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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 KBS 앞, 내리는 장맛비 속에서도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18일 밤 KBS 앞, 내리는 장맛비 속에서도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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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 최종 : 18일 밤 11시 55분]

"'촛불'이 식어가? 함께하고 또 함께 할 것"

18일 밤 KBS 본관 앞 촛불 문화제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은 확성기도 쓰지 않은 채, 육성으로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의 자유발언은 먼저 발언한 사람이 뒤에 발언할 사람을 정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발언자로 지정된 시민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앞에 나와 속에 있는 말을 '촛불' 앞에 쏟아냈다. 한 여대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요. 1970년대식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엄마는 '쇠 귀에 경 읽기'라며 말 말라고 하죠.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반대 의견을 보인다는 사실이 정말 힘들어요. 옆의 동기들도 관심 없는 애들이 태반이고요. 이 자리에도 대학생이 별로 없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네요."

또한 KBS 본관 주변에는 KBS직원들이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내건 현수막들이 여럿 걸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밝힌 촛불, 공영방송 KBS를 비춥니다" -촛불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 KBS 경영협회
"국민의 방송이 되겠습니다" -촛불과 함께하는 KBS 일부 기자들
"고맙습니다. 국민의 방송이 되겠습니다" -KBS 방송기술인협회
"고맙습니다. KBS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촛불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 KBS PD들

시민들은 가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촛불 집회에 대해 "숨을 고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냐"며 여유를 보였다.

잠실에서 온 주부 김미숙씨는 "외형적으로 '촛불'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으나 결코 시민들의 열정이 식거나 정부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향후 대통령과 정부의 행보에 대해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나와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사람들을 대신해서 '촛불'을 든 것"이라며 "국민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으며, 계속 우리는 함께하고 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마 국민이 지기야 하겠습니까"

정부와의 장기전을 준비하며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에서 왔다는 한 여성시민은 "이 싸움이 장기화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미력하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함께 계속하자"고 외쳤다.

회사원 윤아무개(43)씨는 "상식을 가진 대통령이면 지난 10일 전국에서 10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인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할 수는 없다"며 "슬슬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설마 국민이 지기야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밤 11시 30분경에는 매일같이 현장에 나와 무료로 시민들에게 야식을 제공하는 '다인 아빠'도 용달차를 끌고 도착했다. 그는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노점상이다. '촛불'을 들던 시민들은 스스로 앞으로 나와 함께 야식을 준비하고 있다.

'다인아빠'는 "오늘의 메뉴는 쇠고기를 넣은 떡꾹"이라며 미국산 아니라 호주산"이라며 껄껄 웃었다.

100여개의 '촛불'은 자정이 다 되도록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다인아빠의 용달차와 함께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18일 밤 11시 30분경, 여의도 KBS 건물 앞 촛불문화제에 '다인 아빠'가 나와 시민들에게 무료로 야식을 제공하고 있다.
 18일 밤 11시 30분경, 여의도 KBS 건물 앞 촛불문화제에 '다인 아빠'가 나와 시민들에게 무료로 야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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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 18일 밤 9시 55분]

고엽제 전우회 사이렌 소리 사라진 자리 밝힌 촛불

고엽제 전우회의 '화형식'이 끝난 KBS 본관 앞. 구급대 차량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떠난 자리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촛불'이 타올랐다. 밤 9시 40분 현재 100여명의 시민들은 한명씩 나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조금씩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꿋꿋이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우비로 몸을 감싸고 한 손에는 촛불을 든 채 "공영방송 지켜내자"를 외치고 있다. KBS 앞을 지나가는 몇몇의 차량들은 견적소리를 울리며 '촛불'을 격려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깃발이 본관 앞 계단 맨 앞쪽에서 휘날리고 있으며, 길 바로 건너편에는 '촛불을 사랑하는 KBS 아나운서들'이 준비한 "KBS의 주인, 국민 여러분을 사랑 합니다"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후 내내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의 '과격 집회'에 대비해 KBS 주위를 봉쇄했던 전경차량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경남 마산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우리는 미래로 가려고 하는데 정부와 보수단체들은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며 낮에 있었던 보수단체의 '화형식'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쇠고기 광우병을 반대하러 나왔는데 왜 그 사람들은 우리를 '전라도 빨갱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며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싹 다 빨갱이로 모는 보수단체를 바꿔야 한다. '촛불'의 힘으로 색깔론, 지역감정 모두 없애 버리자"라고 주장했다.

