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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어머니 품에 안겨 실컷 운 느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국민을 대신하여 시청 앞에 자리잡고 시국미사를 지낸 이후, 정말 많은 국민들이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국민의 의사표현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과잉진압을 한 경찰에게 받은 상처와 이들의 교묘하고 비윤리적인 법집행을 보면서 국민들은 누구에게 기대어 자신들의 하소연을 해야 할지 무척 난감하였을 것이다.

 

사실 명박산성으로 대표되는 정부측의 대응은 국민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에 다름이 아니었다. 마침 집회의 중심도 없고, 배후세력도 없는 순수한 시민집회는 당연히 조직적인 구심점이 없는 관계로 사분오열될 위기에 처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서로 말은 안해도 무언가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눈빛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에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곡점에 등장한 것이 바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사제단의 등장에 돌파구를 찾던 국민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반대로 정부측에서는 이제 한 두건 정도의 폭력시위라는 정황적 증거만 확보하면 대대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한 국민들을 폭도로 몰아 무력으로 진압할 절호의 찬스를 사제단의 등장으로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의구현사제단의 등장이 유혈사태는 막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전혀 개선된 것이 없고, 또 개선될 여지 또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두달여 간의 촛불집회 동안 정부에서 보여준 행태는 국민을 무시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근시안적 대책으로 현재 국민이 요구하는 문제점 해결에는 전혀 귀 기울일 생각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이것이 관철되지 않아 차도로 나선 시민들을 몰이사냥하듯이 몰아 넣고 곤봉과 방패로 치고 소화기와 돌을 던지며 국민들의 피를 요구한 정부에게 이미 신뢰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으로 현 시국을 돌파할 것인가?

 

이렇게 평화의 거리행진이 계속되면서 정부, 언론과 여당에서는 야당의 국회등원을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며, 야당은 얻는 것도(어청수 청장의 파면 같은) 없이 국회에 들어가 FTA의 거수기나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매번 TV에서 보듯이 의사당에서 몸싸움이나 하다가 각종 민영화 관련 법안들이 힘에 밀려 모두 통과되고 나면 민주주의가 죽었느니 하며 성명이나 발표하고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사이 언론장악이나 FTA가 통과되고 나면 정부는 좀 더 힘있게 대운하, 각종 민영화사업 등 이권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추진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한번 민영화된 기업을 다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국민의 말을 들어달라고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동안 정부는 조용히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가는 동안 국민들이 그저 매일 기도와 함께 평화적인 행진만 할 리는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좀 더 적극적인 국민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쪽과 신중을 기하자는 쪽으로 나뉘고,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려는 측은 좀 더 과격한 시위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정부측 도발은 과거의 경우처럼 시위대를 국민들로부터 고립시켜 탄압하는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예상은 예상이라 하기에도 무안한, 그저 지금까지 수구여권이 해 왔던 일들을 정리한 수준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거의 이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이 취해야 할 방향은 과연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정의구현사제단의 단식기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저 무한정 평화시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식기도를 통해 정부에게 평화집회의 유효기간을 준 것이다.

 

이 유효기간을 통해 정부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결국 다시 미봉책에 불과한 것을 내놓았을 때의 대책을 지금부터 치열한 논의를 거쳐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국민들의 요구는 쇠고기 문제에서 시작하여 각종 민영화 법안, FTA 반대 등 정부 정책의 대부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반대 목소리와 함께 부분적인 찬성의 목소리도 함께 섞여나와 정부와 이명박 정권에 어떤 신호를 줘야 할 지 곤란한 부분도 많았다. 물론 이것이 배후세력(?)이 없는 대중적인 시민집회의 문제를 보여준 것이겠지만, 결국 정부와 대통령에게 선택할 수 있는 요구가 단순하고 명료해야 그에 대한 빠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수렴과정을 유효기간 내에 거치지 않게 되면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의 얕은 꾀에 쉽게 넘어가 국민의 단합된 힘이 쪼개져 결국 국민의 힘이 나뉘는 불행을 겪게 될 것이다.

 

대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쇠고기협상과 같은 외국과의 협정에는 대화파트너가 존재하기에 그 결과 또한 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국민투표는 대통령 자신이 결정하면 되는 문제이다. 수구여권이 주장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대다수의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것이 현재와 같이 뇌사상태에 빠진 정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을 직접 묻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가장 정부의 정책방향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방법이고, 국민들도 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태그:#정의구현사제단, #촛불집회,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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