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화순제일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지난 7일 화순읍 국민은행 사거리 앞에서도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어요. 우리 가족은 촛불문화제가 시작되는 시간에 모임이 있어서 처음부터 가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모임을 서둘러 마치고 얼른 국민은행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우리가 도착할 무렵 국민은행 주변에는 수백 개의 촛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촛불문화제도 흥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나와서 율동을 하며 노래했고 직장을 다니며 풍물패 활동을 하고 있는 언니 오빠들도 사람들 앞에서 징과 괭과리, 장구 등을 두드리며 공연하는 것이 꼭 축제가 열리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모두들 국민들에게 미친 소를 먹이려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특히 제 또래 아이들이 무척 많았는데 아이들도 이명박 대통령이 싫다고 외치고 있었지요.

 

모두의 손에 들린 수백 개의 촛불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이날의 촛불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켜지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쇠고기는 참 여러 곳에 사용된다고 해요. 식당에서 구워먹거나 설렁탕 같이 국으로 먹는 거 말고도 햄버거에도 들어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에도 들어가고, 약국에서 파는 약에도 쇠고기가 들어간대요. 그러니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가 우리나라에 마음놓고 들어오고 그 쇠고기를 먹지 않으려면 우린 채식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나봐요.

 

이명박 대통령은 왜 미국사람들도 병에 걸릴까봐 위험해서 먹지 않는 소의 내장이랑 뼈까지도 가져오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날 국민은행 사거리에 모인 언니오빠들의 손에는 촛불과 각종 구호들이 적힌 작은 팻말들이 들려 있었어요. 언니오빠들과 어른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닥치고~ 재협상!!"을 외치면서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를 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투표해서 뽑는 거잖아요. 저희 학교에서도 반장을 뽑을 때 투표를 해요. 그리고 반장은 아이들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요. 왜냐하면 반장은 학급의 일꾼으로 우리들 모두가 대신 일해 달라고 뽑은 거거든요.

 

대통령도 그렇지 않나요?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정치를 하고 나라 일을 할 수 없으니까 국민들을 대신해서, 국민들의 소리를 잘 들어서 대표로 일해 달라고 국민들이 뽑은 거잖아요. 대통령 옆에 있는 국회의원들도 그러구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 대통령이랑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말을 듣지 않을까요? 국민들은 미국의 미친소를 먹기 싫다고 하는데 왜 대통령은 자꾸 먹으라고 하지요? 그 옆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왜 국민들의 소리는 듣지 않고 대통령이랑 같이 국민들에게 미친소를 먹이려는 걸까요?

 

국민들은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마치 치매에 걸린 것 같이 몸과 마음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싫다고 말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안 들으려 할까요? 저도 광우병 걸린 쇠고기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려서 죽기는 싫어요. 그리고 그런 병에 걸리면 저도 고통스럽지만 주변에서 저를 돌봐야 하는 가족들도 몹시 힘들 거예요.

 

 

서울에서 하는 촛불문화제를 보면 물대포도 쏘고 경찰이 때려서 피도 나고 TV나 인터넷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참 무서웠지만 우리 화순은 경찰아저씨들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다치지 않게 교통정리도 잘 해주셔서 참 좋았어요. 아마 경찰아저씨들도 인간광우병이 걸릴 수도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먹기 싫어서 그랬겠지요?

 

화순에서는 14일에도 촛불문화제가 열릴 거래요. 화순은 서울에 비하면 작은 농촌이지만 화순에서도 대통령이 국민들의 말을 들을때까지 촛불은 계속 켜질 거예요.

 

광우병은 뇌에 송송송송 구멍이 뚫려 결국엔 죽게 된다는 하지만 그 병을 치료할 수도, 치료할 방법도 없는 참 무서운 병이래요. 미국산 쇠고기가 아예 수입되지 못하게 막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촛불의 힘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수입이 이뤄지게 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저도 계속 촛불문화제에 참석해서 촛불을 켤 거예요. 그리고 대통령님, 제발요 우리들이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 먹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엄마도 아빠도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도 먹지 않게 해주세요.

 

제가 광우병에 걸리면 엄마아빠가 슬프겠지만 엄마아빠가 광우병에 걸리면 제가 슬프잖아요. 대통령님은 우리 국민들이 미친소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리면 안 슬프세요?


#화순#문혜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