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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우리 집에 찾아 왔다. 날씨 탓인지 얼굴 가득 번지르르한 땀방울이 흐르고 있다. 들어오자마자 찬 물부터 찾는다.

 

아내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가득 한 컵을 따라 그의 앞에 내려놓는다. 그는 몹시 목말랐던지 쏜살같이 물에 손이 간다. 그러고는 벌컥 들이마신다. 그러나 그의 그런 기세와는 달리 물을 한 모금 마시다 말고 물 잔을 내려놓고 하는 말.

 

"어? 이게 물이야? 보약이야?"

 

그의 말의 의미를 이미 아는지라 난 이렇게 받았다.

 

"보약이지. KS마크 붙은 보약이라네. 경숙 표! 마누라 표!"

 

그는 다시 물 잔을 들더니 이번에는 음미하며 마신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묻는다.

 

"뭐가 들었기에 이렇게 쓴 거야? 이게 물이야? 자넨 이런 물을 마시나?"

"그럼, 물이지, 그러나 보약이기도 하지. 여기 좋은 거 다 들었어. 엄나무, 생강, 운지버섯, 꿀풀, 옥수수수염, 쑥, 오미자, 민들레, 자그마치 여덟 가지나 들었다네."

"허! 그렇게나 많이?"

"응!"

 

우리 집 물은 그냥 물이 아니다. 정말 보약이다. 쓴맛이나 색깔은 보약만큼 짙지 않지만 그 성분은 보약 못지않다. 쌉싸래한 물이 목 줄기를 타고 내려갈 때 그 목 넘김이 참 좋다. 그러나 그 물에 이미 익숙해진 우리 부부에게만 그런 것이지, 다른 이들은 물 한 잔을 주면 꼭 약 먹듯 한다. 오늘 온 친구도 예외가 아니다.

 

KS표 물, 성분분석

 

우리 집 물에는 이미 친구에게 말했듯이 여덟 가지가 들었다.

 

첫째, 엄나무

 

엄나무는 음나무, 개두릅나무라고도 하며, 가시가 돋은 나무로 잎은 어긋나고 둥글며 가장자리가 5∼9개로 깊게 갈라진다.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잎보다 길다. 꽃은 황록색이며 복산형 꽃차례[複傘形花序]에 달린다. 열매는 핵과로 둥글며 10월에 검게 익는다.

 

엄나무를 넣고 백숙을 해먹기도 하며, 약성은 독이 없고, 신경통, 만성간염, 요통, 부종의 치료에 효험이 있고, 중풍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농촌에서는 잡귀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엄나무의 가지를 대문 위에 꽂아 두는 풍습도 있다. 우리 집은 봄에 어린 순을 따서 나물을 해먹고 가지를 채취해 말렸다 물을 끓일 때 사용한다.

 

둘째, 생강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생각은 외떡잎식물 생강목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를 대개 반찬의 향신료로 사용한다. 한방에선 건강(乾薑)이라고 부르는데, 소화불량, 구토, 설사, 혈액순환 촉진에 효과가 있다. 우리 집에서는 생강을 잘 골라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물을 끓일 때 넣는다.

 

셋째, 운지버섯

 

우리 집 뒷동산에만 올라가도 운지버섯이 많다. 그때그때 채취하여 씻어 말렸다가 물을 끓일 때 넣는다. 중국 <본초도감>에서는 운지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운지(雲芝)의 기원은 구멍장이버섯과의 진균인 구름버섯의 자실체이다. 포자는 원주형으로 약간 만곡 되어 있고 광활하며 무색이다. 맛은 약간 달고 차다. 효능은 거습(祛濕), 화담(化痰), 요폐질(療肺疾)이며, 주된 치료는 B형 간염, 천연성 간염, 만성 활동성 간염, 만성기관지염을 치료한다."

