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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펀드 수익률이 장난이 아니네. 오상진 아나운서가 2006년에 87% 수익을 올렸다잖아."

"그래서 남이 장에 간다고 나도 지게 지고 장에 가겠다는 거야? 국내 증시상황도 모르면서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에 뭘 믿고 투자하려고 그래."
 

"여보, 그게 아니고… 뭐냐 하면 투자도 일종에 트렌드라는 거지. '경제야 놀자'에서 친디아, 베트남, 남미, 중국… 해외펀드가 좋다고 했다니까."

"김 여사, 여윳돈이 넉넉한가본데 중국에 투자하느니 차라리 남편 회사에 투자 좀 하면 어떨까? 내가 이자는 넉넉히 쳐 줄게. 은행 이율로."

 

지난해 4월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한 코너인 '경제야 놀자 - 중국 펀드' 편을 보고 남편과 나눈 대화입니다.

 

'경제야 놀자'가 한창 인기를 누릴 당시,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나 은행 창구는 방송 다음날인 월요일이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투자 상담이 홍수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저처럼 아무 대책도 생각도 없이 프로그램을 맹신하거나, 누군가 고수익을 올렸다는 소문만 듣고(사실 당시에는 실제로 많은 수익을 내긴 했었지요) 앞 뒤 볼 것 없이 무작정 창구를 찾아가 중국펀드에 덜컥 가입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상하이 지수 5000에 '지름신' 강림하시다

 

사실 방송직후 바로 중국펀드에 가입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상투를 잡아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남편의 공갈, 협박(?)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했었지요. 그런데 가을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펀드의 기준가격이 조금씩 내려간다는 뉴스가 들리는 겁니다.   

 

상하이 지수가 6000을 찍고 5000언저리에 왔을 때 잘 참아왔던 지름신이 강림하십니다.
 

'그래 이쯤이면 상투는 아니야. 베이징 올림픽도 있고 중국엔 아직 희망이 있다니까. 그럼 그럼. 그냥 질러버리는 거야.'

 

뭔가 씌었는지 하루라도 늦으면 그만큼 손해를 볼 것 같은 다급함에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금융기관을 찾았습니다.

 

"고객님 저희가 판매하는 상품 중에도 중국관련 펀드가 많이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본토에 투자하는 것과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마음이 급하니 창구직원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왔기 때문이지요.

 

"어떤 펀드가 수익이 제일 많이 났나요? 기왕이면 지금까지 수익을 많이 낸 걸로 해주세요. 아무래도 운영 실적이 좋은 펀드가 안전하지 않을까요?"(모르면서 아는 척은….)

 

아무튼 지난해 11월, 드디어 '상당히 이유 있고 현명한 투자'라는 자부심을 안고 중국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매일 바뀌는 중국증시 상황을 지켜보며 대박의 꿈을 키웠던 것도 사실이지요.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증시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나의 펀드 가입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가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하며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몇몇 애널리스트와 증권사들은 중국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함께 매수적기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상해지수가 5000일 때 '저점 매수'를 권하던 증권사는  4000선으로 내려앉으니 '지금이야 말로 진짜 저점 매수시기'라며 환매보다는 추가매수를 부추겼습니다.

 

하락에 실망한 저는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의 달콤한 전망을 믿고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시도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결코 잘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익은커녕 손해만 가중시켰으니 말입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손실액을 보며 환매를 해버릴까 어쩔까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약이라도 올리는 듯 눈에 불이 나는 문구가 들어옵니다. 6월 19일 포털에 뜬 기사 제목입니다.

 

'반 토막 난 중국증시... 펀드에 돈 몰려'(한겨레)

'중국 증시 내릴 만큼 내렸나, 장밋빛 전망 줄이어'(이데일리)  

 

중국펀드에 미쳐서 상투인지 꼭지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었던 아줌마는 이제 할말을 잃습니다.   

 

'이게 뭐야? 날보고 어쩌라는 거야. 중국 증시 너 정말 나한테 이럴래?'


태그:#중국펀드, #경제야 놀자, #묻지마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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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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