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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와 '이명박', 장기전 될 것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제시한 '쇠고기 재협상' 시한은 6월 20일, 그 시일까지 쇠고기 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700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뭉쳐 만들어진 나름의 집회 주최 기구다.

 

일부 시위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국민대책회의가 시위 전반에 대해 너무 미지근하다는 불만을 제기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권 퇴진 운동'을 거론했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쇠고기 문제'를 내세운 가운데, 시위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비판과 '이명박 하야'라는 목소리를 주도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6월 11일 현재로써 남은 '쇠고기 재협상' 시한은 9일이 남았다. 하지만 9일동안 과연 '재협상'을 이룰 수 있을까? 미국 측의 반응도 그렇지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응했다.

 

게다가, '쇠고기' 문제는 단순히 '쇠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뒤에는 한미FTA 문제가 있다. 촛불문화제 자유발언대에서는 '한미FTA'를 규탄하는 발언자들도 가끔씩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에 대해 호응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자. "촛불집회의 배후에 한미FTA 반대세력이 있는 것 같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도 '기름'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이 모든 것들은 촛불집회와 이명박 대통령의 싸움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불도저'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진력'이라는 이름의 밀어붙이기를 장기로 내세우는 이명박 대통령, '쇠고기'를 넘어 '이명박 하야'라는 목소리를 내세우며 끝장을 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시위참가자들도 많다. 양쪽 모두 쉽게 끝내지 않을 태세다.

 

새벽녘에 이루어지는 '난상토론'

 

 

촛불문화제와 가두시위를 자주 지켜본 입장에서는 그 패턴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촛불문화제 → 가두시위 → 경찰 병력과 대치 → 밤샘 연좌 시위 → 경찰의 진압이다.

 

가두시위 초반에는 경찰이 행진을 일찌감치 막고자 대치를 벌인 후에 진압을 이르게 시작했던 편이라 시위 자체가 격렬했고 물대포와 소화기 분사까지 동원돼 논란이 일었다. 특정한 장소에 '토끼몰이'를 한 뒤에 동시다발적으로 수백명을 연행한 적도 있었다.

 

그럴때면, 연행되지 않은 시위참가자들은 다시 특정한 장소에 집결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난상토론은 대체로 그날 하루의 정리와 함께 '앞으로'에 촛점이 맞춰진다. "조직화돼야 한다"거나 "집회를 흐트러뜨리는 이들을 어떻게 막느냐"는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시위의 패턴이 바뀐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72시간 국민MT'를 기점으로, 시위참가자들은 세종로 사거리에 주저앉아 '즐기는 시위'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가벼운 음주와 음식을 즐기면서 춤과 노래, 그리고 대화를 즐긴다. 시위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 '즐기는 시위'를 보면서 마음이 벅찼다.

 

어떤 일이든, '즐기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굳이 무리해서 경찰과 대치하지 않고 주저앉아 자연스럽게 '이명박 및 정책 비판'을 대화로 나누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위에 대고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간 국제적으로는 해외토픽 감으로 보도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즐기는 시위'는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폭력'을 의식하며 일부 과잉 시위참가자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자정노력을 아끼지 않는 시위참가자들이 본능적으로 이끌어낸 방식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명박산성' 등반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시위참가자들과 '지금이 최선'이라는 시위참가자들의 논쟁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국민MT' 정례화하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6월 20일'을 '쇠고기 협상' 시한으로 정하면서 그 이후엔 '정권 퇴진 운동'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박산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듣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재협상'이라는 본질을 어떻게 해서든 비켜나고자 '자율 결의'니 하는 꼼수를 꾸준하게 동원해온 이명박 정부임을 감안해보자.

 

그렇다고 시위참가자들이 물러설 리도 없을 것이다. 결론은? '장기전'이라는 것이다. 사실, 시위참가자들은 상당한 체력적·물리적 손실을 감수하고 현장에 자리를 잡는다. 그뿐일까?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누가 연행될지도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긴장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쇠고기 논란'이나 '이명박 논란'의 양상이 평행선으로 나아가면 '장기화' 과정에서 시위참가자들이 감수해야 할 여러 손실들을 예상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세종로 사거리에 주저앉아 자연스럽게 '이명박 규탄'을 하며 가볍게 술을 마시고 춤과 노래, 그리고 대화를 즐기는 '국민MT'를 정례화하는 것은 어떨까?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아침까지, 시위와 상관없이 출근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최대한 막는 선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MT를 즐기는 것이다. 사실, '행동'을 주장하는 일부 강경파 시위참가자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로만 상대할 수 있는 정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찰 병력과 적극적으로 대치를 벌이면 부상자와 연행자의 발생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부담이 엄청나다. 시위참가자들 스스로도 '비폭력'과 '평화시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장기전'을 대비하면서 '평화적 국민MT'도 정례화해 대비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반복하지만, '폭력'을 지양하면서 '즐기는 시위'가 정착되면 이명박 정부 측이나 경찰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주저앉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향해 방패를 찍어댈 것인가, 물대포를 뿌릴 것인가? 만일 그런 일을 시도한다면 이명박 정권 그 자체가 '국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국민MT' 이후에는 경찰도 대응을 가급적 자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한국인

 

 

시위참가자들의 요구대로 '이명박 하야'가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야'가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매주 주말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명박 규탄 국민 축제'를 갖는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본질을 외면하고자 '박근혜 총리'니 '내각 총사퇴'니 하는 동떨어진 정치공학적 대처를 '민심수습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움직임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위참가자가 부상을 입거나 연행되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국민MT 정례화'다.

 

모든 사람들이 나올 필요는 없다. 시간과 여유가 되는대로, 힘이 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교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움직임으로써 한국인은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정부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위는 최대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킴으로써 '명분'을 거머쥐면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대는 여전히 시위참가자들의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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