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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전면재협상, 이명박 심판 제 45차 촛불 문화제 및 거리대행진은 전날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한 실망과 미국에서 돌아온 김종훈 통상본부장의 추가협상 마무리 교섭 발표에 대한 실망감에 맞춰졌다.

 

한마디로 국민 기만책이라는 것이다. 오후 4시 발표된 추가협상 내용이 일부 달리진 것은 있지만은 등뼈 내장 수입과 미 도축업장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겼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었다.

 

21일 오후 시청광장에 설치된 여러 텐트(부스)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등 일방 정책에 대한 여러 퍼포먼스(홍보) 및 정책 반대 서명 작업이 한창이었다. 여성민우회는 여성들의 수다카페를 열었고, 왜곡보도를 일삼는 조중동 구독 중단과 비윤리 기업 홈에버 물품 불매운동 부채 나눠주기, 그리고 ‘우리 모두 시민’이라는 주제로 일반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이 함께 어우러진 줄넘기와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바로 옆 부스인 미디어행동은 조중동 평생 구독거부 명함 작성 및 부착과 MBC, KBS 등 공영방송 장악음모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희화화한 퍼포먼스 사진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 인적쇄신 대상에서 빠진 언론장악 선봉장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 언론 3적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미디어행동은 기자들의 기사송고 편리를 위해 컴퓨터를 비치했고, 휴대폰 충전 시설을 갖춰 촛불 참여자들의 도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조선> <동아>가 배출한 2MB의 측근들을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한 비정규직단체는 “미국산 소고기가 호주산으로 둔갑했다”면서 “홈에버 이랜드 매장을 가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노조는 ‘쥐박이가 갈아먹는 국민재산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발전, 가스, 국민연금, 건강보험, 대운하, KTX 비정규직 등 국민재산을 지키기 위한 활촉 퍼포먼스를 했고, 한 기독단체는 “하나님 생명 파괴하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시국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시청 정문 앞 부스에서는 살레지오 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차를 제공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였다. 문화연대는 1박2일 콘서트 ‘힘내자 촛불아’ 공연을 통해 참여한 시민들을 즐겁게 했고, 참교육학부모회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4.15 공교육 포기정책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철도노조는 촛불참여자들을 위해 시청광장 주변에 간이 대형 화장실 3동을 준비했다.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는 서울지역 사회공공성 연대회의 주최로 ‘미친 교육, 미친 민영화 반대’ 등의 집회를 열었고, 당초 시청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미디어오늘> 주최 ‘언론통제에 관한 시민토론회’도 청계광장으로 옮겨 진행했다.

 

이날 저녁 7시 시청광장에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던 제 45차 촛불집회 무대가 광화문을 향한 도로에 설치됐다. 프라자호텔과 대한문을 사이에 두고 대형무대가 설치된 것이다. 무대 옆에는 대형 스크린이 마련됐고, 무대주변에는 많은 취재 및 카메라 기자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의 쇠고기 추가협상 발표 후 3시간만의 열린, 촛불집회에 기자들의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0일 50만명이 모인 6.10항쟁 기념 및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촛불집회 보다는 참석율이 저조했지만 예상과 달리 많은 시민들이 참여 했다. 이날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회의는 6만 여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파도 타기를 통해 밝혀진 참여자들은 프라자호텔에서 프레스센터를 지나 광화문 사거리까지 가득 메웠다. 무대 옆 뒤쪽(대한문 쪽)에서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무속인으로 보였음)이 춤을 추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계속 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신들린 듯 물구나무와 춤을 추면서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고발했다. 하지만 지나친 노출로 속옷이 보이는 등의 모습 때문에 대책위 관계자들이 만류를 했고, 이후 경찰이 출동해 상황은 종료됐다.

 

이 시각, 사회를 본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범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한승수 국민총리에게 송곳질문을 해 유명해졌고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학생을 소개했다.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는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천민민주주의라고 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망언 폭탄 제조기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TV에 나와 다시 한번 히트를 쳤다. 촛불을 든 시민들을 천민 민주주의라고 말하면서 명예훼손을 했다. 주 의원은 자신에 이어 '촛불 시민'들에게도 명예를 훼손했다. 주 의원은 국민들을 사기꾼이라고 몰았는데 진정한 사기꾼은 미친소를 안전하다고 하고, 이번 추가협상을 90점짜리라고 말하는 이명박 정부이다.”

 

시청광장 건너편(덕수궁 쪽)에 <오마이뉴스> 대형 생방송 스크린이 설치됐고,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오마이뉴스> 실시간 생방송 화면을 보면서 앞 무대 발언을 경청했다.

 

인기배우 권상우와 김하늘이 출연했던 ‘동갑내기 괴외하기’를 만든 영화감독 김경형씨는 “"주정뱅이로 유명한 국회의원 하나가 촛불문화제를 두고 천민민주주의라고 했는데, 민심은 천심이다. 여기에 모인 시민들은 하늘의 마음(天心)을 대변하는 진정한 천민(天民)"이라고 말했다. 그는 ” 어느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감독도 연출할 수 없는 것을 위대한 시민들이 만들어 냈다“면서 ”매우 감동적이고 전율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우리 영화감독들은 자발적으로 배우가 돼서 장대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시민들을 보고 무척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중동과 정당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한나라당이 촛불이 사그러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주장에 반박하고 싶어 오늘 이렇게 자유발언을 하게 됐다. 물대포를 맞으면 온수를 달라고 외치고, 연행되면 닭장차 투어라고 이름 붙이는 여러분들은 세계 최강의 시위대다. 돈만 벌면 된다는 신자유주의 촛불 힘으로 막을 수 잇을 것이다. 여러분의 힘을 믿는다. 촛불 영원히 되길 바란다.”
 