"촛불의 힘으로 색깔론·지역감정 모두 없애자"

회사원인 임홍근(48)씨도 "요즘은 다원화 세상이고, 좌우가 있다는 것은 인정을 하나 어떻게 저런 방식으로 친북이니 좌파니 하면서 사람들을 몰아가냐"며 "우리는 정연주, KBS가 예뻐서 온 것이 아니라 정권으로부터의 압력을 막고, 공영방송을 지키자고 나온 사람들인데 좌파우파로 나누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라고 꼬집었다.

매일같이 KBS 앞으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는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우비를 입고 본관 계단 앞에 앉아 있다. 최 의원은 잇단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와 관련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도 여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짧은 대화 내용이다.

"그 분들도 사실 분단과 전쟁의 피해자인데 참 안타까운 문제다. 자발적으로 그렇게까지 행동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가스통을 가져오고 화형식을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여기 있는 시민들이 겁낼 분들도 아니고, 여론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 요구가 틀리지 않고 옳은 만큼 그런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 80~90년대 식 낡은 사고방식을 빨리 버려야 한다."

- 어제는 KBS 임시 이사회에서 '9시 뉴스 보도 내용에 대한 문책 안'이 상정될 뻔해 이사회의 '월권' 논란이 일었다.
"그건 정말 상식이하의 일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과 편집의 분리라는 언론사의 기본원칙도 모르는 사람들의 행위다. 보도 내용을 가지고 이사회에서 문책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고 내 기억에는 이제까지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KBS 이사회의 여야구도가 바뀌어서 우려가 됐으나 결국 관철될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지 않나."

- KBS 내부는 하나로 뭉쳐서 정권에 대응하기보다 의견 대립이 많아 다소 복잡한 양상이다.
"노사 간의 내부 문제가 있고, 언론과 정치의 외부 문제가 있다. 지금 KBS노조는 큰 문제와 작은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연주 사장의 호불호는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보면 하위문제다. 상위에서 더 큰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하위 문제를 가지고 혼란을 겪는다는 것은 순서를 잘못 잡은 것이다."

한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이날 참석해 "KBS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야 말로 촛불 집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절대로 지면 안 된다. 결국 질긴 놈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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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18일 저녁 7시]

긴급작전 명령? 해산 명령!
"정연주 잡으러가자"던 고엽제전우회원...'긴급 해산'

"정연주를 잡으러간다"며 요란하게 싸이렌을 울렸던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은 그냥 해산했다. 고엽제 전우회 김승욱 사무총장의 '작전명령'을 전해듣고 황급히 방배동으로 차를 몰았던 경찰과 취재진들도 결국 헛걸음을 한 셈이다.

오후 6시40분경에는 경찰과 모든 취재진이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쪽으로 오자고 했지만 실질적인 행동에서는 서로 조절을 해서 오늘은 그냥 해산하자고 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며 "오후 4시40분경 구급대 차량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해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고엽제 전우회 사무실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3신 : 18일 오후 6시10분]

'긴급작전'? 2시간째 모습 드러내지 않아

오후 4시경부터 ‘긴급작전’을 수행하듯 사이렌을 울리며 KBS 본관 앞을 떠났던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 그러나 2시간이 지난 오후 6시가 넘도록 방배동 정연주 사장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재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은 시도지부별로 흩어져서 저녁식사를 하는 등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성 KBS사장퇴진촉구범국민연대 대표는 "각자 흩어져서 있다가 저녁쯤에 방배동 쪽으로 이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 자택 앞에는 현재 8대의 전경차량이 배치돼 있다. 또한 100여명의 전투경찰이 정 사장 자택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앞에 배치돼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고자 대기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진행하자 경찰관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진행하자 경찰관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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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8일 오후 4시 30분]

"작전명령 내리겠다, 정연주 잡으러 간다"
KBS본관 앞서 화형식... 150대 구급대 차량으로 방배동으로 이동

지금 KBS 본관 앞을 장악한 '군복'들은 지난 1달여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 달랐다.