 

넷째, 꿀풀(하고초)

 

가지골나물이라고도 부르며, 양지바른 무덤가에 무더기로 나 5-6월경 자줏빛으로 물들이는 꽃 풀이다. 꽃받침은 뾰족하게 5갈래로 갈라지고 길이가 7∼8mm이며 겉에 잔털이 있다. 봄에 어린순을 식용하며, 생약 하고초(夏枯草)는 꽃이삭을 말린 것이며, 한방에서는 임질, 결핵, 종기, 전신수종, 연주창에 약으로 쓰고 소염제, 이뇨제로도 쓴다. 요새는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애용하기도 하는 약재이다. 우리 집에서는 꽃이 있는 채로 뿌리 채 캐어 말렸다 물 끓일 때 넣어 사용한다.

 

다섯째, 옥수수수염

 

요새 옥수수수염차로 인기리에 상품화 되어 마시는 사람 수도 많아졌다. <중약대사전>에 따르면, 옥수수수염은 이뇨작용이 탁월하다. 혈당을 낮추는 작용이 있고, 담즙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그 점성을 낮추고 담즙 색소의 함량을 감소시키므로 만성 담낭염이나 방광과 요로 결석에 좋다. 아내가 방광이 좋지 않은 관계로 애용한다. 농약성분에 조심해야 하는데 물에 하루 정도 담아 놓았다가 잘 씻어 말리면 대부분의 잔류농약이 제거된다.

 

여섯째, 쑥

 

쑥처럼 흔한 풀도 없다.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과 관계가 깊다. 어린순은 떡을 해 먹거나 된장국이나 국을 끓여 먹는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5월 단오에 채취하여 말린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한다. 복통, 토사, 지혈제로 쓰고, 냉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등에 사용한다. 지천에 널린 쑥을 채취해 잘 말려 두었다 물을 끓일 때 넣는데 소량을 넣는다. 쑥도 논두렁이나 밭 근처에서는 채취하지 않는 게 좋다. 농약이 묻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째, 오미자

 

미나리아재비목 목련과의 낙엽 덩굴식물로 8~9월에 홍색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에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이 섞여 있어 오미자라 하며, 한방에선 자양, 강장, 진해, 거담 등의 효력이 있어 해수, 유정, 구갈, 급성간염 등에 처방한다. 우리 집은 오미자로 유명한 청양에서 직접 사다 두었다가 물을 끓일 때마다 한 줌씩 넣어 사용한다.

 

여덟째, 민들레

 

참 흔한 게 민들레다. 그러나 토종 민들레를 채취하는 게 중요하다. 서양민들레는 꽃 아랫부분 즉 꽃받침으로 생각하는 총포가 아래로 젖혀져 있으나 토종 민들레는 젖혀져 있지 않고 바르게 붙어 있다. 꽃 크기도 토종이 크다. 봄엔 어린 잎을 나물로 먹으며 한방에서는 꽃피기 전의 식물체를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열로 인한 종창, 유방염, 인후염, 맹장염, 복막염, 급성간염, 황달에 효과가 있다. 우리 집에서는 뿌리까지 채취하여 잘 씻어 말렸다 쓴다. 민들레 역시 논두렁이나 밭 근처에서는 채취하지 않는 게 좋다.

 

이쯤 되면 가히 한약이 아닌가. 우리 집에서 물을 이렇게 먹은 지 거의 일 년이 넘는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한 가지 일어났다. 그것은 아내의 소변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방광이 점점 튼튼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 나의 고질병인 만성 간염과 그로 인한 피곤함이 많이 줄었다. 아니 이젠 간염은 완전히 치유가 되었다. 고혈압도 잡혔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물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내외의 건강은 현저하게 좋아졌다. 인체를 이루는 게 거의 물이고 보면 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 허튼소리는 아닌 듯하다.

 

우리 집 KS표 물, 마누라 표 물, 어떤가?

 

"한 잔 드셔 보실라우??"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인터넷 <고영기의 식물나라>, 상해과학기술출판사 1978년 간, <중약대사전>


#물#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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