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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유재천 이사장의 면담

 

 

천정배 의원 : 저희 민주당에 언론장악음모저지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미경 의원도 사무총장 신분으로 같이 왔는데, 우리가 언론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재천 이사장 : 많이 비판해달라.

이미경 의원 : 비판은 지금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천정배 : 늘 나와 계시나?

유재천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서울에서 갈 데가 없다.

 

김재윤 의원 : 저와 유 교수님은 스승과 제자….

유재천 : 너무 오래된 인연이다.

 

김재윤 : 마음이 기쁘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적어도 유 교수님이라면 KBS가 방송 역할을 잘하도록, 특히 권력으로부터 잘 해주시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기쁘고 착잡하다.

 

이미경 : 오늘 점심때 김상희 의원 등과 이사장님 얘기를 했다. 그래서 시청자 운동할 때도 같이 해주시고, 같이 동지로서 활동하며 가르침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 굉장히 걱정된다고 해서… 평생을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위해 실천해주셨는데, 이 어려울 때에 이사장 하시면서 그동안 잘한 것을 망가지실까 봐 걱정한다.

 

유재천 : 가능한 걱정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장세환 의원 : 저도 젊어서부터 유 교수를 굉장히 존경해왔다. 민주화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분으로 생각하고 이사장에 가실 때도 정말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일련의 보도를 보니 걱정이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가 언론 자유인데, 예전 교수님으로서 믿기 어려운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존경하는 유 교수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KBS가 권력의 언론 장악 관점에서 얘기되고 있다. 유 교수님이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천정배 :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언론, 특히 KBS를 장악해서 자신들의 실정을 은폐하고 언론을 악용하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 차원에서 언론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방송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민주주의 장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야당으로서 총력을 경주해서 이 음모를 저지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사장을 비롯해서 KBS 이사들이 뚜렷한 독립·중립 의지를 가지고 권력의 잘못된 영향력 행사에 대해 버텨주셔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유재천 : 그 뜻을 잘 이해하겠다.

 

우윤근 의원 : 최근 언론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지만, (KBS 이사회의) 인적 구성이 위헌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지금 나타나는 현상으로만 보면, 그럴 위험성이 있다. 87년 이후 민주화가 얼마나 많이 진척됐나? 그런데 20년 전으로 퇴보한 게 아닌가? 민주화가 어느 때보다 만개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가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최근 인적 구성과 관련해서 정치적 편향성이 있기 때문에 헌법 위반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심각하다.

 

유재천 : 제가 신문보도를 접하면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우윤근 : 국민들의 생각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언론에 종사하는 분이니 이사장님도 잘 알 것이다.

 

장세환 : 감사원도 감사하고, 국세청도 조사하고, 검찰이 KBS 사장을 소환하려는 것이 언론에 대한 중요한 침해라고 본다. KBS 이사장의 자격으로 그런 것에 당연히 항의하고 사장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유재천 : 당장 질문을 하니 뭐라 의견을 정리할 수 없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사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하고 의견을 나눠보고 제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장세환 : 정연주 사장을 사퇴 종용한 게 맞나?

 

유재천 : 예, 정 사장 만나서 그런 얘기를 했다. 제가 KBS 와서 한 달 넘어서 보니 KBS 조직이 너무 분열되어있는 모습을 봤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KBS 존립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정 사장과 만나서 자유스럽게 얘기하는 가운데 KBS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신성인의 심정으로 처신해주시면 안되느냐고 말씀드렸다.

 

장세환 : 그런 상황이면 정 사장이 더욱 꿋꿋이 압력을 버티라고 해야 하지 않나? 권력과 언론이 부딪치니 권력에 항복하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유재천 : 제가 설마 그런 식으로 얘기했겠나?

 

장세환 : 사장이 사퇴해버리면 그야말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사장으로 오게 되고, KBS의 존재 가치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이겠나?

 

유재천 : 저도 그런 얘기를 나눌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의원님 말처럼 권력과의 갈등 상황에서 언론이 굴복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KBS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얘기했다.

