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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1944년)

 

경찰의 살인적인 폭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반백일이 넘도록 자신을 불사르면서 이어지고 있는 한국 촛불집회의 경외스러운 생명력 앞에 해외 한인들은 어쩌면 브레히트가 느꼈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떠난 자가 지닐 법한 부채감, 남겨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사랑. 이런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동안 미주 대륙과 유럽, 아시아의 다이애스포라 한인들은 국경을 초월하는 트랜스내셔널한 촛불을 밝혀 왔다. 대표적인 한인 다이애스포라 지역으로 손꼽히는 로스앤젤레스만 하더라도 그동안 네 차례의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의 촛불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오마이뉴스 촛불 릴레이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9개국, 19개 도시에서 한인들의 촛불집회는 하나의 중심이나 공동대책본부도 없이 그야말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촛불들이 보다 응집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배후 주동자 색출에 혈안인 정부와 보수 언론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면서 이번에도 역시 평범한 한인 여성이 '주동'이 되고 '배후'가 되어 만든 Global Candles(www.globalcandles.org/home)가 바로 그것이다.

 

'씨애틀댁'이라고 알려진 한인 여성이 만든 Global Candles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국민의 평화 집회 상황을 세계의 언론사와 인권단체 등에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자발적 참여공간"이다. 여기에는 현재 중국, 씨애틀, 로스앤젤레스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한 한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커뮤니티로는 '당선무효 2MB Candle' '실타래' '아고리언' '촛불을 지지하는 고대인의 모임' 등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Global Candles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도 한인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이루어지는 번역 활동이다. 6월 28일 현재 한국 촛불집회 관련 주요 기사들이 영어와 일어 등으로 번역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떠나 온 '조국'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비민주적인 행태를 해외 언론사와 인권단체 등에 알림으로써 서울 한복판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촛불을 든 한국인들에게 "당신들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 해외 한인들의 목소리에는 '떠난 자의 슬픔'이 배어 있다.

 

해외 촛불의 외침 "즉각 재협상을 실시하라"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은 29일 일요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산 쇠고기 관련 5차 집회를 개최한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이 주관하는 이번 집회에서 한인들은 한국의 상황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5월 초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을 비롯해 미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함께 광우병을 막는 미국 사람들’은 지난 23일 ‘추가협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아래는 담화문 내용.

 

한미양국의 현 정권은 지난 5월 이후 거의 매일 거리에 나서서 광우병을 우려하며 촛불혁명을 일으킨 한국민의 목소리를 아직도 듣지 않고 있다. 그리고 유모차에 탄 어린 아이들부터 중고생들까지 나오는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폭력적으로 강경대처하고 있다.

 

대다수 대한국민이 원하는 것은  소의 월령에 제한을 두지 않은 전반적인 한미 재협상을 통해 안전한 미국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미당국은 고의적으로 일부 이슈에만 촛점을 맞추어 대한민국 국민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대통령은 소위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30개월 이상되는 미국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협박하듯 말했다. 이대통령은 생명주권을 지키려는 한국민의 숭고한 뜻을 여전히 따르지 않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정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 한국당국이 임기가 몇달밖에 남지 않은 쇠고기 벨트당국인 신자유주의 부쉬당국에 애걸하여 추가협상에서 받아낸  결과란 미국의 수출업체에 자율규제권을 부여하여 30개월 미만의 소만 한국에 수출하도록 하고, 미국정부는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Quality System Assessment)를 통해 직접증명도 아닌 간접증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광우병의 우려가 높아 소의 월령에 상관 없이 유럽에서는 금지된 소창자 같은 부분은 한국에 이제 합법적으로 들어가게 된 셈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당국 역시 두달 가까이 촛불바다를 이루어 온 한국민들의 뜻을 외면하고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동물성 사료, 월령 확인을 포함하는 미비한 검역체계, 야만스러운 사육과정 등 광우병에 관련한 미국의 공장쇠고기는 수출용뿐 아니라 내수용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런  사실들은 미국의 주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활동들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양국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한국민들의 촛불시위를 뜨겁게 지지하며 다음의 사항들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한미당국은 미국내 대기업이 아닌 한국민들의 뜻을 따라 즉각 재협상을 개시하라!

 

하나한국당국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미FTA 비준을 추진하지 말라! 졸속으로 진행된 한미 FTA 역시 앞으로는 한국민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폭력적 진압을 당장 중단하라!

 

하나미당국은 한국민들의 저항을 교훈 삼아 국내외 쇠고기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 대기업의 이윤이 아닌 시민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앞세워야 한다.

 

함께 광우병을 막는 미국 사람들 (www.stopmadcow.org /LA)

 


태그:#미국산쇠고기, #GLOBAL CAND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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