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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뜨거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이 그립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숲속 길을 걷고 싶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걷고 싶다. 그러나 날씨가 더우면 게을러지기가 쉽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르르 흐르니 당연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건강한 삶을 위해 산을 찾는다. 산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사람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마음먹은 만큼 산을 가까이 하지 못한다. 삶의 굴레에 갇혀 마음의 여유를 잃고 살기 때문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딱히 쉬는 날이 정확히 고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나 직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 정기적인 여행이나 외출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모처럼 어제(22일) 오전 친구와 함께 광주시 문흥동 현대아파트 바로 뒤편에 있는 삼각산에 올랐다. 산의 높이도 별로 높지 않고, 거리도 멀지 않아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광주광역시는 예로부터 빛고을이라고 칭했다. 영산강의 지류인 극락강이 시의 북서부를 관류하여 서남으로 흐르며, 동쪽에는 무등산, 북쪽에는 병풍산, 삼각산, 남쪽에는 금당산, 서쪽에는 어등산, 용전산이 둘러싸고 있다. 모두가 광주의 귀한 생명수들이다. 광주에는 주택지 가까운 야산 등산로가 많다. 그중에서도 삼각산 산책로는 최상급에 속한다. 최상급이라 함은 북구 관내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를 말한다.

 

나는 가끔 친구와 함께 이곳 삼각산에 오른다. 삼각산 산책로는 광주 서북쪽 일곡지구, 문흥지구, 오치지구 등 세 방면에서 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곳이 160번 버스 종점에서 바로 오르는 문흥지구 문흥동 금호 아파트, 문흥동 현대아파트 바로 뒤편이다. 다음은 광주생명과학고 뒤편으로 접근하는 중앙부 접근로이다. 가장 북쪽 편으로는 일곡지구에서 접근하는 길이 있다.

 

 

 

삼각산 산책로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울울창창 우거진 솔 숲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뙤약볕이라도 그늘이 많아 무덥지가 않다. 사람을 건강하게 오래 살게 만든다는 신비의 물질,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소나무 숲길에서 한참을 쉬면서 생수같은 건강 깊이 들이 마시니, 가슴이 확 트인다. 

 

산책로 입구에 한 노부부가 텃밭에서 채소를 거둬들이고 있다. 평화롭다. 얼핏 보기에도 그다지 나무가 많은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소일거리 삼아 가꾸는 텃밭이 오밀조밀하다. 그러나 주변의 도로 확장공사와 아파트 건축이 눈에 거슬린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서니 참나무, 소나무, 벚나무, 탱자나무, 측백나무 들이 반긴다. 나비도 날고 새도 난다. ‘오르는’ 재미로 치면 심심할 수 있는 곳일 듯싶지만, 찔레꽃, 장다리꽃, 질경 꽃, 엉겅퀴. 칡넝쿨, 산딸기 나무 등과 눈을 마주치니, 가슴이 설렌다.

 

붉은 흙과 녹색 생명체들의 뒤섞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경에 마음이 절로 흥분된다. 특히 이곳 삼각산에는 검은 머리 방울새, 박새, 곤줄박이 노린재, 비단벌레 호랑나비 등 희귀한 나비와 곤충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더욱 찾고 있다.

 

소나무 아래쪽에는 조그만 활엽수 잡목이 칙칙하게 땅을 가려 보기 좋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오가는 길인데도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 있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시원하다.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다. 중간에 벤치, 운동시설이 두어 군데 마련되어 있다. 급경사는 통나무를 잘라, 또 시멘트 통나무로 계단식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도시에서 살다 가끔 고향에 들어서는 그 기분이다. 30여분을 땀 흘리며 올라가니, 삼각산 중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체육시설 벤치에서 휴식 취하다가 능선에 올라 차한잔씩 마시니, 주위가 대낮같이 훤하다, 전망이 좋다. 널찍한 터에는 갖가지 철봉, 정글 등 갖가지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소나무 하나에는 큼직한 거울이 걸렸는가 하면, 그 옆에는 벽걸이 시계도 걸려 있다.

 

 

마치 조그만 야외 전시장같다. 삼각산 찬양시도 걸려 있고, 삼각산 사랑 캠페인 액자도 걸려 있다. ‘버리는 손 미운 손, 줍는 손 예쁜 손’ 등등 7개항이 적혀 있다. 삼각산 사랑 산악회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분실물 보관 센터 겸 커피 파는 임시천막도 보인다. 바로 이곳이 산책로의 정상으로, 종점은 아니다. 높이가 240m쯤 되는 중봉이다. 이곳에서 삼각산 정상으로 가자면 274m 약 1km쯤 산마루 능선을 따라 더 걸어야 한다.

 

높이차가 30여m밖에 안되니 서서히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최적의 조깅코스다. 이만큼 걷기 좋은 길이 있을까. 시내 쪽으로는 31보병사단의 경고문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는 경고문 덕에 아마도 이 숲길이 더욱 잘 보존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중봉에서 약 10여분을 더 걸어 올라가니, 큼직한 태극기가 꽂혀있는 삼각점이 보인다. 990m라는 표지석도 보인다. 삼각점에 절묘하게 생긴 소나무(어려서 헤어졌다가 나이들어서 만났다는 소나무 가지)가 시선을 모은다.

 

광주의 시가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 사는 동네도 보인다. 빌딩도 보이도, 학교도 보이고, 갖가지 모습을 한 우리네 삶도 보인다. 광주를 사방팔방으로 이렇게 조망할 수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이곳이 산의 정상(상봉)인 셈이다. 벤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평상도 4개나 준비되어 있다. 평상에는 7~8명이 앉아 땀을 훔치고 있다. 어떤 이는 나무에 등을 대거나 국민체조로 몸을 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윗몸 일으키기 운동하면서 근력을 다지고, 몇몇 사람들은 평상에 앉아 세상 이야기 정겹게 나누고 있다.

 

바로 밑에는 버려진 옛 군대막사를 수선하여 만든 쉼터가 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삼각산 사랑 산악회장인 김용민씨(72)가 쉼터 앞을 쓸고 있다가 반색을 한다. 17년전 서울서 심장병 때문에 낙향했는데, 매일 아파트 뒷산인 이곳을 올랐더니, 몇 년 만에 병이 다 나았다 한다.

 

그 이후 1999년에 자원으로 꽃씨를 심은 사람, 화초밭을 가꾸는 사람, 쓰레기를 줍는 사람, 풀을 매는 사람 등으로 산악회를 구성해서 산책로를 보존하고 가꾸는데 앞장서 왔다. 중봉과 상봉 사이에 있는 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하니, 6월 더위가 확 달아난다.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솔향기 깊이 호흡하며 내려오니, 건강이 가슴에 꽉 들이찬다. 시계를 보니,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도심에서 2시간 동안 이렇게 멋진 시간을 보내고 맑은 바람에 피톤치드 마시기, 건강운동 걷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이런 산책로를 가진 북구 주민들은 복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그:#삼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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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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