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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건물 벽면은 옹기 파편으로, 지붕에는 옹기로 만든 소줏고리가 이채로운 옹기 만드는 작업실
작업실건물 벽면은 옹기 파편으로, 지붕에는 옹기로 만든 소줏고리가 이채로운 옹기 만드는 작업실 ⓒ 조찬현

옹기에는 우리네 어머님의 인생이 담겨있다. 옹기에는 어머님의 손맛이 담겨있다. 장독대의 옹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머님의 아픈 세월이 까맣게 찰랑인다. 옹기에는 어머님의 삶의 애환이 질펀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옹기는 우리네 집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릇이지만 옹기만큼 소중한 것도 없었다. 발효식품을 선호하는 우리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옹기를 음식 저장그릇으로 사용했다. 음식을 보관하고 알맞게 익혀내는데 옹기만한 것이 없었다.

때깔이 투박하고 수더분한 살아있는 진짜 그릇

강진칠량옹기 담장에 옹기가 가득 놓여있다.
강진칠량옹기담장에 옹기가 가득 놓여있다. ⓒ 조찬현

전남 강진 칠량옹기는 전라도 전통 쳇바퀴 타래기법(판 뜨기)과 전통도구를 사용하여 만든다. 칠량옹기는 자연 잿물을 발라 구워내 숨구멍이 살아있다. 한 번에 성형을 하는 일반도자기와 달리 일정 길이의 흙을 잘라 발 물레를 돌려가면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옹기에 자연 잿물을 발라 섭씨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다. 고온에서 구워내 때깔이 투박하고 수더분한 살아있는 진짜 그릇이다. 정윤석(67·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 옹기장은 옹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생명체로 탄생시킨다.

옹기 만들기 외길...옹기의 명맥 이어가는 정윤석 옹기장

옹기장 옹기장 정윤석 (67.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옹은 옹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생명체로 탄생시킨다.
옹기장옹기장 정윤석 (67.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옹은 옹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생명체로 탄생시킨다. ⓒ 조찬현


한때, 전라도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으로 팔려나갔던 칠량옹기는 주거생활방식의 변화와 1970년대부터 산업사회의 발달로 플라스틱 제품과 유리제품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만다. 하지만 갖은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정 옹기장은 오직 옹기 만들기 외길만을 달려왔다. 우리 살림살이에서 가장 소중했던 옹기의 명맥을 그가 지금껏 이어온 것이다.

옹기 만들기 외길 인생 52년째인 그는 친가와 외가, 처가 등이 옹기 만들기와 연관이 있어 아주 어려서부터 옹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그의 셋째 아들이자 후계자인 신세대 옹기장이 정영균(40)씨가 가업을 이어간다.

꿈과 삶을 담아왔던 참살이 저장고였던 옹기

옹기 살아있는 진짜 그릇 옹기
옹기살아있는 진짜 그릇 옹기 ⓒ 조찬현


옹기 다양한 용도의 생활 옹기
옹기다양한 용도의 생활 옹기 ⓒ 조찬현

어느덧 장독대 곁에서 확독에다 고추를 갈아 열무김치를 담던 어머님의 모습이 추억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져간다. 우리의 꿈과 삶을 담아왔던 참살이 저장고였던 영원한 그릇 옹기가 잊혀져간다.

생활의 변화로 앞으로 한 장의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옹기를 볼 수 있게 될까봐 안타깝다.

[옹기(옴박지) 만드는 과정]

- 점토로 쳇바퀴 타래미(점토를 납작하게 만든 것)를 만든다.
- 물레에 올려놓고 점토를 덧붙여가며 만든다.
- 수레 질을 한다. 이때 수레로 점토를 두들겨 늘린다.
- 항아리 볼록한 부분은 물레질을 하며 물가죽으로 힘을 주어 형태를 만든다.
- 그늘에서 48시간 건조시킨다.
- 유약을 표면에 골고루 2번 바른다. 잿물과 약토 흙을 4:3의 비율로 배합 희석해서 사용한다.
- 가마에 넣고 불을 때 1250도의 온도에서 5일간 굽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 광주은행 사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옹기#강진칠량옹기#옴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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