3살짜리 아들을 안고 무대에 오른 이상훈씨도 말문을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모든 SRM 제거와 검역 주권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촛불을 들자. 촛불의 바다 앞에 이 대통령이 무릎을 꿇게 하자.“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도 가세했다.

 

“고시강행 하면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국민 60%가 민주노총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감옥도 불사하겠다. 지금까지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앞장서지 못해 죄송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존정책을 바꿀 때까지 끝까지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도 단상에 올라와 한마디 했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안는다. 그래서 쇠고기를 많이 먹는다. 돈 벌로 왔는데 쇠고기기 먹고 병나면 안 되기 때문에 참여했다.”

 

촛불소녀들은 각각의 주장을 피켓에 담아 무대에 나와 발언을 했다.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다. 청소년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 촛불의 배후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3번의 반성문을 쓸 때까지 5년 임기 내내 맞장을 들 것이다.”

 

이날 사회자 선창에 따라 “촛불이 승리한다.” “국민이 승리한다.” “될 때까지 모입시다.” “속임수는 그만둬라” “재협상을 심판하라” “이명박을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촛불 집회의 요약하는 영상물도 상영됐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출연해 ‘광야에서’ 등을 불렀다. 저녁 8시 40분경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서울역 부근에서는 토성을 쌓기 위해 광화문으로 모레를 싣고 오려는 모레차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3000여명의 참여자들은 즉각 서울역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나머지는 광화문 방향으로 진행했다. 이후 서울역으로 간 사람들은 국민토성을 쌓기 위한 모레주머니를 어깨에 걸치고 등장하기도 했다.

 

이순신 동상을 앞에 두고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정했고, 뒤에는 경찰차로 차벽을 쌓았다. 경찰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연신 불법 이라면서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 방송을 했다. 시위자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행진 보장하라’, ‘경찰청장 어청수는 물러가라’, ‘시끄러워’ 등으로 반박했다.

 

이날 살레지오 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대거 참석했고, 지난 17일 오후 2시 조계사 내 산중다원에서 21년 만에 첫 시국선언(262명)을 발표한 승려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줄곧 본 무대 앞에 앉아 촛불행사를 지켜본 진관 스님은 “6.10항쟁 이후 21년 만에 많은 조계종 승녀들이 시국선언을 했지만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시국선언문을 건네주기도 했다. 그리고 행진에 참여했다.

 

거리행진을 하면서 살핀 불교 시국선언문은 262명의 조계종 승녀들이 참여했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 쇠고기 재협상 나설 것 ▲대운하 사업 중단 ▲수돗물 민영화 중단 ▲언론장악 중단 ▲교육자율화 철회 등을 담고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청와대 쪽을 향하려는 경찰과 실랑이가 계속됐다. 이 시각 모레를 실은 트럭 한 대가 들어 왔다. 먼저 모레 주머니를 내리고 짐칸을 올리자 수십 간에 모레가 광화문 아스팔트 위에 쌓였다. 시위자들은 질서정연이 모레주머니에 모레를 넣었고, 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경찰의 경고 방송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토성을 쌓아 올렸다.

 

밤 10시 20분경 비가 많이 내렸다. 일부 시위대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지하철로 향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한 40대 여자(아이들 데리고 왔음)는 “주말이기 때문에 지하철 막차시간이 가까워져서 지하철역으로 향한 것”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계속 남아 시위에 동참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교보 문고 앞에서 젖소 복장으로 시위를 한 나르(28, 여)씨는 “초식 동물인 소는 풀을 먹고 자유스럽게 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환경이 화가 나서 나왔다”면서 ”위험한 사육환경에 있는 동물의 권리를 지키고 싶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교보 문고 쪽에서 묵묵히 앉아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시위를 하고 있는 이지현(29, 회사원, 수원)씨는 남자친구 정승범(29, 회사원, 신림 4동) 씨와 함께 참석했다. 늦은 시간까지 이들은 함께 시위를 했고 인터뷰 요청을 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려고 승용차를 몰고 오다 마포 근처에서 사고가 나 조금 늦게 참여했다”면서 “지난 5월 31일 경찰의 강경진압을 보고 화가나 자주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차벽 앞에는 서울역에서 가지고온 모레주머니와 한 대의 트럭이 싣고 온 모레로 국민토성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불법 운운하면서 경고 방송을 계속했다. 굵은 비 줄기 때문에 각자 가지고 온 우산과 우비를 입었다. 11시경 토성이 완성돼 시위대가 토성을 통해 경찰차벽으로 향했다. 경찰차벽 위에 깃발이 펄럭였다. 이 시간 비가 조금 그쳤고 일제히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이 시각 명박산성을 넘자는 구호가 나온다.

 

전경차 위에 올라선 시위대는 깃발을 흔들면서 함성을 질렀다.


명박산성을 넘으려는 과정에서 경찰이 소화 분말을 분사하면서 격한 마찰이 이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밧줄을 멘 명박산성(경찰차벽) 해체 작업은 계속됐다. 경찰은 해산 작전 경고 방송을 계속했다. 전경버스 한 대가 끌려 나왔다. 곧바로 시위대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새벽 1시를 넘으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분말 분사에 이어 살수 분사 경고방송도 계속됐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계속 전진한 모습이 보였다. 계속된 경찰 경고방송에, 시위대의 맞불 방송이 계속됐다. 시위는 22일 일요일 오전까지 촛불기차놀이를 하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태그:#국민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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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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