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의회가 전국적으로 시끄럽다. 시민의 민생문제나 '삶의 질' 향상 문제가 아니라 내달부터 새롭게 시작되어 2년 동안 시의회를 이끌고 갈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구성과 관련 여·야간뿐 아니라 같은 당 의원끼리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거는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입지자들의 신경전이 치열해 그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각종 부작용이 매번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후반기 의장단 선거의 경우 지방선거를 2년 앞두고 실시되기 때문에 더욱 날카롭다.

 

군포시의회가 6월 30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고 안양시의회도 30일 의장단, 7월 2일 상임위원장을 뽑고 의왕시의회는 7월 3일 의장단을 구성하는 등 전국 지방의회가 내달 초까지 일제히 민선 5기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 선거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의 경우 별도의 입후보 절차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이른바 '교황선출방식'으로 치르면서 지방의회를 이끌고 갈 지도력이나 자질 등은 뒷전인 채 몇 선이냐, 연배 등을 따져 의원 간 비공식적 접촉을 통해 내정하는 형국이다.

 

'교황선출방식'이란 일반 선거에서 이뤄지는 입후보 절차나 정견 발표 없이 지방의회 의원들이 투표용지에 자신을 포함한 전체 의원 중 1명에게 기표해 의장단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로마 교황청이 교황을 뽑는 방식과 유사해 '교황 선출 방식'으로 불리고 있다.

 

몇몇 지방의회에서는 이 같은 폐단과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신 있게 출마의사를 밝히는 '출마선언'이나 '정견발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시도하는 사례도 있어 조례 개정을 통해 선거방식이 개선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여수시의회의 경우 최근 '여수시의회 회의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가결해 의장단 선거방식을 '교황선출 방식'에서 '일반투표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의장단 선거공고, 후보자 등록을 거쳐 선거당일 의장단 후보의 정견 발표 이후 의장단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다수 지방의회는 사전 조율에 의한 추대 또는 물밑 작업에 의해 의장단과 상임원원장 자리를 배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안양·군포·의왕시의회의 경우 비(非) 민주적인 교황식 선출방식 개선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이러다 보니 일부 후보는 상임위원장 직을 얻기 위해 의장단 선거 과정에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출마설을 흘리는가 하면 상대 후보를 험담하거나 약점을 흘리고, 여·야간에 의장단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놓고 이합집산과 야합의 꼴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의원 간 담합이나 이합집산의 부작용으로 의정활동은 물론 집행부 견제와 감시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과 의장단 선거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없어 원구성 이후 내분과 진통은 정례적인 과정이 되고 있다.

 

앞서 제5대 군포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힘겨루기 사태가 열린우리당 의원들 등원 거부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하고 반쪽 개원하는 파국으로 치닫자 시민단체들이 항의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의왕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재선 3선 의원들을 제치고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되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하자 의왕시민모임은 "특정 정당의 머슴 노릇만 하는 시의회가 우리 시민들에게 선물을 안겨줬다"고 비꼬았다.

 

이는 정당공천권을 쥐고 있는 거의 절대적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하나의 사례로 민의를 저버린 채 당명하복으로 선출한 의장에 대해 의장이라 부르지 않는 등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이는 등 의원들 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48조)에도 '시도의회는 무기명 투표로 (의장단)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 출마 선언이나 정견발표에 대한 강제성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지역정치, 정당정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전국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방식과 관련 "투명하지 않은 교황선출방식을 폐지하고 공개적 선출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출마 공론화하고 정견을 발표하는 등 공개 선거운동 방식을 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의장단 및 상임위원단 구성 방식을 현재의 교황선출 방식이 아닌 '민주적 절차'로 개선되어야 하며 최소한 의장 및 부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이라도 공개 출마 선언을 통해 의회 운영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의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 구성 문제로 시끄러운 시의회를 보면 정당정치 폐해 중의 하나인 패권정치를 보는 듯하기 짝이 없다. 시의회는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아 실행하는 것이다. 즉 당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을 떠나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정당(의원)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수라는 수적 우세만으로 주요 직책을 독점하고자 한다면 결국 대화와 협력 정치, 시민을 위한 생활 정치는 사라지고 당리당략을 위한 갈등만이 존재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의장단선거, #지방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