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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 달 동안 18명의 독자가 <ESC>(한겨레출판)를 집단 평가했다. ESC의 타깃은 명확하다. 도시인이면서 주요소비자를 위한 재미 지침서다. 때문에 도시에 사는 40대 이상의 남녀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지방에 사는 독자나 생활이 다소 불안정한 2~30대 독자에게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아이디 '오로지관객'은 "이 책은 틈을 내서 놀아야 하고 바쁘고 나른한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어느 정도 주머니에 돈도 있고 시간도 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일상탈출의 이색제안"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규정했다. 하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별세계의 이야기지만, 재밌다"(아이디 'jjolpcc')였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다. 이 책이 선사하는 '재미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기자들이 발로 뛰고 알아낸 새로운 정보에 대한 반응들이다. 이 책의 경우는 한겨레신문 목요일자에 ESC 매거진으로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출판한 경우이므로 출판과 신문이 동시에 구매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으나 지면과 책에 대한 '편협함'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한겨레 목요일자 ESC매거진이 책으로 출간됐다. 독자들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세계와 빠른 정보를 알려준 데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한 반면 ESC가 표방하는 '재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을 보였다.

 

별세계의 이야기이지만, 재밌다

 

<ESC> 함께읽기에 참여한 리뷰어들은 생활의 압박을 견디는 대한민국 평균의 독자라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아이디 'jjolpcc'는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책을 읽고 관련내용을) 검색창에서 찾아보니 엄청난 정보가 쏟아졌다"며 자신이 문화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했다.

 

아이디 '지유니'는 공항 이야기나 테마파크의 이야기가 동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홍대 풍경에 관한 스케치를 읽고는 자신이 대학 다니던 시절과 달리 상권이 늘어선 것을 보면서 서운한 느낌도 있었지만, 홍대 앞 풍경을 선사해준 것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아이디 '이환'은 책의 뒷면부록인 '100가지 키워드로 읽는 2008~2009 Esc 트렌드'에 나오는 유익한 내용을 지나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책임여행', '제주올레', '저가항공', '료칸 여행' 등의 여행 관련 키워드나 '맥시멀리즘', '매니시룩' 같은 의상 키워드가 유익한 정보가 됐다는 것이다.

 

아이디 '타오'는 서울에 오랫동안 살고 있으면서도 멋진 명소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썼다. 그의 멋드러진 'ESC 예찬'을 그대로 옮겨 본다.

 

"무겁지 않은 내용으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새롭게 도전해볼 아이템 제공에,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집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한 놀이까지, 별 것 아니면서도 별것인 내용들이 많아서 좋다"

 

아이디 '승주나무'는 공간에 대한 역발상이 즐거웠다고 썼다. '하늘의 출입구 공항 사귀기'는 인천공항에 대한 인상을 바꿔 놓았으며, "주방은 집안에 펼쳐진 캔버스다"(232쪽)라는 말은 주방의 세계관을 바꾸어 놓을 만한 매력적인 화두라는 찬사다.

 

재미를 둘러싼 매서운 이견들

 

이 책은 신문 연재물이다. 신문지상의 보도는 기본적으로 '상식선'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그 이상의 것을 욕구한다. 이것이 '신문 연재 경력의 출판물'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자 딜레마다. 아이디 '김햇님'은 "지루한 일상에 또다른 활력이 될 만한 그런 엄청난 걸 기대하셨다면 그냥 책을 살짝 덮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엄청난 것은 이 책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고 썼다.

 

책은 전면에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이라고 분위기를 잡고 들어간다. ESC라는 컴퓨터의 단추를 일상에 적용한 시도는 참신하지만, 독자들은 책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알려주려 하거나 심지어 강요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불편해했다. 그냥 독자가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독자는 알아서 듣는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Esc를 누르기 어려운 이유부터 보자. 아이디 '이환'은 Escape가 PC 차원에서는 쉽게 이루어지지만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고 더욱이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쉽지 않다고 썼다.

 

'재미'에 관한 논란이 이번 집단평가에 가장 뜨겁게 나타났다. 아이디 'NO-buta'는 "내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없다면 그러한 지루한 나날을 잠시 멈추고 삐죽 튕겨져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재미에 대한 전제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흐르는 강물'이 "어째 나하곤 맞는 코드가 이렇게 없냐" 하며 불평한 이유다.

 

이것을 좀더 분석적으로 보면 아이디 '승주나무'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전우익 선생의 책을 인용한 고경태 편집장의 '재미론'을 예로 들며 이 책이 '여민동락(與民同樂)'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정작 본 내용에서는 '나'보다 '유행'에 탐닉해서 독자들에게 재미의 발견을 상쇄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아이디 '새치미'는 "이 책을 보고 재미를 찾기보다는 '재미'있는 생활을 누리기 위한 또 하나의 지침서라고나 할까?"라는 지적과 함께 "나처럼 책에서 재미를 찾으려 했다면 책 선택은 실패다"라고 규정했다.

 

영풍문고에서 <ESC> 기자들을 직접 만난다

 

이 밖에도 '지능형 광고'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이디 '똘레랑스'는 "너무 솔직한 이야기라서 책이 아니라 광고잡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썼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잡지를 표방한 형태라는 것이다. 아이디 '승주나무'도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그보다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서술되지 않았나"하는 의혹을 던졌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돈 없이 즐기는 것보다 '소비 친화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이렇다. "일상탈출을 위해서는 돈이 든다!" 그래서일까? 한 독자의 외침이 처절하게 들린다.

 

"돈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거 없어?"

 

한편 6월 19일(목요익) 오후 7시부터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ESC> 매거진팀이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 고경태 편집장은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마감에서 다소 자유로운 목요일을 택했다고 하지만, 기자들의 일정상 어떤 필자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리더스가이드와 영풍문고 종로점, 한겨레출판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영풍문고 담당자는 참석한 독자에게 뚜레쥬르 빵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담당자에게 전화(019-286-0981)나 이메일(dajak97@hanmail.net)로 문의할 수도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리더스가이드 사이트(ww.readersguide.co.kr)에서 리뷰어들의 리뷰모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SC 이에스시 -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Esc>를 만드는 사람들 엮음, 한겨레출판(2008)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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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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