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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G8 정상회담이 열렸다. G8은 서방8개국 정상회담(Group of Eight)을 말한다. 금년은 34회 정상회담이었고 의장국은 돌아가면서 하는데 일본이 의장국을 맡았다.

 

G8은 처음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이었으나(G4), 이후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으로 확대(G7)되었고 이후 러시아를 포함(G8)하였다. 이들은 유엔이나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권한을 부여받은 바 없으나 강대국이라는 이름으로 비공식 모임을 만들고 실질적으로 국제질서를 좌우하고 있다. 최근에는 G13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한국 등이 가입을 원하고 있다. 한국도 이번에 참관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G8은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를 대행하는 기구다. 그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대표주자들이다. 야만(빈곤, 폭력, 질병, 전쟁, 환경파괴 등)을 사고파는 세계주식회사의 대리자들이다. 세계화의 전도사인 그들은 전적으로 비민주적인 세계정부다. 권력이 유권자나 노조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식과 채권 소유자로부터 나오는 거짓 민주주의의 대변자다. 

 

G8은 미국이 제국주의 권리를 폭력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교묘하게 감추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서 혹평을 하는 이들은 G8정상들을 '8명의 갱단'이라 부른다. 이번 도야코 회담에 소요된 예산은 세계 최고의 요리사 60명 동원을 포함하여 6천억 원에 이른다. 일본정부는 이들을 경호하는 데 400억 원을 소비했다 한다.

 

이들은 좋은 얘기는 다 떠들어댄다. 기상변화에 대처한다고 하지만 기업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희생시키고 있다. 자유무역을 부를 증대시킨다고 하지만 민영화를 확대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식량안보를 말하지만 기아를 확대하고 소규모 농가를 위협하며 식량주권을 박탈하고 있다. 테러와 전쟁을 막는다고 하면서 인종차별과 무기판매 그리고 제국주의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빈곤과 부채를 퇴치하겠다고 하면서 사적 소유를 확대하고 소득의 불공정을 증가하고 가난한 국가들에게 더 많은 부채를 가중시킨다. 건강과 보건을 말하면서 생명보다는 자본의 특허권을 보호하여 이윤을 극대화 한다. 따라서 이들의 구호나 슬로건은 인류와 전 지구 민중에 대한 사기 내지 기만이다.

 

이러한 G8정상회담을 반대하기 위한 한국의 원정투쟁단은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7월 3일 농민대표들이 홋카이도로 향했다. 그러나 입국도 못하고 공항에서 억류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7월 4일 민주노총은 9명의 대표단이 일본으로 떠났다. 5명은 홋카이도로 직접 들어가고 금속노조 4명은 동경을 거쳐 홋카이도로 가기로 했다.

 

인천공항에서 홋카이도 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는데 국제국장이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전 날 농민단체 대표 19명이 억류되어 입국을 못하고 있는 데 민주노총 역시 입국이 불허될 것 같은 데 출발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으로 향했고 홋카이도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대 앞에서 기다리는데 예상했던 대로 민주노총 대표단은 모두 여권을 압수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 이근선 부위원장은 공무집행방해로 수갑을 찬 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동경으로 입국한 금속노조 4명의 동지 또한 입국을 거절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홋카이도 출입국사무소 측이 입국을 불허하니 바로 돌아가겠느냐고 했지만 우리는 일본 NGO 단체(아탁 일본)의 공식 초청을 받았고 체류일정이나 목적 숙소 그리고 프로그램이 분명하므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항의하고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시민사회단체나 사회당 계열의 정치권에서 일본 당국에 항의하였고 동경으로 들어 온 4명은 5시간의 조사를 받은 후 풀려나 홋카이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나머지 5명은 곧 바로 공항 내 빈 사무실로 억류되었다.

 

그 곳에는 이미 전 날 입국하여 억류된 전농과 전여농 등 농민단체 대표 18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에 모포를 깔고 하루 밤을 함께 보냈다. 농민 대표들은 다음 날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민주노총 대표단은 이근선 부위원장이 경찰서 유치장에 있고 일본 검찰에 의해 기소될 위기에 처한 관계로 돌아올 수 없었다.

 

공항 내 조그마한 사무실에 억류된 우리는 커튼을 열고 공항 활주로를 바라보는 정도만의 자유를 누릴 뿐이었다. 우리가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흡연실에 가는 것조차 공항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이틀간은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일본 벤또)을 먹었지만 나머지 이틀은 직접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했다. 그들은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공항활주로에는 각 국 정상들의 특별전용기가 착륙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시 비행기가 내릴 때에는 약 1시간 가량 모든 비행기의 이륙을 금지하였다. 오후 2시 5분 인천으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도 40분간 지연되었다. 그러나 8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전용기가 내릴 때에는 전혀 이륙이 지연되지 않았다. 갇혀 지내는 4일 동안 우리는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이근선 부위원장과 함께 귀국하기 위해 현지 단체와 변호사들과 전화로 협의하고 그들이 면회를 오면 만나서 협의하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 출입국 관리사무소장(모리 씨)과 입국거부의 불법성에 대해 긴 논쟁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의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상부의 지시라고 실토했다. 우리는 "G8,야만의 세계주식회사 CEO, 야만의 이명박 한국주식회사 CEO", "No to G8! No to FTA!, No to Militarism!"가 적힌 몸 벽보를 하고 “입국을 허용하라!”는 피켓을 들고 공항 대합실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현지 투쟁에서 사용할 많은 몸 벽보와 머리띠는 변호사를 통해서도 반출되지 못하고 모두 되가지고 돌아와야 했다. 4박 5일간의 억류 끝에 이근선 부위원장이 기소유예로 추방되는 절차를 통해 8일 함께 귀국하게 되었다. 그것도 기내에 들어와서야 만날 수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전용기(Republic of Korea)가 활주로에 내리고 있었다. 국내외에서 민주주의는 유린당하고 있었다. 홋카이도 현지에서 투쟁을 전개한 금속노조 4명의 조합원은 폐막일인 9일까지 활동하다 귀국하였다. 대표단장인 본인과 국제국장의 억류로 현지 투쟁에 참여한 금속노조 동지들의 활동도 많은 어려움과 제약을 받았다.

 

G8 정상회담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위험시된 단체는 그린피스, 유럽의 노숙자 지원단체, 광우병 소고기 반대 투쟁의 한국의 노동단체라고 일본 현지 신문은 전했다. 반대하는 세력들의 입국도 거부하고 요새처럼 민중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3일 동안 벌인 그들의 잔치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문제인 석유가격 폭등이나 이산화탄소배출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들은 선언적인 수사에만 머물렀다.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대변자인 그들이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은 그 문제를 발생시키는 주범들이다.

 

여기에 한국의 대통령이 그들의 뒷자리에 앉기 위해 기웃거렸다. 자기나라 국민이 공항에 억류되어 있는데도 외교부 당국자 누가 하나 전화도 없었다.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일본과 미래지향적 외교를 펴겠다며 난리를 피웠던 이명박 정부는 일본정부로부터 독도문제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G8에서 G13으로 확대되고 한국이 끼어드는 것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의 아류 국가가 되는 길이다.


#G8#공항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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