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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이 모셔져 있는 미타사의 풍경입니다.
▲ 미타사 풍경 납골당이 모셔져 있는 미타사의 풍경입니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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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음성을 지나 달리다 보면 커다란 불상을 만날 수 있다. 그 불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동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지장보살상이 반갑게 맞아준다.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장군처럼 우뚝 선 불상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인다. 그 불상 앞 넓은 뜰에는 수많은 납골당이 세워져 있다. 그 앞으로 개망초가 하얗게 꽃밭을 이루며 피어있다. 이곳에서 만난 개망초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모녀가 지장보살상을 보기위해 걸어가고 있다.
▲ 지장보살상 모녀가 지장보살상을 보기위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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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사 납골공원
 미타사 납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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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미타사에는 가족 납골공원이 있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 펴진다. 그래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 종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범종이 저 혼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무인 타종을 하고 있는 종의 모습
▲ 미타사의 종 무인 타종을 하고 있는 종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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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은 그렇게 저 혼자서 몇 번을 더 울리고 나서야 소리를 멈췄다. 가만 들어보니 괘종시계처럼 태엽 감기는 소리가 난 후 타종이 되고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커다란 범종을 울리려면 꽤 힘이 들텐데 아주 정확하다. 처음 보는 무인 타종이 신기하다. 아마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 옆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대가 있고, 그 뒤로 정자가 쉬어갈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식수대에 설치된 작은 조각상이 시선을 잡아끈다. 아주 귀엽게 생겼다. 그래서 다양한 각도에서 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그 귀여운 조각상을 촬영하며 기분 좋아 한번 웃어본다.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미타사 풍경
▲ 미타사 풍경 입구에서 바라본 미타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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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사 입구에 설치된 식수대
 미타사 입구에 설치된 식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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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독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독일 도심 한복판의 호텔에 머물던 중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공원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우거진 숲속 공원에 호기심이 갔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넓게 피어있는 개망초의 모습
▲ 개망초 넓게 피어있는 개망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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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사색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나무 사이로 이상한 것이 보였다. 비석이다. 많은 비석들이 커다란 나무 아래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거닐며 산책을 즐기는 것이다. 공원묘지인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모습으로 거닐 수가 있을까? 생각과 문화의 차이려니.

불현듯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산을 마구 파헤쳐 여기저기 산소를 만들지 말고, 저렇게 화장을 하여 질서정연하게 이름 석자 새겨진 비석을 세우고, 그 사이사이에 나무와 꽃을 심고 산책길을 내어 공원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히 쉬어갈 나그네를 기다리는 정자, 그 앞으로 개망초가 피어있다.
▲ 정자의 모습 편히 쉬어갈 나그네를 기다리는 정자, 그 앞으로 개망초가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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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산속 깊은 곳에 모셔두고 일 년에 한 두 번 찾아갈까 말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살아가면서 힘들 때나 기쁠 때 편하게 찾아가 위로도 받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시대에 맞게 우리나라 장례문화도 변화하여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납골당을 공원화하여 누구나 쉽게 찾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면 좋겠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장소로도 안성맞춤이 아닐까. 도시락을 싸서 소풍가듯 공원묘지를 찾다보면 가족 화합에도 좋고 조상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족애도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조각상의 귀여운 모습
▲ 하늘과 조각상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조각상의 귀여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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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바뀌면 길이 보이고 마음을 바꾸면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공원묘지가 들어선다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독일의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공원묘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멋진 공간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마티사, #납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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