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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일 한미 쇠고기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채 가시지 않았고, 게다가 양국 협상 대표가 합의문에 공식 서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공식문서로 인정되는 합의문도 교환하지 않은 채, 법적 구속력을 갖는 우리 정부 고시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 여당 내부에서조차 "굴욕적인 외교"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결국 두 달여 진행된 쇠고기 사태에서 국민적 신뢰를 잃고 반성하겠다는 정부가 최종 고시를 앞두고서는 미국과의 외교적 신뢰를 더 중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다.

 

합의문 사인도 해주지 않은 미국 신뢰 얻으려?

 

하나는 미국의 분위기다. 쇠고기 사태가 두 달여 지나오면서, 지난 4월 이명박-부시 회동 이후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한미 관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외교통상 관계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열린인터뷰 자리에서 "(이번 쇠고기 추가 협상과정에서) 미국과의 신뢰가 어느 정도로 없었는가 하면, 고시를 하면서 합의문에 사인을 동시에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이어 "(한국 정부가) 협정문 사인해놓고 고시를 하지 않은 것이 두 번"이라며 "이번에는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금지까지 얻어가며 지난번과 다르게 협상했기 때문에, 고시하는 시점에 함께 (사인)하자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한미 통상장관은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공식 서명한 합의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고시와 동시에 합의문에 서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여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법적 효력을 가지는 고시와 함께 미국 쪽에서 합의문에 서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보면 굴욕적"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굴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25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국가간 관계에서 합의사항 준수는 국가 신뢰도를 국제사회에서 유지하는데 필수 불가결하다"면서 "하물며 경제 70%를 차지할 정도로 무역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촛불공안정국 속에 더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인식도 한 몫

 

두 번째로는 정부와 여당 내에서 사실상 촛불정국을 마무리 국면이니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인식도 고시 강행의 이유로 보인다. 덧붙여 자칫 고시를 연기할 경우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되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인식이 깔렸다.

 

실제 추가협상이 끝난 뒤 인터넷을 통해 '미국과의 이면합의설' 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으며, 합의문 공개가 늦어지는 배경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더이상 관보게재를 늦추면 의혹이 진실이 되고, 정국은 오도된 정보에 의해 춤출 수 있다"면서 "이면합의가 없고 숨기는 내용도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즉각 고시를 관보에 게재하고, 추가 합의문 전문을 공개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촛불 시위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고 보수언론의 대대적인 공세도 힘을 얻고 있다. 또 정부 차원의 원산지 표시제 강화와 검역지침 등을 발표하면서 쇠고기 안전을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추가협상에도 국민의 쇠고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시 강행은 미국과의 외교관계 때문에 국민과의 신뢰를 경시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는 이명박 정부가 결국 미국과의 외교 통상관계에만 매달린 나머지 정작 국민의 신뢰를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한미?쇠고기?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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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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