 

천정배 : 정 사장을 임기 도중에 자른 후 이사장의 책임하에 (새로운 사장을) 뽑으면 누가 올까? 역사를 따져보면,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외침으로 임금을 끌어내린 후 (조선이) 어떻게 됐나? 결국, 청나라의 꼭두각시가 된 게 아니냐? 정연주 다음에 누가 올지는 다 아는 것 아니냐? 이사장이 독립과 중립을 지킬 인물을 세울 자신이 있나?

 

유재천 : KBS 사장의 선임과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이사장이 자의적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 개입하기 어렵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겠나? 거기에서 공모받아서 사추위에서 논의 끝에 몇 배수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천정배 : 옳은 말씀인데, 저도 실명을 언급하지 않겠지만, 항간에 누가 (KBS 사장으로) 온다는 걸 잘 알지 않는가? 정 사장을 물러나라고 한 이사장의 충정은 알겠다. 그러나 그다음 결과는 뻔한 게 아니냐?

 

이미경 :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캠프에서 일한 특보가 사장으로 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부가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려는 음모에서 검찰·감사원·국세청이 무리한 조사를 벌였고 신태섭 이사를 쫓아낸 걸 안다. 언론을 가장 잘 아는 교수가 이사장이 됐는데, 캠프 특보의 KBS 사장 임명이 맞다고 보나?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

 

유재천 : 제 의견 말하기는 어렵고…,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면 걸러질 것은 걸러지지 않을까?

 

이미경 : 진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세상을 너무 나이브하게 사시는 거다.

 

장세환 : 정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물러나게 할 방법이 있나?

유재천 : 이렇다저렇다 하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장세환 : 검찰이 강제구인 할 수 있나?

유재천 : 검찰 일을 어떻게 알겠나?

 

천정배 : 발등에 떨어진 문제가 있다. 대통령에게 이사장 해임권이 있나?

유재천 :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양론이 있는 것 같다.

 

천정배 : 집행단계에 있는 이사장이 입장 정리해야 하지 않나? 대통령이 임명권은 있지만 해임권은 없다. KBS 사장은 3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대통령에 해임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는 KBS 이사회가 정연주 해임을 권고 결의를 한다든가, 대통령에게 건의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내가 점잖게 얘기하지만,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있다고 한다. 이사장이 사퇴 권유까지 했으니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확실히 말해달라.

 

유재천 : 솔직히 말해서 이사회가 어떤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사태 진행을 봐서….

 

천정배 : 이사회가 그런 권한이 있는지 명확한 입장을 얘기해달라.

유재천 : 제가 말할 범위는 그런 계획이, 일부 보도처럼 시나리오화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법률상 가능한지 여부는 양론이 있다고만 얘기하겠다. 양론을 보면서 고민하는 상태이지, 어느 쪽이 맞다고 결론을 확인한 상태는 아니다.

 

천정배 : 신태섭씨는 KBS 이사인가, 아닌가?

유재천 : 방송통신위에서 그렇게 해석했으니 저희로서는 달리….

 

천정배 : 동료 이사의 지위 문제인데, 방통위 결정이 옳다고 보나?

유재천 :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천정배 : 이러시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그 동안 공영방송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았는데, 지금 보니 영혼 없는 관료 같은 느낌이다.

유재천 : 제가 확신이 안 서 있는 상태이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천정배 : 앞으로 국회에 나오시면 답할 수 있으니 미리 예방주사를 놓으려고 왔다.

이미경 : KBS가 방통위 결정에 대해 항상 고분고분하게 따르지만 않았다. 이사장이 아는 언론의 자유와 공영방송에 대한 결정을 보고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세웅 : 검찰에서 조만간 정연주 사장을 불구속 기소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검찰이 기소하게 되면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수 있나?

유재천 : 그런 것을 가정해서 어떤 논의를 한 적도 없고, 그럴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진 적도 없다.

