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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Stage 4, 'The River That Never Ends'

거리: 46.7km

 

어제까지의 코스는 사막이라고 느끼기에 부족한 산악 지대를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사막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날씨도 어제까지 하늘을 뒤덮고 있던 흐린 구름도 말끔히 걷히고 아침부터 더위를 느낄 수 있는 태양을 만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 한국 참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다. 어제의 고난을 극복하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것 같다.

 

초반은 그 동안 지겹도록 건넜던 개천을 또다시 건너는 일이다. 누런 황토물의 차가운 개천물이 신발로 들어오면 머리카락이 만세 부를 정도로 한기를 느낀다. 또한 물 밖에 나온 신발은 모래와 조우하면서 거대한 인절미로 변해 다리에 쇳덩어리를 달아 논 무게감을 준다.

 

 

초반 코스는 해발이 낮아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은 산들이 둘러싼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만 한다. 고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평원지대를 만난다는 것인데 코스는 약간 쉬어져도 더위와의 싸움이 걱정된다.

 

오늘 송경태님의 파트너는 아직까지 생생한 강수동으로 정했다. 김성관님께서 파트너를 원하셨지만 어제 저 체온증으로 고생한 후유증이 있을지 몰라 보류를 했다. 내심 김성관님께서 50대 연령별 그룹에서 우승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제의 고생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영향이 미칠지 걱정이 된다.

 

 

협곡지대를 벗어나면서부터 드문드문 가정집이 모이고 첫 번째 체크포인트를 지나자 상당히 커다란 규모의 마을을 통과하게 됐다.

 

하늘 가득 푸르름을 더해주는 높다란 포플러 나무 숲으로 조성된 마을의 거리는 나그네가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준다.  그곳에선 마을 아이들과 여인들이 수줍은 얼굴로 살구를 손바닥 한 가득 집어서 준다. 고마운 미소로 값을 대신하며 주는 대로 먹고 배낭에 채워 넣는다. 이곳은 일조량이 풍부해서인지 과일의 당도가 꿀물을 먹는 듯 달콤하다.

 

우리가 통과하는 마을은 제법 규모가 있는지라 구멍가게도 있고, 사막의 생명수인 콜라도 팔고 있었다. 콜라가 너무나 먹고 싶었지만 돈을 어디에 놔뒀는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몇몇의 참가자들은 콜라와 과자를 사먹었다고 했다. 그저 부럽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사실 나는 이날 레이스 중간에 포기를 할 뻔 했다. 무슨 일인지 갑자기 식은 땀에 구토가 나서 3번에 걸쳐 위 안의 모든 걸 다 뱉어 버렸다. 더워지는 날씨와 몽롱해진 정신 속에 너무나 몸 상태가 안 좋아지니 길가에 누워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언덕 위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을 발견하고 1시간 정도를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버렸다.

결국 휴식의 덕분인지 다시금 컨디션을 회복하고 달릴 수 있었는데 ‘사막의 여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마을을 벗어나자 드디어 메마른 고원의 사막이 나타났다. 이곳은 마을 외곽의 개천을 경계로 사람이 사는 곳과 아닌 곳으로 구분이 되는데, 단지 개천 하나 사이로 너무나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코스 양 옆으로는 수십 미터의 높지 않은 언덕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바닥은 생전 물을 만난 적이 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참가자들을 만났다. 한국팀, 영국, 호주, 미국, 캐나다, 홍콩 등지에서 온 다양한 참가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사막은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경험을 하는 장소이기에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한다. 역시 사막은 일단 발을 한번 담그면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과 같다.

 

본격적인 더위와 메마른 사막과의 만남인 오늘 레이스는 10시간 9분 40초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개울을 건너다 미끄러져 앞으로 뒤로 한번씩 넘어졌다. 타이즈가 찢어지고 오른쪽 엄지손가락, 오른쪽 무릎에 타박상이 생겼는데 관절을 구부릴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 캠프에서 메디컬 팀에게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라 한다. 그래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라 냉 찜질을 하고 타박상에 좋은 연고를 바르라며 한 통을 주었다. 내일의 롱 데이가 걱정이 된다. 마인드 콘트롤을 해서 더욱 정신력을 강화 시키자.

 

덧붙이는 글 | 20007년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고비 사막 마라톤대회 참가기입니다.


태그:#마라톤, #고비사막, #여행, #중국,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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