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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치적으로 여야를 떠나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권력기관의 독립이다. 국정원, 국세청, 경찰 그리고 검찰이 모두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독립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심지어 언론을 장악하기보다는 언론과의 대립을 감수하며 건강한 긴장관계를 추구하였다. 정부수립이 있은 후 단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정권이 권력기관을 해방시키기 어려운 이유

 

원칙적으로 반드시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그동안 수많은 정권이 들어서고 물러났지만 성사된 일이 없었던 것은 쉽지않은 일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문민정부라 일컬어지던 김영삼은 물론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정권의 국민의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권력기관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것은 이미 뿌리를 깊이 내린 일이다. 스스로 헌법과 법률에 기반하고, 국익과 국민을 바라보며 본연의 역할을 감당할 각오와 의지가 사라진지 오래됐다. 정권과의 밀착과 상호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먹을 것이 많은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의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권의 입장에서도 역시 매우 손쉬운 통치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위협하여 수그러들게 만드는데 권력기관은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정치사찰을 통해서 정보를 독점하고, 세무조사등을 통해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경찰을 정권의 심부름꾼으로 사용하면 편리하다. 언론을 통해서 여론조작을 하면 정치를 손에 쉽게 주물럭거릴 수 있다. 특히 검찰은 정치구도를 장악하는 데 아주 편리한 수단이다. 말 안 듣는 정치인들을 검찰의 수사를 통해 협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정권이 활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권력기관이 반기를 들어서 곤란한 일을 막는 것 만으로도 매우 편리하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국정원이, 국세청이, 경찰이, 검찰이, 그리고 언론이 정권에 반기를 든다고 생각하면 정권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권력기관이 독립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권력기관을 해방시킨 정권이 없었다. 반기를 들 염려가 전혀 없고, 오히려 정권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기관이 있다면 정권은 대단히 편리하게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 이렇게 매력적인 수단을 스스로 내어 놓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권력기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겨우 5개월이 되어간다. 그런데 벌써 권력기관의 독립은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독립, 국세청의 독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언급을 하지 않겠다. 쉽게 겉으로 드러날 수 없는 일이니 심증이 있어도 함부러 언급할 일이 못된다.

 

경찰은 어떨까?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항의로 촛불이 불타는 과정에서 경찰은 정권의 안보를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하였다. 무고한 비무장 시민을 경찰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내려쳤다. 방패로 찍어서 선혈이 낭자한 경우도 있었다. 힘없는 여학생을 군화발로 마구 짓밟는 일도 벌어졌다.

 

집회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집회를 유도하는 것으로 의심할 장면이 자주 있었다. 어청수 청장은 이미 대통령과 종교적 코드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숱한 무리수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질되지 않고 있다. 경찰 복음화 성회 포스터에 등장하는 종교적 편향성마저 보인 바 있다.

 

검찰은 이미 정치적 편향성을 널리 드러내 보였다. 조중동의 편향된 왜곡보도에 항거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광고주 불매운동을 편 네티즌들을 과잉수사하고 있다. 중형이 예상되는 피의자에게나 내려질 출국금지를 무더기로 내린 바 있다.

 

