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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 만안여성회관 가는 길의 삼거리 도로상 인근 가로수 아래에는 동네 주민 누군가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미니화단이 생기고, 인근 주택 담장 밑에는 예쁜 꽃 화분까지 놓여 거리를 걷거나 버스를 타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안양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자라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밑동을 활용해 바닥 보호덮개의 크기에 맞게 네댓 개 나무 말뚝을 세우고 줄을 둘러쳐 보기에도 매끄럽거나 세련되지는 않은 화단이나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 마음을 잠시나마 미소 짓게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 급등과 소비자물가 상승 등으로 맨홀 뚜껑, 전선, 도로안전시설물 등 공공시설물까지 훔쳐가 고철로 파는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가장 많이 없어지는 시설물 중 하나인 가로수 보호덮개를 보호하는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곳은 만안구청 앞 사거리에서 안양문예회관 - 명학성당을 지나는 문예회관길 삼거리에서 성결대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상 한켠으로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양쪽으로 약 100여 그루가 심어져 안양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과 연계되어 있음도 특징이다.

 

 

아쉽게도 인도폭이 2미터 정도에 불과하고 나무가 아름드리 나무로 커지면서 보행이 불편해 지고 가로수 사이로 전깃줄과 인터넷선, 케이블선 등이 어지럽게 지나 미관상 보기에도 안 좋다. 그런데 길 옆 아파트 신축 당시 안쪽으로 들여 짓지는 못했을까 궁금하다.

 

녹음이 우거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도심 속에 잘 자라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보기에 좋지만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전선을 지중화하고 노상주차장 대신 인도 확장과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면 향후 만안청소년수련관과 연계하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지 않을까.

 

구본영 성결대학교 교수는 일찍이 "도시의 문화적 특성과 공간적 특성을 조화시켜 문화적 자긍심과 공간 인식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문화적 자원을 재단장(renovation)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자며 '안양문예회관길을 문화벨트화 하자'"고 주창한 바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 인근에는 안양문예회관, 만안여성회관, 만안시립도서관 등의 문화공간들이 자리하고 만안청소년수련관이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인근에는 만안근린공원 조성 공사가 이제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어 향후 문화의 중심지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만안근린공원은 (구)가축위생시험소 부지를 공원화하는 것으로 지난 2004년 산림청과 생명의숲가꾸기운동본부에 의해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 우수상을 받은 곳으로 50여년 수령 나무들이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어린이·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동네, 마을, 도시만들기에 나서자

 

마을 가꾸기는 마음을 소통하는 계기

안양시의회는 2005년 안양YMCA와 함께 '주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며 작은 첫발을 내딛고 정감이 넘치는 마을 가꾸기를 위한 작은 첫발을 내딛고 낯선 도시 속에서 '함께 사는 이웃' 만들기 위한 방안 찾기를 시작했다.

 

또 안양시민단체협의회도 지난 2005년 10월 '만안지역 희망만들기'를 개최하고 정체성 찾기에 나서고 '자치와연대를 위한 안양포럼'이 2006년 10월 24일 '참여형 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바 있다.

 

특히 안양YMCA는 2007년 6월 자체적으로 '마을이루기위원회(위원장 고경숙) 첫모임을 시작으로 회관이 자리한 관양동에서 평화로움, 안전함, 다정함을 느낄수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시의회도 지난 1월 '마을만들기 조례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을 만들기'에서 가장 밑바탕이 돼야 할 것은 주민들의 참여와 협의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시의회에서는 큰 관심을 갖지 못한 탓일까? 제자리 걸음인 현실이다.

 

대림대 소명식 겸임교수(건축사)는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도시만들기에 나서자"며 "마을에 관한 자연환경적, 인문환경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른전문가들이 도움만 준다면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창조해낼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고 강조한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가장 무서운 장소, 가장 아름다운 나무 등의 사진전시회도 정기적으로 열고 사진촬영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마을에서 보존해야할 풍경과 고쳐가야 할 장소를 깨달아 커뮤니케이션이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다.

 

마을가꾸기 사업은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이어주는 계기라는 점에서 누군가 만들어 놓은 화단처럼 동네에 골목길에 그리고 도시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멘토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보물들로 채워진다면 거리를 걷는 시민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싶다.

동네주민이 만든 미니화단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통학로 조성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 동네 이웃들을 위해 직접 화단을 설치할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등 모든 이들이 한번쯤 생각해봤을 생각들이 실현됐으면 싶다.

 

지금까지 도시계획은 토지이용 규제 중심의 관 주도형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도시계획 과정에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미흡하고 만족도 역시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앞서가는 도시, 명품의 도시, 사람의 도시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마을만들기', '마을가꾸기',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등의 정책을 내놓고 사람들의 소틍을 화두로 과거 공터에서 꽃피웠던 '공동체' 문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더욱이 마을만들기 계획 활성화와 지원을 위해 주민대표·도시계획전문가·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마을만들기협의회와 지자체내 지원센터를 운영하도록 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사업 관련 비용 전부내지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지원근거도 마련됐다.

 

따라서 도시계획 효율성 및 만족도가 증진될 수 있도록 주민 스스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관련 계획을 직접 수립,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 봄직하다.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시장은 직접 도시관리계획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까지 마련됐다.

 

아파트와 주택의 철조망과 콘크리트 담장을 허물어 비를 맞아도 괜찮은 아크릴 그림이 걸린 방부목 나무 담장으로 바꾸고 담장 아래에는 예쁜 벤치도 놓는 등의 아이디어들을 공모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적극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시만들기는 단체장 치적을 쌓는 일이 아니라 정말 시민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실험들로 시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며 작은 네트워크 단위 '살맛나는 마을만들기'(마을이루기)는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마을가꾸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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