키기가 몸에 배어 있다

 └ …

 

 보기글에서 말하는 ‘환경실천’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환경을 실천한다”는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딱히 느낌이 잡히지 않습니다. 무슨 뜻으로 말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또렷하게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문화실천’이라 말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교육실천’이라 말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실천’이나 ‘자유실천’이라는 말도 두루뭉술합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는 ‘환경지키기’나 ‘환경돌보기’나 ‘환경가꾸기’쯤으로는 적어야 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 어릴 적부터 환경을 잘 지키며 살고 있다

 ├ 어릴 적부터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며 산다

 ├ 어릴 적부터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게 된다

 ├ 어릴 적부터 환경사랑이 몸에 배게 된다

 └ …

 

 아름다운 버릇이라면 어릴 적부터 들여 준다면 좋습니다. 얄궂은 버릇이라면 나이든 뒤에도 털어내도록 애써야 좋습니다.

 

 어릴 적부터 알맞춤하고 살갑고 깨끗하기도 하며 넉넉하고 올바르게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면 더없이 좋습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얄궂은 말투와 말씨가 몸에 배었다고 한다면, 자기 나이가 쉰을 넘고 예순을 넘고 일흔을 넘긴 뒤라 하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좀더 아름답고 알차게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도록 말씨와 말투를 추스르거나 다독여 주어야 좋습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우리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이기 때문에 하루 한 시간을 산다고 하더라도 더 신나고 즐겁게, 더욱 알차고 보람있게, 한결 멋지고 아름답게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삶을 즐기면서 쓰는 말과 글이기 때문에 한 마디 말을 하건 두 줄 글을 쓰건, 좀더 싱그럽게 한껏 살뜰히 언제나 사랑스럽게 써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늘 쓰는 말과 글을 안 사랑한다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자기 삶을 고이 가꾸고자 하는 사람이 자기 동무와 살붙이와 이웃하고 쓰는 말과 글을 엉터리로 쓰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자기 스스로 내세우려고 한다면, 날마다 쓰는 말이 알맞춤할 수 있도록 다스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힘쓰는 사람이라고 자기를 밝히고자 한다면, 늘 쓰는 글이 올곧을 수 있도록 가다듬고 북돋워 주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화#우리말#우리 말#화化#외마디 한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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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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