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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불쑥 꺼낸 '조기전대'(전당대회) 주장 때문이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현실적인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 대표의 '돌발 주장'을 놓고 당내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강재섭, 불가능한 '조기전대' 카드 왜 꺼냈나

 

강 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7월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6월 중순쯤으로 앞당겨 했으면 좋겠다"며 '조기전대론'에 불을 지폈다. "새 출발을 하는 데 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정청이 비슷한 시점에서 모두 인적쇄신을 해서 (새) 출발하는 게 좋겠다"는 의미였다.

 

반나절도 안돼 강 대표의 조기전대 구상은 불발탄이 됐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당헌·당규상 후보등록 후 주어지는 선거운동 기간은 열흘이다. 게다가 전대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의원 명부 작성에도 수일이 걸린다. 당장 예비주자들이 후보등록을 해도 이달 말에나 전대가 가능하다.

 

장소 섭외도 문제다. 1만 명에 달하는 당원·대의원을 수용할 대규모 시설을 찾기 힘든 까닭이다.

 

당 전대준비위는 강 대표의 발언 뒤 같은 날 있었던 회의에서 조기전대안을 검토했지만, 이런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당 지도부는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관심은 강 대표가 왜 조기전대 카드를 꺼냈는지에 모아진다. 강 대표가 조기전대를 치르는 데 닥칠 현실적인 어려움을 몰랐을 리 없다.

 

청와대와 사전 조율?... "강 대표 즉흥 발언일 것"

 

당에서는 그래서 여러 뒷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강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에 의견 교환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지난 4월에도 당 지도부 사이에서 조기전대 주장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례회동에서 강 대표에게 "임기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강 대표도 이 문제는 입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강 대표가 다시 조기전대론을 편 데에는 대통령의 바뀐 의중이 실리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청와대에서 강 대표의 말에 관심을 보인 점도 의외였다. 강 대표가 의총에서 발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강 대표와 관련한 기사가 나왔느냐. 조기전대를 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느냐"고 물었다. 기자들이 "당에서 발표하기 전에 청와대와 조율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의총 직전 (강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해명했다.

 

강 대표의 언행도 심상찮았다. 발언의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 대표는 "'3두마차'(당·정·청)가 같이 새 출발하자는 뜻에서 최대한 앞당겨 전대를 치르자는 얘기"라고 답했다. 그런 뒤 묻지도 않았는데 "(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상의 없이) 나 혼자 (결정해서) 오늘 얘기한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당내의 한 'MB직계' 의원은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국정 수습으로 정신없는) 청와대가 지금 당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느냐"며 "강 대표의 즉흥적인 발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강 대표가 청와대와 내각의 쇄신 시기에 맞춰 어서 당직을 벗어던지고 한 자리 얻으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강 대표는 국무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나는 그런 데 일체 관심이 없다. 이제 (임기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펄쩍 뛰었다.

 

어수선한 당... "새 지도부가 난국 타개"-"우리가 사고친 것도 아닌데 왜"

 

강 대표의 돌발제안에 당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전대 출마 의사가 있는 공성진 의원은 "당도 (국정 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기전대론에 힘을 실었다.

 

공 의원은 "청와대와 내각이 총사퇴하는 상황 아니냐"며 "당도 가능한 한 빨리 새 지도부를 구성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은 사고 친 게 없는데 왜 쇄신을 해야 하느냐"며 강 대표의 '당·정·청 동반책임론'을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을 잘못해 오히려 당에 어려움을 끼쳤는데 당까지 책임을 지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친박 일각에서는 "당외 친박 인사들이 복당해 당 대표 경선구도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어서 전대를 치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당권주자들도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박희태 전 의원은 10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시국이 워낙 위기상황으로 계속되고 있는데 이 판에 우리가 전국을 돌면서 유세와 연설회를 하며 국민 앞에 나서기가 어렵다"면서 "시기뿐 아니라 절차도 상응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몽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도 책임이 있다는 면에서 그런 (조기전대) 말씀을 하실 수는 있지만, 삼권분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행정부가 잘못했다고 국회도 동시에 (인적쇄신을) 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모습인지 모르겠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현실적인 가능성도 타진 않고 말 꺼냈나"... 강 대표 언행 비판 목소리도

 

강 대표의 섣부른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터져 나온다.

 

초선인 김용태 의원은 "뜬금없는 말씀이었다"며 "지금 조기전대 한다고 감동할 국민들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3선 의원은 "강 대표가 현실적인 가능성도 타진하지 않고 불쑥 조기전대 주장을 던졌다면 무책임한 언행"이라며 "동반책임을 질 생각이면 차라리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지난 4월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조기전대론을 접었던 일을 언급하며 강 대표의 처신을 비판했다.

 

그는 "당은 당대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데 강 대표가 (대통령) 눈치만 보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한 마디 하니 이제와 또다시 조기전대를 하자는 것이라면 참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기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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