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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경기도 시․군 환경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지역에 습지가 있다’고 답한 공무원은 서너명에 불과했다. 강과 바다, 갯벌은 습지가 아니라고 여긴다. 습지는 개별개념이 아니라 이웃개념으로 통합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습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한동욱 PGA습지생태연구소 소장은 7일 부산 을숙도 내 한국수자원공사 물문화관 강당에서 열린 "습지인식증진 활동․습지보전정책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습지인식증진(CEPA) 활동의 현재와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한 한 소장은 "오는 10월 말 경남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리는데, 우리는 아직 국자 차원의 'CEPA 람사르협약'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람사르총회를 하게 되면 CEPA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올해 회의에서는 우리나라는 의장국이 된다. 한 소장은 “한국이 의장국이 되면 환경부장관이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장관이 CEPA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고민하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가전략으로 CEPA를 채택하자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

 

습지에 있어 논이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그는 “논습지는 우리의 독특한 습지인데, 농경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논습지를 제대로 평가하고 습지기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CEPA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

 

한 소장은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조차 연안과 강, 바다, 갯벌은 습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습지보전의 국제적 협력을 위한 국가․도시간 자매결연과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습지보전법 개정 필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최근 사천 광포만 매립 여부로 논란이다. 그곳에 최근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었는데, 현행 규정대로 하면 그것으로 매립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현행 법은 습지보호지역만 보전하도록 되어 있다. 광포만의 경우 람사르협약에 기대고 있지만, 습지보전법을 고치지 않는 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강화도 남단에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습지가 있는데, 람사르습지로 등록할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그곳을 환경부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문화관광부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CEPA 사례들을 소개한 한 소장은 “습지 유형에 따라 사례를 분류하고 특성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교류와 교육, 훈련, 인식증진사업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국가적인 전략이다”고 제시했다.

 

이인식 위원 “우포늪에 따오기가 복원되면...”

 

이인식 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은 “따오기 복원사업을 통한 습지 인식증진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따오기는 우리나라에서 1979년 마지막으로 1개체가 촬영된 뒤로 사라졌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 따오기를 복원하기 위해 경남도와 창녕군, 환경단체들이 오래전부터 노력해 오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따오기 이식에 합의했다. 중국 샨시성 등에는 따오기 500마리가 인공사육되고 있다.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중국 따오기가 우포늪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인식 위원은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따오기 복원에 노력해 오고 있다.

 

이 위원은 “대통령이 이번에 중국을 방문해서 합의가 되었지만, 사실은 자치단체와 민간단체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라며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따오기를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중국과 일본에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말했다.

 

따오기 서식 조건에 대해 설명한 그는 “중국 샨시성 양시엔마을을 가본 적이 있다. 하천과 논이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특히 유채 밭이 많았다. 하지만 시멘트에 의한 포장된 도로는 없었다. 우리가 바라는 전형적인 마을의 모습이었다”고 소개.

 

또 그는 “따오기는 미꾸라지를 먹이로 하는데, 따오기를 들여오기 위해 몇해전부터 중국 측에 한해 27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농민들이 농사짓는 옆에서 따오기들이 가까이 있었다. 따오기가 자연스럽게 농민들과 어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야생 따오기가 도심까지 날아들어 중국 전문가들이 흥분하기도 했다”면서 “따오기 야생 방사를 위한 적응 훈련장을 보면 논에 모기장 같은 시설을 간단하게 해놓았고, 나중에 모기장만 거두어 내버리면 바로 따오기가 야생으로 날아가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과 대조적이었다”고 설명.

 

그는 “우포늪에 사는 어르신들은 6․25 이전까지 따오기를 많이 봤다고 한다”면서 “2005년 따오기 복원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시용메이 박사(중국)와 고 김수일 박사(한국)가 우포늪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모두 충분히 가능하며 최적지라고 했다”고 소개.

 

이 위원은 “일본도 한때 따오기가 사라졌는데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따오기를 기리기 위해 비석까지 세워 놓았더라”면서 “일본은 지금 ‘따오기 쌀’을 생산해 일반 쌀보다 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우포늪에 따오기가 복원되면 우리도 ‘따오기 쌀’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동요 ‘따오기’를 배우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따오기’를 잘 모른다”면서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동물만 잃어버린 게 아니라 심성까지 잃어버렸다. ‘따오기 학교’를 만들어 새로운 인식을 증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대수 교사 “어머니, 아버지의 관심부터”

 

한대수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교사는 경남도교육청의 “학교 교육과정 속의 습지인식 증진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경남도교육청은 2007년부터 습지시범학교를 매년 4개교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한 교사를 비롯한 지역 환경 교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경남도교육청은 ‘한-중-일 어린이 습지캠프’와 ‘습지와 새, 사람이 어우러지는 습지만화 제작’, ‘일본 습지 벤치마킹 해외 연수’, ‘우포 생태교육원 운영’ 등을 열어오고 있다.

 

한 교사는 “효과적인 습지대중 인식증진을 위해 20개 학교에서 습지체험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20개 시군 교육청에서 람사르총회에 대비한 환경교육네트워크 체험학습을 진행 중에 있다”고 소개.

 

그는 “자연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빛깔로 이야기 한다”면서 “자연에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어머니의 사랑과 아버지의 마음으로 생명과 평화교육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의 습지보전정책과 과제”(환경부 자원보전국 진득환), “현장에서 바라보는 습지보전정책의 문제점”(새만금생명평화연대 주용기), “습지보호구역 지정 확대 문제점과 람사르습지 등록의 과제”(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습지보전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한남대 박태현) 등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열렸다.


태그:#습지, #따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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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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