이미 인터넷 상에 증거가 모두 노출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정과 직장까지 압수수색을 하였다. 심리적 압박을 느껴 불매운동을 위축시킬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D수첩에 대한 수사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법무장관이 강력대처를 주문한 후 곧장 검찰이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펴는 것은 이미 정권에 검찰 수뇌부가 줄을 선 것으로 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이 정권의 시녀노릇을 한다면 정치권에서 야당의 견제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여당의 혐의는 가급적 눈을 감고, 야당의 작은 혐의라도 강력한 수사를 편다면 정권이 마음먹은 것은 못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언론은 이미 상당부분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문시장에서 70%의 여론을 과점하는 조중동이 정권을 편들기에 바쁘다. 지난 정권이 출범하기 전부터 퇴임한 후까지 지속적으로 흠집내고 물어뜯던 것과는 대단히 비교되는 일이다. 그렇게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사안에 대하여 전혀 다른 논조의 보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이나 유관기관에 대한 장악의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통령의 맨토라고 하는 최시중이 임명되었다. 지속적으로 KBS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이미 방송광고공사도 양휘부씨가 사장으로 앉았다. EBS도 이명박 선거캠프의 사람이 가고, YTN도 날치기 주총을 통해서 구본홍씨가 사장이 되었다. 언론재단도 그렇다. 대부분 방송관련 요직에 선거캠프의 사람들을 앉혔다. 이쯤되면 방송을 철저히 장악하자던 강동순씨의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의 싹쓸이하고, 지방의회도 일당지배의 구조를 하고 있다. 국회도 절대과반수를 훨씬 넘는 수를 확보하였다. 이러한 정치구도에서 야당의 적절한 견제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 권력기관조차 모두 장악하고, 언론까지 완전히 장악되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의 왕권을 방불케하는 막강한 권력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절대로 맞는 만고의 진리이다. 이정도로 완벽히 권력을 장악하는 사례는 민주사회에서 찾아볼 길이 없다. 군사독재의 시절에도 그 나름의 야당역할이 있었고, 소수의 목소리가 있었다. 참으로 염려스러운 구도가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가 권력기관을 해방시킨 것은 어쩌면 장악할 힘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악이 가능한 검찰부터 해방을 시킨 것을 보면 확실히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검찰은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던 조직이다. 검찰이 들으면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그것은 사실로 증명된 일이다.

 

그렇게 어렵게 정권이 위험한 위치까지 몰리면서도 권력기관의 독립을 이룩했던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누군가 손해를 감수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게 스스로 나약한 정권이 되어 5년내내 비난의 홍수를 겪으며 견뎌야 했던 참여정부의 공이 크다.

 

그런데 지금 그런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절대권력을 손에 쥔 현정권이 권력기관은 물론 언론까지 장악을 마치면 국민을 어떻게 대할지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절대권력이 절대부패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니 왜 두렵지 않겠는가?

 

결국 수많은 국민이 각고의 노력끝에 이룩한 그간의 민주주의 정착이 급하게 허물어질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점차 숨소리조차 통제당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엄습한다. 유일하게 하나 남은 견제장치는 국민의 목소리밖에 없다. 국민이 5년내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권을 직접 견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문제는 언론의 왜곡에 의하여 국민조차 속아넘어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언론이 보도하는 정권에 우호적인 보도는 모두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미 선거캠프에 깊숙히 관여한 자들을 모두 언론관련 기관의 중요한 자리에 앉혀놓았고, 앞으로도 점점 더 그렇게 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마지막 남은 국민의 의식마저 마비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한다. 한쪽에 권력을 몰아주면 그 권력이 주인인 국민을 물어 뜯을 수 있다는 것도 교훈으로 챙겨둬야 할 것이다. 이미 국민이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다. 철저히 각성하고 깨어 있으려는 노력을 하는 도리 밖에는 없다.

 

그래서 권력기관의 독립은 민주사회의 필수요소이다. 그래서 언론의 객관적 중립성은 없어서는 안될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우리사회가 그 것을 완성하지 못한 채 지금의 권력집중 상태를 맞이한 것이 통한스럽다. 책임도 국민이 져야한다. 5년내내 철저히 깨어있어야 한다. 스스로 권력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이 지금 필요한 때이다.

 

지난 5년 권력기관의 독립이 현실화되는 것처럼 느꼈던 것이 성급한 환상이었을까? 이렇게 급격하게 무너질 모래성이었을까? 절대권력의 절대부패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시 의회 의장이 돌린 돈봉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권력기관의 독립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국민이 온몸으로 막아야할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민주사회의 적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위기의 언론독립#검찰의 줄서기#절대권력#절대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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