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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이화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주최로, 누리꾼들의 불매운동과 광고중단요구 위법여부를 따져보는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민변이 토론회 패널로 초청한 '조중동' 관계자와 경제단체 관계자가 불참해 '반쪽토론회'로 진행됐다. 

 

반론은 곁들여지지 않았지만, 관련 법률, 소비자운동, 한국의 기형적인 언론구조, 누리꾼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소비자 운동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에 대한 법적 대응을 운운하고 있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향해 쓴 소리를 던진 김기창 교수의 '특강'이었다.

 

김기창 교수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 소비자들의 가치관 표현 행위"

 

김기창(고려대 법대) 교수는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라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의 구매행위는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중요한 행위"라며 "더 이상 현대의 소비자들은 경제적인 기준에만 의존해 구매행위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도 미국산 쇠고기를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고 했지만 '안 사먹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냐"며 "이 대통령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이 가능하다고 '영도'해준 것처럼 지금 소비자들은 구매결정을 통해 자신의 윤리적 가치관과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윤리적 소비자의 등장으로 소비자와 기업 간의 권력구조가 재편되고 소비자의 윤리적 요구에 부응한 기업은 오히려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누린다"며 "그 예로 미국 시장의 경우 '윤리적 생필품' 시장 규모는 2006년 330억불에서 2011년 570억불로 성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네덜란드(67%)와 프랑스(60%)의 소비자 과반수는 '윤리적 생필품'을 더 높은 값을 주고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운동이 '언론 각성'에 가장 효과적"

 

김 교수는 이날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을 정부와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가장 폐해가 적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 확보 수단을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언론인의 자율이나 각성에만 의존하거나,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실효성의 문제점과 언론탄압이라는 빌미만 가져다 준다"며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가장 덜 위험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자발적인 불매운동은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지속되지 않는다. MBC 때려 죽이자고 보수우익단체들이 들고 일어나도 지지기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옳지 않은 주장은 가만 놔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언론이 지향하는 사상의 자유시장모델에 가장 충실한 운동이다. (중략) 과거와 같이 시장 점유율이나 물량 공세에 의존해 언론 기업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은 얼마 남지 않았다."

 

김 교수는 현재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 관련 게시물 임시삭제의 근거가 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대해서도 "유례가 없는 인터넷 언론, 통신 탄압수단"이라며 "우리와 비슷하게 포털사이트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리고 규제 '선진국'인 중국과 파키스탄과 나란히 발 맞추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미국 연방법의 통신윤리보호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내용이 아닌 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험에서 완전히 보호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6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는 하루에도 달리는 수십만의 댓글을 조치하지 않으면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며 "소비자 운동, 언론 및 표현 자유의 중요한 물적 기반인 인터넷에 대한 제도적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낡은 제도로 네티즌 못 묶는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누리꾼들은 정부와 보수신문의 공세에 지지 않고 계속해서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다짐했다.

 

<조선일보>로부터 경고 공문을 받은 82쿡닷컴 회원 '풀빵' 이주연씨는 "처음 시작할 때 '우리 집도 끊었다', '옆 집에 끊을 것을 권유했다' 정도의 운동이었지만 광고주 압박 운동부터 시작해 이제는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정도까지 발전했다"며 "아직 보수신문들은 우리의 정체와 원하는 바를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알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 회원 '하얀쪽배' 신상민씨는 "새우맛 과자의 '원재료'가 '쥐머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새우맛 과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행동하지 않겠나"며 "조중동도 신문이라는 겉모양을 갖추어 놓았지만, 내용은 '쥐머리'이기 때문에 누리꾼들이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씨는 "낡은 제도를 이용해 누리꾼들을 묶으려고 하는 것은 오판"이라며 "누리꾼들은 배후도, 노선도, 결론도 없는 이들인 데다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조중동, #촛불문화제, #미국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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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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