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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울산에서는, 저녁 7시부터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울산촛불 문화제'가 강선행(26) 울산청년회 홍보부장의 사회로 "관보게재, 철회하라!"란 구호와 함께 진행 됐다.

 

이날,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강행을 계기로 촛불민심이 재점화 하는 양상을 반영하듯, 예정에 없던 행사인데도 약 500여명의 시민이 집결하였고, 학생들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문화제 소식을 빠르게 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5일 울산에서도 시위도중 5명의 연행자가 발생했기에, 이날 행사장엔 긴장이 고조되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공중파방송인 MBC, KBS를 비롯해 많은 취재진들이 붐볐고, 전경 5개 중대 및 사복, 교통경찰을 포함 약 800여명의 공권력이 시가지 진입로를 차단했다.

 

울산 촛불문화제 대책위 관계자는 "국민이 이해 할 수 있을 때 까지 시간을 늦추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전술에 불과 했다"고 격분하면서 "매주 수·금·토요일 진행되던 울산의 촛불문화제는 정부의 장관고시 관보 게재를 계기로 '고시 철회' 될 때 까지 매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울산시민이라고 밝힌 여성은 자유발언을 통해 "자영업을 하는 서울시민이 시위 도중 손가락이 잘렸다"면서 "그것도 경찰이 이빨로 물어뜯었다"고 분개 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 경찰이 이럴 수 있느냐"고 반문하였다.

 

이어 울산 모 여중 3학년이라고 밝힌 중학생은 "시험기간이라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사랑하는 학우들에게 미친소를 먹게 할 순 없다는 생각에 빠짐없이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고 자신을 소개 한 뒤 "어린 저라도 나서서 대통령님께 사정하면 들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기어코 관보게재를 하고 말았다"고 말을 잇지 못 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촛불소녀"와 "괜찮아"를 연호하였고, 일부 시민들은 함께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에 다닌다는 회사원은 "어제, 공권력의 무차별적인 연행이 울산에서도 드디어 시작됐다"고 언급하면서 "인도를 걸어가는데 고기잡이식으로 포위하여 짐승처럼 끌고 갔다"고 주장하였고 "법도, 민주주의도 실종 된 이 정권에 민노총의 역사와 80만 조합원 및 이 땅의 1200만 노동자가 총궐기 해 반드시 민주주의를 사수 하자"고 '투쟁!' 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시민들은 "고시철회, 명박퇴장!"을 연호했다.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에서 왔다는 장진욱(37·회사원)씨 부부가 초등학생 두 딸과 무대에 올라, 가족단위의 시민들로 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부인은 "촛불문화제 행사 때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빠짐없이 참여하느라 신랑 밥을 제대로 못 챙겨 줘 미안하다"며 곁에 있는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는 주부로써, 미국산 미친소가 수입되는 걸 방관자처럼 지켜만 볼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하였다. "한 두 끼 식사를 혼자서 챙겨 먹으면서도 이런 아내가 자랑스러워 오늘,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장진욱씨도 즉석에서 화답 했고, 덕신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딸은 "광우병 쇠고기, 먹기 싫어요!"라고 씩씩하게 말 해, 많은 시민들로 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생일을 맞은 친구와 여러 동료들이 의미 있게 보내자며 문화제에 함께 참여했다"고 밝히자 사회자가 즉석에서 김기웅(36·회사원)씨를 소개 해 500여 시민들과 함께 생일 축하곡을 즉석에서 선사하기도 하였다.

 

저녁 8시경, 어제(26일) 연행된 5명의 시민들이 풀려나 문화제 현장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어 구금됐다 석방 된 시민들이 소개 돼 무대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계속 되었다.

 

정연희(울산촛불문화제대책위)씨는 "여러분 때문에 풀려났다"고 소감을 밝힌 후 "폭압적인 경찰의 연행에 맞서다 몸을 많이 다쳤지만, 소중한 촛불 하나하나 때문에 우리가 위법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러분과 함께 시국 타개를 위한 많은 의견 개진과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맡은 바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정련(전 울산광역시의원)씨도 석방 소감에서 "경찰이 왜? 촛불 집회에 참석하냐"고 물었다고 하면서 "'장애인 성폭력 피해 방지' 활동을 하는 시민으로써 선택권도 없는 사랑하는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수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이어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사연을 소개 하면서, 응급조치까지 받은 몸을 걱정하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시대 엄마의 역할이 아이들을 위해서는 작은 아픔쯤은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지훈(시민연대)씨도 "다시 여러분과 만나게 돼 기쁘다"며 "정권의 분열책동이 가속화 하는 요즘, 울산은 시민과 노동자, 학생들이 촛불 속에서 끝까지 하나가 되자"고 당부 하였다.

 

다채로운 문화 공연도 함께 병행 한 이번 울산 촛불문화제에서는, 현직 선생님들로 구성 된 '전교조 울산지부 노래패'의 인상적인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개사한 '파란나라'등 경쾌한 노래에 맞춰 율동까지 곁들인 이들의 공연은  특히,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옥동에 산다는 김모(45·남)씨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는 학생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선생님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오는 선생님들도 있구나"라며 반색하였다.

 

울산의 대표적인 민중노래패 '파람' 공연도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 밖에 '외국 언론이 바라보는 촛불집회' 영상물 상영등도 진행 되었다.

 

울산촛불문화제 대책위는 밤 9시경 "지금 당장, 재 협상을" 구호를 외치며 "내일도 이 자리에서 함께 합시다"라는 안내를 끝으로 26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울산촛불 문화제'를 마쳤다.

 

문화제 종료 후 시민들은 깃발을 앞세우며 울산대공원 동문 주차장 진입로를 따라 시내로 시가 행진을 시작 하였다.

 

한편, 동문입구쪽으로 귀가하려던 일부 시민들은 전경 300여명에 에워 싸여 강력하게 항의 하는등 소란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연행되었다. 한 시민은 "길을 터 줘야 나갈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흥분한 몇몇 시민들이 전경들을 향해 욕설을 내 뱉는 등, 일순간 분위기가 험악해 지기도 하였으나 주변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상황을 진정 시켜 큰 마찰 없이 20여분만에 경찰이 길을 터 주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연행된 시민의 인적 파악이 아직 안되고 있다"며 "경찰이 평화적인 촛불 문화제는 보장한다고 약속 해 놓고 한편으론, 무력화 시키기 위해 특정인을 표적하여 연행 하는 것"이라고 분석 하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대표부가 마련 돼 있으니, 곧 경찰서로 달려 가겠다"고 밝혔다.


태그:#울산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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