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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몽골인들은 대자연의 숨결과 함께 살아간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야 현대식 문명에 휩쓸려 살아가지만 변방 유목민들은 물처럼 자유롭게 살아간다. 어쩌다 가축들이 풀을 뜯을 수 있는 곳이면 그곳이 집터가 되고, 작은 물웅덩이는 그들의 샘터가 된다. 그만큼 물이 귀한 그곳 사람들은 한 방울 물도 생명수로 여긴다. 

 

강제욱 외 5인이 쓴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는 몽골의 초원과 하늘, 그리고 몽골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대자연의 초원과 사막과 들판을 사랑한 사진·여행 전문가 6인이 전하는 몽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12세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던 몽골은 13세기 칭기즈칸과 더불어 유라시아 초원을 넘어 유럽 대륙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죽음으로 내부 갈등과 몰락의 길을 걷고, 청의 속국으로 전락한 몽골은 황폐한 초원지대로 밀려났다. 1911년 청나라의 멸망으로 독립의 기회를 엿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로 네이멍구 지역을 아우르지 못한 채 반쪽짜리 독립을 했다.

 

네이멍구는 중국의 영토로 편입되어 중국 자치구가 되고,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 아래 공산정권이 수립되어 몽골인민공화국이 됐다. 1961년 몽골은 UN에 공식 가입하고, 1990년에는 공산주의를 청산하고, 자유경제 체제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그것이 몽골의 과거라면 몽골의 현재는 너무나도 발빠르게 개혁 개방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울란바토르 시내는 교통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고, 개인 사업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길거리마다 각양각색의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줄줄이 세워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부모의 이혼이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폭력을 피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은 도시의 지하다. 거리를 걸으면 곳곳에 맨홀을 발견할 수 있다는데 그곳이 아이들의 움집이다. 그만큼 치안 부재와 급격한 빈부의 격차, 전통과 혁신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곳이 울란바토르의 모습이다.

 

"채굴회사들이 땅의 사용권을 차지하고, 개발한다는 명문 아래 초원을 파괴하면서 삶의 터전이자 본래 그들의 근거지였던 드넓은 초원을 빼앗기는 유목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산림과 초원이 훼손되면서 사막화되는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폭설과 한파 등 이상기온 현상도 나타납니다."(123쪽)

 

이는 몽골의 현주소요, 몽골의 미래다. 몽골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노천광산에서 구리와 석탄, 희귀 광물들이 채굴되고 있고, 광산 주변에는 사람과 자본이 몰려들어 새로운 도시가 탄생되는 까닭이다. 그만큼 한가롭게 풀을 뜯는 염소와 양이 만들어내던 초원의 평화로움은 숨 가쁘게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골 촌뜨기 몽골인들은 급한 볼일을 초원에서 눈치껏 해결한다. 길도 없는 초원길을 말을 타고 몇 시간씩 달려야 하고, 맛을 음미하기보다 배를 채우기 위해 대충 조각낸 삶은 양고기를 소금에 툭툭 찍어 먹어야 하고, 없던 길도 길 위에 내면서 다녀야만 한다. 그들은 가축들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 좀체 나물도 먹지 않는다.

 

특별히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아르항가이'의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빼곡히 들어 차 있어서 어느 시골보다 더 정겹고 아늑하다. 네이멍구자치구의 대흥안령산맥에는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어서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을 밝혀준다. 머잖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네이멍구자치구 바얀호트 또한 칭기즈칸의 장구한 역사를 그리고 있는 2000여개의 암각화를 엿볼 수 있다.

 

그러니 대자연의 초원 위를 자유롭게 거니는 몽골인들은 아직도 칭기즈칸의 후예답게 물을 생명처럼 여긴다고 한다. 칭기즈칸은 "옷이 너덜너덜해지기 전에는 절대 빨래를 하면 안 된다"고 명을 내릴 정도였으니, '펑펑 물 쓰듯 하더라'는 우리네 표현이 부끄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 같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샤워를 해대는 우리들의 모습이 과연 그들의 영혼보다 더 깨끗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매일같이 씻지는 못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그들의 영혼이야말로 우리네보다 훨씬 더 맑고 깨끗하지 않겠는가?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평생 잊지 못할 몽골의 초원과 하늘,그리고 사람 이야기

강제욱 외 지음, 이른아침(2008)


태그:#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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