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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에는 그 산의 크기만큼이나 지산, 지봉들이 많다. 그 봉우리들을 하나 하나 정복하는 것도 참으로 의미 있고 값진 일이다. 특히 유성구 덕명동의 수통골에서 오를 수 있는 봉우리는 빈계산, 금수봉, 도덕봉 등이 있다.

 

도덕봉 오르는 길

 

그 중 도덕봉은 그 오르는 길이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물론 4~5시간을 할애해 빈계산으로부터 시작해 도덕봉까지 한바퀴 돌아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름길로 올랐다. 일단 주차장에 차를 대고(주차비도 입장료도 없어 좋다) 수통골의 골짜기를 왼쪽으로 끼고 잠시 걷다 보면 맨 먼저 나타난 등산 안내 표지판에서 제일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도덕봉으로 직진하는 가장 가까운 코스다.

 

 

도덕봉은 동쪽과 서쪽의 외관이 전혀 다르다는데 산행의 묘미가 있다. 내가 오른 길은 바위와 비탈이 심한 곳이어서 산을 오르는 묘미를 더해 줘 좋았다. 가파른 길을 피하고 싶으면 성북동 삼거리 쪽으로 올라 보는 것도 좋으리라. 좀 돌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도덕봉을 오를 때는 좌암교를 지나 도덕골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산행코스를 택하는데, 안내판에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내가 오른 길은 좀더 가파른 길이라 50분이라고 안내판에 기록되어 있지만,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도독들이 신선이 되는 곳

 

도덕봉은 높이가 534m밖엔 안 된다. 계룡산 천황봉에서 보면 황적봉을 지나 민목재를 넘은 후 관암봉과 백운봉(관암산)에서 좌측으로 갈라진 산으로 계룡산국립공원의 아주 작은 봉우리 중 하나다. 마을 주민들은 흑룡산(黑龍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도덕봉이라고 부를까? 산이 도덕을 잘 지키는 이들처럼 마냥 온순해서일까? 그러나 산을 오르며 느낀 점은 그리 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북동 삼거리로 오르면 몰라도 다른 길들은 다 그리 순한 길들이 아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그 이유는 도독들이 많이 기거하는 곳이어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도독'이란 신라시대에 주(州)를 담당했던 지방장관을 말한다. 군주(軍主)나 총관(摠管)이란 이름으로 불리다가 개칭한 직위로, 신라 505년(지증왕 6) 장수 이사부(異斯夫)를 실직주(悉直州:강원 삼척)의 군주로 삼으면서 이 명칭의 사용이 시작되었다 한다(두산백과사전 참고). 바로 이들이 이 산 골짜기에 많이 살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신라시대의 도독들이 지금 신선이 되어 대전과 유성을 굽어보고 있다고 하면 과언일까. 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고고함이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더해왔다. 중간 부분까지는 여느 뒷동산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반 이후에는 그 오름세가 완만에서 가파름으로 바뀌면서 스릴을 더한다.

 

 

한참을 오르다 발밑에 펼쳐지는 지고지순한 도시, 유성을 굽어보면 신라시대 도독들이 왜 이곳에서 그들의 삶의 터를 잡았는지 이해가 갈만하다. 오르다가 왼쪽을 촬영하면 아래로 살포시 도시가 들어오고, 왼쪽을 촬영하면 완만한 산세가 들어온다.

 

 

철계단을 오르고 칼바위들을 밟고 오르면 도덕봉이 그 팻말로 반긴다. 그런데 아직까지 밟아 온 길들의 신묘막측함과는 너무 동떨어져 실망하고 만다. 평범한 뒷동산, 바로 그 모습 그대로다. 다만 다르다면 계룡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세워 둔 팻말뿐이다.

 

'그러니 계룡산의 도덕봉에 가려거든 정상까지 오르지 마라'고 말하고프다. '그러나 정상을 오르기 전에 이미 정상이 있으니 실망일랑 말라'고 또 말하고프다. 정상이 아니어도 정상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도덕봉, 한 번 올라보시기 바란다.

 

고작해야 3시간이면 등하산을 다 할 수 있는 산이니 노년이라도 그리 부담되는 코스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유성인터체인지에서 공주방향으로 가다 한밭대학쪽으로 들어서서 한밭대학을 왼쪽으로 끼고 직진하여 수통골 등산로 입구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된다.

덧붙이는 글 | <당당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도덕봉, #계룡산, #수통골, #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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