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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가 소설로 고교 시절을 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여섯 명의 악동들을 그린 <머저리 클럽>을 통해 고교생들이 갖고 있는 그만의 고민들, 예컨대 입시문제나 이성에 대한 호기심 등을 생생하게 보여줘 지난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잠시 틈을 내어 묻어 두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셈이다.

 

<머저리 클럽>의 ‘그들’은 원래 5명이었다. 화자인 ‘동순’과 친구들은 그들만의 결속력이 있었다. 그들은 타학교에서 전학 온 ‘영민’이라는 녀석을 혼내주기로 한다. 전학생답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동순은 일부러 트집을 잡아 방과 후 영민을 데리고 뒷동산으로 간다. 그곳에서는 이미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과는 빤한 것이었다. 1:5의 싸움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이쯤 되면 영민이 겁을 먹을 법하건만 이 아이는 만만치 않았다. 비겁한 싸움을 욕하더니 하루에 한 명에게 도전을 한다. 5명의 아이들과 차례로 5일 동안 싸움을 하는 것인데, 그 패기는 과연 녹록치 않았다. 얼마 후 영민은 이들의 패거리에 들어가 리더가 된다. 그리고 이름을 짓기도 한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머저리 클럽’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영민과 친구가 되는 과정, 즉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뒷동산으로 데려가는 건 그야말로 옛날 풍경이다. 그것에서 알 수 있듯이 <머저리 클럽>은 ‘요즘’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 <머저리 클럽>의 시간적 배경은 1970년대 중반이다. 그때는 어떤 시절이었던가? 요즘과 다르게 학생은 선생에게 절대복종해야 하는 때였다. 밤 열시에 청소년들이 밖에서 만나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남녀가 데이트를 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틀에 박힌 시대였다.

 

최인호가 그 시절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절에도 낭만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머저리 클럽>의 ‘그들’은 낭만을 쫓았다. ‘머저리 클럽’이라는 걸 만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좀 달랐다. 그들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으면 용기 있게 뒤를 쫓았다. 막상 앞에서 보면 별다른 말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그리 한 것이다.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시를 읽기도 하고 사랑에 못 이겨 가출을 하기도 했다. 다들 공부하라고 열렬히 강요하던 그 시절에, 학교에서 정해준 규칙을 벗어나면 찍소리 못하게 구타를 당해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그 때에, <머저리 클럽>의 그들은 낭만을 쫓아 일탈행동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탈행동이 왜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앞에서도 썼듯, 그들의 행동은 고교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시대가 1970년대 중반인데 그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최인호가 글을 잘 썼기 때문일까? 아니다. 최인호가 그들이 벌이는 행동들, 유치하고 서툰 그 모든 행동이 그들이 유난히 남달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성장통’의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렸기 때문일 테다.

 

그들의 행동과 말은 1970년대의 것이지만 그들의 고민들, 예컨대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거나 혹은 기성세대의 것에 반항심을 갖는 그런 모습들은 198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말이나 행동과 달리 언제나 ‘현재’인 것이 있기 마련인데 최인호가 그것을 적절하게 담아낸 것이다. 그렇기에 <머저리 클럽>은 40대나 30대, 또는 20대도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인 셈이다.

 

지난 시절이지만 한없이 아름답게 기억됐던, 언제 떠올려도 기분 좋은 그때를 돌아보게 해주는 <머저리 클럽>, ‘그 시절’을 걸어왔던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8)


태그:#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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