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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금요일: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당신은 서둘러 학교로 향합니다. 오늘은 특강 들었던 학생들의 수료식에도 참석해야 하고 2학기 강의교재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녁때는 지도교수님과 학교 선후배와의 약속도 있답니다. 거나하게 취한 당신이 몇시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내가 오전에 볼일을 보고 있는 동안 당신은 KTX에 몸을 싣고 대구로 내려갑니다. 어떤 모임을 통해 알게된 선생님과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서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큰 아이는 마트에 가자고 성화입니다. 옆집 사는 사촌오빠가 제 엄마 아빠와 쇼핑한다고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우리는 마트로 갑니다. 스프링 달린 스티커랑 스파게티를 사가지고 옵니다. 저녁에는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고 TV를 조금 보다가 이 닦이고 책 읽히고 그리고 재웁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아빠 방이 휑하니 비어 있자, “어? 아빠는?” 하고 묻습니다. 아침부터 비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리고 있습니다. 식사 마치고 동생과 잘 놀던 큰 아이가 “엄마 오늘은 어디 안 가?” 라고 말합니다. 나는 내리는 비를 만끽하게 해 주려고 공원에 가기로 합니다. 옷 입히고 장화 신기고 있는데 덜커덕 문을 열고 당신이 돌아왔습니다. 새벽 기차로 올라왔다고 하면서.

 

우리들에게 잘 놀다 오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공원에 갈 때는 비가 오더니 도착했을 때는 거짓말처럼 해가 납니다. 우리는 한적하고 더 없이 깨끗해진 공원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놉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산 너머로 넘어갈 듯 울려 퍼집니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시키고 밥을 먹습니다. 열심히 뛰어 놀았는지 아이들은 삼계탕도 국물까지 후룩후룩 마시며 잘도 먹습니다. 부스스 일어난 당신은 물 말아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또 학교로 갑니다. 우리는 백설공주도 보고 책도 보고 그렇게 보냅니다. 잠자기 전 작은 아이가 “아빠 보고싶다” 하니까 큰 아이가 “야! 아빠는 바쁘잖아”라고 대꾸합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을 챙겨 유치원 버스에 태웁니다. 아침에 놀아주고 그리고 유치원 갈 때 배웅나오는 아빠를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당신은 잠깐 벤치에 앉았다가 이내 학교로 향합니다. 저녁에 모임이 있었던 당신은 새벽녘에 들어왔습니다. 그다지 유쾌한 자리가 아니였는지 지쳐 보입니다.

 

화요일: 유치원에서 돌아오다 옆집 오빠를 만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놉니다. 내일부터 방학인 것이 좋은지 목욕도 잘하고 밥도 잘 먹습니다. 방학하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사촌언니, 오빠들을 들먹거리며 보고싶다고 합니다. 당신은 아이들이 모두 잠든 12시쯤 들어와 이렇게 속삭입니다. “여보, 우리 아이들은 어쩜 이렇게 천사 같을까”. 나는 큰 아이가 하던 말을 전합니다. “우리 식구는 엄마, 현서, 그리고 나, 아빠는 아니야”.

 

수요일: 아이들은 오늘부터 방학입니다. 당신도 방학 중입니다. “오늘부터 애들 방학이라고 했나? 어쩌지, 나 시간이 애매한데”. 우리는 외할머니랑 사촌오빠들이랑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실내놀이터에서 놀다 옵니다. 힘들었는지 저녁때까지 자고 일어난 아이들은 8시쯤 당신의 전화를 받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엄마, 아빠 일찍 온대”. 나는 온갖 야채를 꺼내 놓고 요리를 시작합니다.

 

목요일: 오늘은 어린이 박물관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일은 뭘 하면 좋을까요? 영화를 보고 와서 큰 아이는 바다에 가고 싶답니다. 집을 나서는 아빠에게 “아빠 오늘도 학교가?”라며 큰 아이가 메달립니다. 당신은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세미나가 있습니다.

 

너무 바쁜 당신. 그래서 우리는 늘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바쁜 아빠 #방학#그리움#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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