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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가 끝나고 거리대행진을 떠난 시청광장은 군데군데 진풍경이 이어진다. 친구끼리 토론을 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텐트를 치고 대화를 나눈다. 늙은 부부가 촛불을 켜놓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며, 퍼포먼스를 하는 시민, 쓰레기를 줍는 여고생,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가족, 가족과 야유회를 나온 듯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 등의 광경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오뎅이며 김밥이며, 튀김, 오징어 구이 등을 파는 노점상이다. 특히 ‘이명박 out’ 티셔츠와 소뿔 모양의 빨강색 형광뿔 등도 불티나게 잘 팔린다.

 

지난 13일 저녁 11시경 시청광장에는 하얀 개가 등장해 퍼포먼스를 했다. 머리에 빨강색 뿔을 끼고, 빨간 옷에는 ‘이명박 out'이라는 글귀가 적힌 한 마리 개가 인기를 끈 것이다. 이곳 시청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만지기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인천 계산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전명석(35)·김사라(27) 부부와 함께 시청광장에 온 개는 사모예드 과의 5개월 된 '덕근'이었다. 결혼 1년째인 이들 부부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오늘까지 촛불집회는 세번째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고 독단을 한다. 아직 신혼이라 아이는 없지만 미래 자식들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물러주지 않기 위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

 

이들 부부는 '덕근'이를 데리고 나온 이유로, 이명박 정부가 개만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우리 부부가 나오면, 집에 개 혼자 있으니까 외로울 것 같아 데리고 나온 측면도 있다. 기왕 '덕근'이를 데리고 나올 바에는 퍼포먼스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들이 개만도 못하기 때문에 뿔과 옷을 입혀, 개도 이명박 정부를 싫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이들 부부가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는 광우병 쇠고기뿐만 아니다. 수돗물의 민영화와 대운하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수돗물을 민영화 한 사례가 나왔다. 아프리카인 듯했다. 민영화한 후 수돗물 값이 폭등한 것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아르헨티나, 이태리 등 수돗물 민영화 한 곳도 서민들이 3개월치 물 값을 못내 난리였다. 대운하도 환경파괴를 해 절대 안 된다.”

 

이들 부부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할 준비가 전혀 안된 사람이기 때문에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국민이 바라지 않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면 이명박 대통령 탄핵 및 퇴진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한 복판에 명박산성을 쌓아 놓은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성을 쌓아 놓을 정도로 국민이 무서우면 국민과 소통을 미리 준비해야지. 컨테이너로 성을 쌓는 것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 행위이다.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국민의 말이 옳으면 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 같다. 만약 이 대통령이 계속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편다면 국민들이 탄핵이나 퇴진운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계속 촛불집회를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이 올바르게 갈 때까지 시간이 허락한 대로 계속 촛불집회에 나올 것이다. 서민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그런 정책 말고 장기적 비전을 갖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태그:#전명석 김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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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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