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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장
 김달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장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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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마비,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이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릴 것이다."

김달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장의 말이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참을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기자에게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화물연대 총파업 투표가 진행 중이던 9일 오후 서울 대림동 화물연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현장에서는 이미 못 버티겠다는 노동자들이 자연스레 파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가 끝난 후인 저녁 7시 반, 화물연대는 "파업 찬반 투표가 90.8%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내일(10일)부터 사실상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8일 발표된 정부의 고유가 정책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지금이 한계점인데, 유가 상승분의 절반만 지원해준다고 해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빚 돌려막기로 겨우겨우 버텨온 화물 노동자들은 현재 빚 돌려막기도 못할 정도"라며 "화물노동자의 50% 이상이 신용불량자이고, 무리하게 운행을 해 과로사로 죽는 조합원도 많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화물연대가 파업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반대에 있다. 김 본부장은 "'미친 소' 운송을 반드시 막겠다"며 "6월 10일 100만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도 적극 참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달식 화물연대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배고파 죽겠는데, 더 참으라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7년 전 화물연대가 건설된 이후 매년 정부에 화물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는 파국적 조건에 놓이거나 파업하면 움직였다가, 파업이 끝나면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부에 대한 공신력은 떨어졌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 현재 화물노동자의 상황은 어떤가?
"6개월 전에는 그래도 빚 돌려막기가 가능했다. 한 달 1000만원 매출인데, 여기에서 기름 값 700만원, 도로비(톨게이트비) 150만원에 보험료·지입료·수리비 등을 제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기름을 외상으로 살 수 있어, 돌려막기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름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니까, 감당이 안 된다. 돌려막기조차 할 수 없다. 50%이상이 신용불량자다. 신차의 경우 한 달 할부로 120~200만원이 나간다. 한 달에 서울-부산을 12번 왕복할 것을 20회 한다. 극도의 피로감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명의 조합원이 사망했다. 이중 피로감으로 인한 졸음운전 등으로 3명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7명은 심장마비와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 정부는 8일 고유가 정책을 내놓았다.(정부는 화물노동자에게 경유 값이 ℓ당 1800원 이상인 경우, 상승분의 50%에 해당하는 유가환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유가환급금 상한선은 기존 유가보조금 ℓ당 287원을 포함해 476원으로 정해졌다.)
"언 발의 오줌 누기다. 그걸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나. 지금 버틸 수 있는 한계상황인데, 유가 상승분의 전액은 아니고 50%만, 그것도 최대 476원까지만 지원해주는 건데 전혀 도움 안 된다. 배고파 죽겠는데, 더 참으라는 것이다."

"왜 세금 내냐? 이 대통령 최고통수권자로 인정할 이유 없다"

- 정부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마땅한 정책이 없다고 한다.
"민생 정책도, 실력도, 능력도 없는 정부 아니냐. 자식 키우면서 '수입 없다'며 '자녀에게 밥 먹지 말고, 옷 입지 말고, 학교 가지마라'는 건데,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자기네들이 부 축적하려고 정부 관료가 됐나. 왜 세금 내냐. 이명박 대통령을 최고 통수권자로 인정할 이유 없다.

촛불집회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파업하면 물류대란 등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된다. 정부는 우리가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데, 우리한테 메시지 주는 게 '파업하면 지금까지 나온 것도 없다'는 협박이다."

-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건 무엇인가?
"①종합적인 유가 인하 및 보조금 지급 확대 ②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정유사에 대한 규제 강화 ③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 ④에너지 수급 구조의 다변화 ⑤표준운임제 도입 등이다. 특히, 운임원가 미공개, 다단계 알선구조 등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제처럼 정부가 최저 운송료를 정하는) 표준운임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왜 우리에게 단체교섭권 주지 않느냐는 거다. 유가 상승에 대해 회사와 대화하면 굳이 정부 정책에 딴죽 걸 이유가 없다. 정부는 2006년 화물연대를 화물노동자의 대표조직으로 인정했지만 아직 우리를 임의단체, 불법단체로 본다. 교섭권이 없으니, 우리가 회사 정문을 봉쇄하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된다."

- 파업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조합원들은 전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깊이 공감한다. 화물연대는 파업과는 별개로 부산 감만 부두와 용인 등의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3500톤의 수송을 저지할 것이다. 6월 10일 촛불집회도 참석한다.

또한, 대운하 건설되면 육로 수송물량 축소된다. 이는 우리의 생존권에 치명적이다. 물론, 운하의 물류 운송 능력은 형편없겠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 아닌가."

"이명박 정부 사면초가에 몰릴 것,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

- 시민들의 지지가 상당하다.
"많은 시민들이 전화해 주고 있다. 대부분 '화물연대의 투쟁에 지지한다', '힘내라'는 거다. 또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아빠 힘내라"는,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자녀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 이미 평택항에서 일하는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됐다. 
"평택항을 비롯해 울산·광주·전남 등에서는 오늘 파업을 하거나 내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파업은 준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현장에서도 못 버티겠다는 거다. 강하게 임팩트를 주는 순간 전체 조합원의 총파업 대오가 형성된다."

- 파업에 대한 파급력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우린 지금 고사하나 싸우다 깨지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전 국민에게 우리의 어려움과 '미친 소' 수입의 잘못된 점을 알리겠다.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물류대란이 일어난다. 산업이 마비되면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면초가에 몰릴 것이다."


태그:#화물연대 파업, #화물연대, #고유가, #김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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