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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옥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꿈에 그리던 황산을 오르게 되었다.

199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 유산으로 선정된 황산을 오르기 위해 운곡 케이블카를 타고 황산으로 향했다. 운곡케이블카는 운곡사와 백아령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비가 오려는 듯 잔뜩 찌푸린 날씨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럼에도 케이블카 안에서 바라보는 황산은 그 빼어난 경관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산딸나무가 하얀 꽃을 수북이 피워놓고 우리를 환영한다. 이 나무는 황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비가 그친후 안개에 쌓인 황산의 모습
▲ 안개낀 황산의 모습 비가 그친후 안개에 쌓인 황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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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산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고 있다. 황산은 특히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雲海), 온천(溫泉), 일출(日出), 동설(冬雪)등 6가지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해발 1860M의 연화봉을 중심으로 주위에 72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자랑하는 중국 제일의 명산이다. 황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운해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광명정을 찾았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에는 비가 조금 뿌린 모양이다. 계단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우기에 황산여행을 하는 나에게 남편이 위로 차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복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가는 황산이라서 아마 내가 황산에 오를 때쯤이면 비가 그칠 것이라고………. (속으로) “당신이 비오지 말라고 기도해서 안 오는 거야 고마워.”

광명정은 황산에서 연화봉 다음으로 높은 곳이다. 황산 중부의 해발 1840m에 위치해 있으며 서쪽으로 돌이 하늘에서 떨어져 꽂힌 듯한 모양의 비래석(飛來石)이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비래석은 거석이 하늘을 나는 듯한 형태라 해서 비래석이라 이름을 갖게 됐다. 정상에 오르자 무슨 기상전망대 같은 시설물들이 설치돼 있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어쩌면 아침에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황산의 모습
▲ 황산 황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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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을 오르다 보면 계단을 오르내리며 만나지는 사람들이 있다. 무거운 물건을 긴 나무 양쪽에 매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는 사람들, 그들은 산 위의 호텔이나 공사에 쓰일 물건들을 손수 몸으로 져 나르고 있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저렇게 무거운 물건을 지고 나르는 모습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황산의 등산코스를 보면 우리나라 등산코스와는 많이 다르다. 등산길 거의 대부분이 계단으로 되어있다. 이 높은 바위산에 어떻게 수많은 계단을 만들어 놓았을까? 깎아지를 듯한 아슬아슬한 곳에도 계단은 어김없이 찾는 이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중국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이 돌계단을 만들기 위해 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니 아찔하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쳐야 했는지.

바위에 기대고 서 있는 노송의 모습
▲ 노송 바위에 기대고 서 있는 노송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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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이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시신봉에 올랐다. 이곳은 기송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절벽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는 황산의 절경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그 모습에 반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이중에 하나쯤은 멋진 사진으로 건져지리라는 기대를 갖고 다른 어느 곳에서 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 보이는 야생화는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많았다.

해당화와 비슷한 붉은 인가목
▲ 붉은인가목 해당화와 비슷한 붉은 인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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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처럼 생긴 꽃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꽃의 이름이 '붉은인가목'이란다. 생긴 모양은 꼭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찔레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해당화와 흡사하다. 다만 찔레꽃보다 꽃잎의 크기가 크고 붉은색을 띄고 있는 점이 다를 뿐, 해당화와는 나뭇잎과 색이 옅은 점이 다르다.  그밖에도 이름 모를 꽃들이 우리 일행들을 반겨준다.

배운정에 도착하였다. 주변을 바라보니 큰 바위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서 있다.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배운정은 중화민국 24년, 서해(西海) 입구에 세워졌으며, 시야가 확 틔여 황산의 기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라는 설명이다. 계속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황산절경을 찾아 다녔다.

하얗게 핀 산딸나무의 모습
▲ 산딸나무 하얗게 핀 산딸나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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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산위 호텔인 서해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행들이 한방에 모여 들었다. 함께 마시는 커피의 맛이 일품이다. 미리 준비한 컵라면은 인기가 없다. 모두 배가 부르다며 손사래를 치다가 이야기꽃을 피우며 조금씩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황산 산위에 있는 숙박시설
▲ 호텔 황산 산위에 있는 숙박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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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산속에 호텔을 짓느라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려야했을까…. 가이드 말에 의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황산에서 공사를 하다가 죽어갔다고 하니 여행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호텔은 깨끗하고 시설도 제법 잘되어 있다. 샤워실도 두 개나 있고 침대나 수건 등 물품도 깨끗하다. 다만 산속이라서 그런지 벌레들이 날아들어 잡느라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잠들기 전에 하늘을 살펴보았다. 내일 아침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꿈속으로 향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세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일출을 보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선 길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워낙 흐린 날씨에 비까지 오려는지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피곤을 앞세운 채 '청량대'에 올랐다. 그러나 일출은 볼 수 없었다.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온통 가로막고 비를 뿌려댈 기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기세라 서둘러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우기에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고 황산을 여행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바라던 일출은 끝내 우리를 외면하고 말았다.

숙소를 나와 다시 한참을 걷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가이드가 이곳이 '몽생필화'라고 불리는 곳인데 바위 위에 있는 한 그루 소나무가 마치 붓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 틈을 헤집고 들어가 몇 컷 사진을 담고 나오는데 계단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자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사진을 찍어서 어린 아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근사하고 멋있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말로만 듣고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황산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아름드리 노송과 온통 산을 뒤덮은 기암괴석들, 꾀꼬리보다 더 고운 소리를 내는 새들의 노래, 한들한들 피어있는 야생화와 더 나은 황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황산은 그 모든 것들을 품은 채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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