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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 겉그림
<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겉그림 ⓒ 집문당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따라잡고 넘어서는 일에 대한민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빨랐다.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만이 지닌 문화 특성이나 공동체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은 20세기 후반기를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에 쳐진 사람들을 돌보고 주변을 살피는 미덕은 참 많이 약해져 있었다.

 

사람들 머리 속엔 오로지 '잘 살아보세'가 가득했다. 인간 고유 가치는 어디 가고 없는 사회, 사람은 없고 사회만 있는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가 근근이 이어오던 공동체성 회복 욕구 그리고 민주화라는 제도상 변화 욕구는 1987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사회에 배어들기 시작했다.

 

서민들의 땀과 열정이 만들어낸 경제성장 효과도 어느 정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는 물질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이른바 '탈물질주의'(post-materialism)이다.

 

관용, 신뢰 그리고 참여로 본 성숙한 민주주의

 

지은이는 오래도록 물질주의 의식이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에 불어오는 새로운 물결을 보며 스웨덴을 떠올렸다. 오랜 세월에 걸쳐 탈물질주의로 변화하고 사회 신뢰 수준을 이룩해  온 스웨덴과 달리 모든 게 순식간에 변화하고 있는 한국을 비교하는 일은 지은이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어나는 동일한 변화에서 상관성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한국 사회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게다.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확산은 민주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탈물질주의적 가치는 절대적 사회규범 및 권위를 부정하는 한편, 관용(tolerance), 신뢰(trust), 각종 의사 결정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자기 표현(self-expression)등을 강조한다(Inglehart, Norris and Welzel, 2003: 106). 이러한 태도와 가치들이 민주주의의 발전과 공고화에 기여함은 물론이다.(<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 134~135)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일반 시민의 참여 여부와 수준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 공동 자산을 모으고 공동체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일반 시민의 참여는 곧 민주정치의 발전과 연결된다.

 

그런데, 일반 시민이 한국사회의 틀을 조정하는 정치문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자발성'이라는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저 제도를 바꾸고 이를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정도로는 결코 그 사회의 민주주의 성장을 바랄 수 없다. 민주주의 성장은 일반 시민의 참여에 있으며 그 참여 방법은 기본적으로 '자발성'에 기초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의 민주주의 성장이 끊임없는 힘을 받을 수 있다.

 

지은이는 '자발성'에 기초한 민주주의 성장의 기반으로 '탈물질주의'에 주목했다. 그는 "기성 세대가 국가안보나 경제발전 등과 같은 국가 목표에 치중한 반면, 젊은 세대들은 환경보호, 보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의 건설 등과 같은 목표에 치중한다"고 말했다. 이는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부여된 자율성을 바탕으로 토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말한다.

 

한편,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하여, 지은이는 정치 참여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단순한 의사표현 이상을 담을 수 없는 투표라는 제도를 넘어서서, 인터넷과 같은 기술발달에 힘입어 표현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사실 우리 사회에 이미 익숙해져있다. 다만, 지은이는 이같은 변화에서 "젊은 유권자의 가치 변동(보다 구체적으로는,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본 것이다.

 

이같은 목표점에 따라, 지은이는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부상과 확산이라는 정치문화의 변동이 정치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비교대상으로 스웨덴을 정한 것이다.

 

이같은 연구를 위해 이 책을 쓴 지은이는 서론 외에 7장에 걸쳐 정치 참여의 의미와 이론, 정치 참여 연구에 있어서 일반이론의 중요성, 정치문화의 변동에서 본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부상, 한국사회와 탈물질주의 현상의 관계, 한국과 스웨덴 비교 연구, 그리고 본 연구 결과가 한국 민주주의 미래에 주는 시사점 등을 다루었다.

 

2008년 대한민국은 87년 민주화 바람에 버금가는 시민의식 성장과 성숙을 목격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진정 '87체제 이후 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마도 한참 뒤에나 얘기할 수 있을 게다. 다만, 민주주의 성장에 꼭 필요한 '자율성' 또는 '자발성'이라는 면에서 우리는 지금 분명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갑자기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이같은 시민 의식 이면에는 분명 관용, 신뢰 그리고 참여에 대한 우리사회 열망이 짙게 배어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를 들여다보는 내내 문득 문득 2008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참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한국과 스웨덴의 비교> 김욱 지음. 집문당, 2007.


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 - 한국과 스웨덴의 비교

박갑수 지음, 집문당(2005)


#정치 참여#정치 참여와 탈물질주의#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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