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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의정활동인가, 정부 비판 학자에 대한 보복인가?'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초선, 전국구)이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과)의 광우병 관련 연구비 서류와 실험노트 등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손 의원이 지난 19일 '의정활동' 명목으로 식품의약품안정청(식약청)에 공문을 보내 우 교수가 식약청의 수주를 받아 진행한 각종 연구의 실험노트와 연구비 사용 증빙서류 일체를 요구한 것에 대해 우 교수는 "흠집내기이자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 교수는 국내 광우병 전문가로 10년 이상 광우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변형프리온을 연구해오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타결한 쇠고기 협상 결과의 문제점을 가장 앞장서 지적해왔다.   

 

우희종 교수 "실험노트까지 요구한 것은 학문의 자율성 침해"

 

우 교수는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의원의 자료 요청은) 뭔가 찾아내서 나를 공격하고 흠집을 내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한 마디로 표적 자료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실험노트까지 요구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는 학문과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손 의원은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재직했기 때문에 실험노트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가 현 시점에 그런 자료를 요구한 데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 교수는 "손 의원의 자료 요청은 그동안 광우병에 비판적인 견해를 펴온 것에 대한 보복인 것 같다"며 "연구에서 잘못된 것을 찾아내 압력의 수단으로 쓰려고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관료주의적 연구비 집행에 문제가 많다"며 "손 의원의 자료 요청으로 인해 식약청 등 정부부처의 연구비 집행이 얼마나 열악하고 경직돼 있는지 등의 문제들이 공론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 교수는 어제(21일) 발표된 추가협상 결과와 관련 "머리뼈나 뇌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은 그나마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살코기만 수입한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위험요소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해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미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QSA는 가장 낮은 품질관리시스템"이라며 "그런데도 그것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손숙미 의원 "우 교수 실험노트만 국가1급 비밀인가?"

 

한편 손숙미 의원은 지난 19일 식약청에 ▲'광우병 생체조기 진단기법 개발' 관련 연구계획서와 평가결과서 사본 일체 ▲연구비 사용증빙 서류 일체 ▲연구과정을 기록한 실험노트 일체 ▲연구보고서에 대한 독성병리과의 의견 ▲최종 결과보고서에 대한 평가와 평가단의 명단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손 의원은 21일과 22일 "우 교수의 연구보서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관련자료를 요청했다"며 "전체 자료를 요구하다 보니 실험노트도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식약청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 '용역연구개발과제 표준계약서'에 의해 발주처인 식약청이 실험노트 및 일체의 관련자료를 요구할 시 반드시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과연 우희종 교수의 실험노트만 국가 1급 비밀인가"라고 우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자료요구의 정책적 접근이 정치적 접근으로 매도되는 것에 매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 교수가 학자적 양심은 뒤로 한 채 정치적 수완만 발휘하려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남여고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손 의원은 가톨릭대 교수와 대한영양사협회 회장을 거쳐 지난 4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태그:#우희종, #손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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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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