'촛불 시민'들은 촛불을 허공에 치켜들었지만, 이들은 정연주 KBS 사장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 30여개의 화형식을 감행했다. 촛불 시민들은 연일 거리에서 '헌법 1조' 노래를 불렀지만, 이들이 타고 온 방송차량에서는 군가가 울려 퍼졌다. '촛불 시민'들은 만일의 불상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시민의료봉사단을 꾸렸지만,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은 위급한 환자들을 실어나르는 구급대 차량을 KBS 본관쪽에 세워둔 채 사실상 시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오후 3시 10분 500여명의 고엽제전우회 회원 앞에 선 박찬성 KBS사장퇴진촉구범국민연대 대표는 "이제부터 화형식을 거행하겠다"고 말했다.

곧바로 회원들은 분사기를 들고 나와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연주 사장 사진이 붙어있는 30여개의 피켓에 불을 붙였다. 회원들은 일제히 "김정일의 하수인 정연주는 자폭하라"고 외쳤다.

불타오르는 순간에도 회원들은 끊임없이 "북한에 갖다 바친 KBS 자금 실체를 낱낱이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친북좌파 평양방송 KBS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불이 꺼질 무렵 한 경찰이 중앙으로 나와 소화기를 분사하자 고엽제 회원들은 격분해서 경찰에게 몰려들었다. 회원들은 "잡으라는 빨갱이는 안잡고 경찰 이XX들 뭐하는 것이냐"고 고함을 치며 경찰을 몰아세웠다. 5분간 몸싸움이 계속됐으나 심한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엽제 전우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우회는 "광우병 난동은 보수정권 교체와 더불어 국민에게 왕따당한 좌파 진보 반미 세력이 미국산 쇠고기를 빌미로 KBS, MBC와 함께 만든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3시 55분경에 고엽제전우회 김승욱 사무총장의 '작전명령'이 하달됐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되겠다. 작전명령을 내리겠다. 지금부터 서초구 방배동으로 정연주를 잡으러 간다. 대원들은 각 시도지부장의 명령에 따라 4시 정각부터 이동한다. 실시!"

명령이 떨어지자 500여명의 고엽제전우회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작전수행'에 들어갔다. 이윽고 '삐용-삐용-'하는 싸이렌 소리가 KBS본관 앞에 울려퍼졌다. 150여대의 구급대 차량은 앞쪽에서 부터 신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1신 : 18일 오후 3시 30분]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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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관 앞을 또다시 '군복'이 장악했다. 하지만 이들은 "언론사를 인민군이 장악했다"고 주장하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13일 LPG 가스통을 앞세우고 MBC, KBS 앞에서 시위를 벌인지 닷새만이다.  

18일 오후 3시 현재 KBS 본관 앞은 군복을 입은 500여명의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로 가득하다. 계속해서 하나둘 모여들고 있는 상태다. KBS 본관 담장주변 2차선 도로는 고엽제 회원들이 타고 온 100대의 구급대 차량들이 양쪽으로 주차돼 있다.

이 차량에는 "KBS, MBC 편파방송 중단하라", "친북좌파 반미세력 국정혼란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엽제 전우회원들은 "노무현 낙하산 정현주 퇴진", "미친방송 KBS 편파보도 사장 퇴진", "불법 시위 폭력 시위 아웃" 등의 피켓을 나눠들고 있다.

한편, KBS 본관 정문 앞은 전경차량으로 원천 봉쇄된 상태다. 혹시 모를 고엽제 전우회원들의 진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 고엽제 전우회원은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다가와 "취재하면 뭐하냐? 만날 촛불만 나오는데"라며 "언론사들 다 인민군이 장악한 것 아니냐, 전부 빨갱이들"이라고 말했다.


태그:#정연주, #고엽제전우회,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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