 

김재윤 : 이사장이 언론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 권력이 바뀐다고 해서, 자기들 뜻대로 안 한다고 해서 사장을 바꾸거나 프로그램에 개입하면 안 된다. 인사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정 사장이 이명박 정권의 눈에 가시라고 바꿔서는 안 된다. 정 사장에게 명예롭게 처신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고 본다. 언론은 정치권력과 자본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야한다고 저에게도 가르치시지 않았나? YTN 사장도 이명박 특보다. 잘못하면 방송사 사장들의 회의가 이명박 특보단 회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방송들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잘 한다"고 아무리 보도해도 국민들은 '뻔한 소리한다'고 할 거다.

 

우윤근 : 노골적인 KBS 장악의도를 드러낸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발언은 잘 아시죠? 어떻게 생각하시나?

유재천 : 잘못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건 국영방송의 발상이지, 공영방송의 발상이 아니다. 저는 보도된 것도 보지 못하고 신동아 광고 제목을 봤는데, 잘못 인식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윤근 : 대통령의 참모가 그런 얘기를 숨어서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할 수 있나? 대통령 생각을 수석이 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천정배 : 청와대 수석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이사회가 명백히 규탄해야죠?

유재천 : 제가 이사장으로 있으니 그런 걸 칼럼으로 쓰고 싶어도….

 

천정배 : KBS의 최고 어른이 왜 가만히 계십니까? KBS가 정부 산하기관이라니? 이사장은 그런 것에 대항해야지, 정 사장을 물러나게 하는 게 아니다.

유재천 : 그렇다면, 이사회에서 논의해보겠다.

 

장세환 : 정 사장 사퇴를 종용하셨는데, 둘이 개인적 친분이 있어서, 친분 관계에서 한 게 아니죠?

유재천 : 그런 입장에서 말한 것은 아니다.

 

장세환 : 대통령이 임명한 이사장이 한 말이니 대통령의 뜻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유재천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순전히 개인 생각으로 한 얘기다.

 

김세웅 : 부탁 하나만 드리겠다. 그 동안 학계에서 제자들에게 언론에 대해 가르쳤던 대로만 이사장 직을 해주시면 가장 훌륭한 이사장이 될 것이다.

유재천 : 명심하겠다.

 

김세웅 : 권력이 언론 장악하는 걸 막아주셔야 된다. 멧돼지 사냥을 할 때는 사냥꾼과 사냥개, 몰이꾼이 있다. 마음이 안 들겠지만, 정연주라는 멧돼지를 잡으려고 수십 마리 사냥개가 달려들었다. 자칫하면, 이사장이 사냥개·몰이꾼 역할로 지탄받을 수도 있다.

 

김재윤 : 신태섭 이사가 동의대에서 법원에서 복직 처분을 받으면 다시 이사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미경 : 노동법상 복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다.

유재천 : 잘 알겠다. (면담 끝)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정연주 KBS 사장의 면담

 

천정배 : 저희가 아까 유재천 이사장과 면담하면서 사장님에게 별명을 하나 드렸다. 멧돼지라고….

 

김세웅 : 정연주라는 멧돼지 잡으려고 국세청 등 사냥개 수십 마리가 물어뜯고 있는데, 이사장은 그렇게 되지 말라는 뜻으로 한 얘기였다.

 

김재윤 : 요즘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고 정 사장을 회유·협박한다고 해서 진위를 따지려고 왔다.

 

천정배 : KBS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에 위로의 말 드린다. 이명박 정권이 KBS를 비롯해서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고, 권력에 비판적인 여러 언론과 네티즌들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협이라 생각하고 당력을 총동원해서 막으려고 한다. 유 이사장과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KBS 수사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길 바란다.

 

정연주 사장 :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가 KBS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방송법이 정하는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게 핵심과제다. 지난해 10월 세계공영방송인대회가 있었다. 그 당시 인상 깊었던 것은 몇 나라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가 5년 되는 나라들이 더러 있었다. 정권이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미국의 경우 연준위가 그렇게 하고 있다.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사장의 임기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이) 사장에 대해 해임권이 있냐는 얘기도 있는데 방송법 제정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대법원장도 헌재소장도 해임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있고 절차와 제도에 대한 존중이 뿌리내렸기 때문에 잘 극복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자들 퇴장, 이후 비공개 면담)


태그:#정연주, #유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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