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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 묘소 앞에서 열린  백제의미소길 만들기 조성 결의대회에서 스님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 묘소앞에서 '백제의 미소길' 조성 결의를 다지는 스님들 2일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 묘소 앞에서 열린 백제의미소길 만들기 조성 결의대회에서 스님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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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모과나무, 으름덩쿨, 싱아, 산밤나무, 버찌, 다래, 머루넝쿨, 산딸기, 소나무 로 우거진 산길은 산기슭을 따라 꾸부정하게 휘기도 하고 때로는 언덕을 오르기도 하면서 10여리 길이 이어진다. 길을 가는 내내 다람쥐와 너구리, 딱따구리와 멧비둘기, 때까치, 작은 콩새, 나비, 잠자리, 벌 등 온갖 것과 벗할 수 있다.

산길이지만 너무 평이해 등산길이라고는 할 수 없고 천상 옛날 사람들이 장을 보러 다니던 고갯길이라면 맞을 게다. 실제로 그 길은 그랬다.

1000여년 전 가야산 동쪽과 서쪽 자락에 100여개가 넘는 사찰이 있을 때는 선방에서 수행을 하던 수행승들이 포행을 하던 길이었고 양쪽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서로 바꿀 물건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넘어 다니던 고갯길이었다.

이 길을 수행승들과 지역주민 지역환경단체 등이 다시 옛 모습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5월 '백제 미소 길'이라 명명하며 '걷는 길'로 만들자고 했다.

'백제의 미소길'은 최소한의 정비만 한 채 지금의 모습을 살려 걷는 길로 만들어 놓을 경우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소가 될게 분명하다는 게 서산, 예산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 스님들의 생각이다.

길 주변에 널려있는 불교유적과 가아산에 얽힌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근대사를 조금만 조명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백제의미소길 걷기에 나선 스님들이 '가야산관통도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 옆을 지나고 있다.
▲ 백제의 미소길 걷기에 나선 스님과 환경단체, 일반 시민들 백제의미소길 걷기에 나선 스님들이 '가야산관통도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 옆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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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충남도의 생각은 다르다. 이 길을 폭 7m로 포장을 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가야산관통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산 쪽의 서산 마애삼존불상과 백제세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원사지를 관광한 외지 관광객들이, 산 넘어 반대편에 있는 예산지역의 문화재와 관광지 등을 쉽게 접근하기 위해 서라는 게 충남도의 가야산관통도로 설치 이유다.

그러나 서산지역으로 뻗어있는 대부분의 산이 산림청 소유로 산림청은 현재 숲으로 접근하는 길을 사람만 오르게 하고 차량은 차단한 채 숲속의 학교와 산림욕장 등을 만들어 놓고 운영 중이나 충남도의 계획대로 '관통도로'가 뚫릴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가야산은 산 덩어리 모두가 환경 박물관이다

이날 백재의미소길 걷기대회에는 하안거 반결제를 맞은 수덕사 스님들과 사회단체, 시민 등 400여명이 참가했으나 거의 모두 10리 가까운 산길을 걸어서 넘었다.
▲ 백제의 미소길을 걷고 있는 스님들과 시민들 이날 백재의미소길 걷기대회에는 하안거 반결제를 맞은 수덕사 스님들과 사회단체, 시민 등 400여명이 참가했으나 거의 모두 10리 가까운 산길을 걸어서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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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환경보전 종합대책기본계획을 위해 지난 2001년 가야산 일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포유류로는 너구리, 노루, 산토끼, 고슴도치, 족제비, 두더지, 다람쥐, 박쥐 등이 서식하고 조류는 부엉이, 올빼미, 꿩, 맷새류, 꾀꼬리, 멧비둘기, 까치, 까마귀, 새매, 소쩍새, 닥새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목은 소나무, 굴참나무, 으름넝쿨, 경경류 등 100여종이 자생하고 곤충은 딱정벌레목,나비목, 메뚜기목, 노린재 목, 사마귀목이 서식하는 등 전체 식생상태가 계룡산국립공원의 2.5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량 통행이 빈번할 경우 오염으로 식생상태가 무너질 수 있고, 기타 차량 사고 등으로 인해 계곡이 오염될 경우 쉽게 복원하기 힘들어 차량통행을 막고 있는데 이 길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로 만들 경우 산림욕장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게 뻔하다.

게다가 서산 쪽의 가야산 계곡은 충남 서부지역 유일의 계곡으로 거의 일 년 내내 휴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드는 것이나 계곡 상류를 따라 이어지는 도로가 관통될 경우 계곡은 차량과 쓰레기 등으로 뒤범벅이 되어 제 역할을 잃을 수도 있을 게다.

이러한 일을 우려해 2일 지난해에 이어 다시 스님들과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이 가야산 관통도로가 뚫리는 초입인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 묘소 앞에서 '2회 가야산 관통도로 건설 중단과 백제의 미소길 조성 촉구'를 위한 다짐 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는 조계종7교구본사인 수덕사, 서산시 사암연합회, 불교환경연대, 충남 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 녹색연합 회원 등 모두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가야산 관통도로가 철회되고 백제의 미소길이 조성될 때까지 이 길을 지키며 싸울 것이다' 등의 내용으로 된 결의문을 낭독하고 서산시 운산면 보원사지까지 3.7㎞구간을 걸어서 넘어갔다.

정범스님은 "충남도와 지난 1년간 여러차례 협의를 거쳐 서로 의견 접근이 있었으나 최근에 다시 차량통행용 도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를 경고하는 차원에서 마침 하안거 반결제를 맞은 스님들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케 됐다"고 말했다.

수덕사에서는 이 길을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에 넣어 수시로 걸어서 넘나들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가야산연대의 이지훈씨는 "가야산은 통째가 생태자연박물관으로 이를 훼손한다는 것은 소중한 자산을 망가트리는 것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을 했다.   

충남도는 거의 자연상태의인 이 길을 폭 7m로 만들고 포장을 해 차량을 다니게 할 계획이다.
▲ 스님들이 걷는 길옆으로 가야산 관통도로 개설을 위해 측량한 붉은 깃발이 꽂혀있다. 충남도는 거의 자연상태의인 이 길을 폭 7m로 만들고 포장을 해 차량을 다니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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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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