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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저녁 7시, 전남 순천시 연향동에 위치한 중앙서점 3층 로비에서 '아이들의 인격을 키워주기 위한 교사 소모임' 회원인 7명의 선생님이 함께 만났습니다.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당연히 학교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겠지요.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몇 토막만 재구성해보겠습니다.

 

교사1 "수업시간마다 늘 엎드려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선생님들도 할 만큼 해보고는 안 되겠다 싶으니까 그냥 포기하고 말았지요. 물론 제 시간에도 늘 엎드려 있곤 했는데 지난달부터 아이들 이름 불러주기 운동을 하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엎드려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러주고,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도 일부러 꼭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곤 했는데 그때부터 수업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저도 좀 놀랐어요. 어떻게 해도 안 될 것 같은 아이였는데 작은 실천의 힘이 이렇게 크구나 싶었지요."            

 

교사2 "요즘 아이들이 갈수록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교실에 휴지가 떨어져 있어도 본 체 만 체하고 심지어는 교실에 침을 뱉는 아이들도 있고 그래요. 올해는 제가 학년 부장도 맡고 해서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 이름을 외워서 이름으로 불러주었지요.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은 이름을 물어서라도 불러주니까 자연히 이름이 외워지더라고요. 휴지를 주우라고 하면 짜증부터 내던 아이들이 이름을 불러주면서 다정한 말로 하니까 사뭇 태도가 달라지는 거예요."

 

교사3 "저도 아이들에게 매를 안 대고 말로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까 수업시간이 다른 선생님들 시간에 비해 좀 시끄러운 편이에요. 아이들도 무서운 남자 선생님 과목 시간에는 조용하고 저처럼 매를 안대는 여선생은 좀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매를 대거나 공포감을 조성해서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아이들과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해지니까요. 조금 속이 상하고 더디더라도 아이들의 인격에 호소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아이들의 인격이 커갈 수 있으니까요."

 

교사4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 중에도 아이들에게 좀 심하다 싶을 만큼 매로 다스리는 선생님이 계셔요. 그 분은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겠지요. 저도 그 선생님의 교육방법을 존중해드리고 싶은데 아이들을 매로 다스리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매와 대화를 병행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자발성을 키워주지 않고서는 아이들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교사5 "최근에 학생들이 주도한 촛불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아이들을 참 모르고 있었구나. 어찌 보면 우리가 아이들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해봐요.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의 면면을 어떻게 속속들이 다 알 수 있겠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것도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서 더욱 그래요. 그게 문제라고 봐요.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까 더 이상 아이들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교사6 "부끄러운 얘기지만 학교에서 늘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면서도 솔직히 청소년과 관련된 서적을 거의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었어요. 작년에 참실 소모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처음에는 책을 읽어도 별 도움이 안 되었어요.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을 읽어도 제 자신이 변하지 않으니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거지요. 변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교사7 "<우리교육>에서 발간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상담'이란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을 읽고 작은 한 권의 책으로도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꽤 많이 얻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학교생활에 아무런 의욕이 없고 어느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 일종의 무기력증에 빠진 아이를 지도하는 사례가 소개되는데 그것이 바로 '아이의 강점에 초점 맞추기'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작전이 먹힌 것은 아니지만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말지요. 이 달의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할까 합니다."   

 

이날 함께 대화를 나눈 7명의 선생님들은 전국교직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순천사립지회 소속 교사들로 각 학교에서는 분회 '참실'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참실'은 '참교육실천'의 약자이지요. 이날 작은 강의를 맡아주시기로 했던 선생님이 뜻밖의 사고를 당해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 뜻밖의 사고라는 것이 이 모임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내 여학교에서 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호흡곤란을 겪고 긴급히 병원으로 실려 갑니다. 평소에 학생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고 상담기법에도 능한 선생님이었지만 그날은 감정조절이 잘 안 되었던지 한 순간 화가 폭발하여 그리된 것이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선생님은 그 후 상태가 빨리 회복되어 평상심을 되찾았지만 한 아이를 지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인내를 요구하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주사를 놓으면서 혈맥을 찾지 못해 애를 쓰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아이들의 인격의 혈맥을 찾지 못해 애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의 인격적인 결함도 문제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보석을 찾아내는 연습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연습입니다.

 

교사들은 모였다 하면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꽃을 피운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악담 수준일 때도 없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럴까도 싶지만 가령, 이런 식이라면 그것은 교사포기선언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 자식은 구제불능이야. 뭐, 인격? 그런 놈한테 무슨 인격이 있어? 몽둥이가 약이지. 인격적으로 지도할 놈을 지도해야지 그놈은 인격적으로 대해주면 금방 머리에 올라탈 놈이라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상담> 표지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상담> 표지 ⓒ 우리교육

'아이들의 인격을 키워주기 위한 교사 소모임'에서 정한 7월의 실천행동은 '아이의 강점을 살려 칭찬해주기'입니다. 아이들의 인격적인 성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실천운동에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달의 책으로 선정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상담(우리교육)>의 일독도 아울러 권해드립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지만 교사의 관심과 사랑이 있을 때 더 튼튼하고 아름답게 성장합니다. 그날 모임을 끝내고 선생님들과 헤어져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생각 끝에는 피식 웃고 말았지요.

 

'교사로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아이들을 먼저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들과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교사인 나도 덩달아 행복할 것이 아닌가. 아, 내일은 또 어떻게 요 녀석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행복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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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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