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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던 7월 어느 날 오후.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학교 후관 4층으로 몰렸다.

 

이곳에는 '양심우산' 50여 개가 보관돼 있고, 아이들은 우산을 하나씩 챙겼다. 단, 아이들은 내일 우산을 다시 이곳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양심우산은 등교할 때 우산을 쓰고 온 아이들이 학교가 파할 때 비가 거치면서 놓고 간 것들을 모은 것인 데, 더 뜻깊은 사연이 있다.

 

양심우산을 처음 제안한 이경민(30)교사는 지난 봄을 회상했다. 그녀는 "3월 어느날 갑작스런 비에 발을 동동구르며 집에 갈 것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그나마 몇몇 아이들은 부모님과 연락이 됐거나 마중을 나와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많은 아이들은 그러지 못한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을 보고 양심우산을 착악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학교 특성도 포함된다.

 

학교 측에 따르면 태화초등학교는 한 부모 혹은 조손가정 등 결손가정과 기초생활보호 가정이 많으며, 급식비를 내지못해 밀리는 아이들도 많은 등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 올 사람도 없거니와 새로 우산을 마련하기도 싶지 않은 형편이다.

 

이 교사는 "이 아이들에게 부모와 같은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반듯한 우산 하나 챙겨 주고 싶은 마음에서 양심우산을 준비하게 됐다"며 "급할 때 사용한 양심우산을 통해 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사용한 후에 양심우산을 반납함으로써 다른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도 기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 교사는 이어 "아이들은 하루종일 비가 오면 우산을 잘 챙기지만 오전에만 비가 오면 우산을 두고 가거나 교실 우산 통에 두고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며 "아이들이 우산을 잘 챙겼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학교에는 주인 없는 우산들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이 우산을 모아 사용 가능한 것만 골라도 양심우산을 만들기에 충분했다"며 "양심우산은 주인 없는 우산을 재활용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태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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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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