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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극을 선보이기 위해 2달여 동안 쉬지않고 달려온 홍익대 조치원캠퍼스 연극 동호회 '까망꼬망', 그들이 선보일 연극은 '팽'이라는 이름의 공연이다. 쉽지 않은 내용의 연극이기에 스텝과 배우들은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 하지만 야속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6월3일 공연 당일의 막이 올랐다. 그 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필자주
 
 
6월3일. '팽' 연극 시작 2시간 전
 

3일 6시 30분 공연. 연극 '팽'의 시작을 2시간 남겨둔 상황. 긴장된 표정의 '까망꼬망' 배우들에게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온다.

 

"아, 배고파"

 

'팽' 공연을 앞둔 까망꼬망 배우들의 배에선 생뚱맞게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다.  물어보니 모두들 밥을 굷고 있다는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도 성이 안 찰 배우들. 그런데 공연 당일 먹은 음식이라곤 초콜릿과 껌 몇개가 전부라니 이상했다. 첫 공연을 앞둔 배우들이 식사를 거르다니,

 

 

배우들은 그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예전 선배때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인데요. 저희는 대사를 발성으로 하기 때문에 배가 든든하면 소리가 잘 안나요. 배를 비워야 해요. 그래서 공연 끝날때까진 되도록 음식을 안먹어요. (그래서)뭐, 배고프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좀 더 관객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까망꼬망' 배우들. 그들은 무대 위에서 프로가 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까지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이다. 어찌보면 사소한 문제들 같지만 그들은 결코 쉽게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까망꼬망'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알아줄 때 가장 기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 보람찬 감동을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고 있다. 공연시작 2시간 전 젊은 배우들은 화려한 무대를 꿈꾸며 치열한 밥(?)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연극 시작 1시간 전  

 

 

'팽' 공연 시작 1시간 전, 배우와 스텝들이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스텝들은 배우 분장 준비와 시스템 점검에 여념이 없다. 배우들 역시 막바지 대본 연습에 온 정성을 쏟는다. 각자의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연극 준비는 척척 진행되어 간다.

 

그런 와중에 박원규씨(24)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요번 연극에서 제대 후에 처음 배역을 맡았거든요. 2달 여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후회없는 순간을 만들고 싶어요. 모든 스텝, 배우들이 전부 그런 마음일 거에요"

 

시간은 순식간에 흐른다. 어느덧 공연 시작, 1시간 전이었던 시간은 벌써 30분 전을 가르키고 있다.

 

연극 시작 30분 전

 

'팽' 연극 시작 30분 전, 연극 장소인 홍익대 조치원캠퍼스 시청각실에는 관객들이 하나 둘, 입장을 시작한다. 내심 관객들이 한명도 안 오면 어쩌나 걱정하던 '까망꼬망' 배우와 스텝들은 관객들이 입장하자 그제야 얼굴에서 꽃빛이 돈다.

 

프로들의 무대처럼 수많은 관객과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극 장소에 모인 수십 명의 관객들은 그 어떤 수 만 관객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열정적인 무대를 꿈꾸는 '까망꼬망'에게 말이다.

 

연극 시작 10분 전

 

 

연극 시작 10분 전, 무대는 더욱 분주해졌다. 전날, 마지막 리허설에서 따끔한 지적을 한 이철중(24)씨는 이제 비판 대신 격려로 배우들을 다독인다.

 

"자. 오늘 공연 멋진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모두 잘할 수 있지? 힘내자"

"네. 아자아자!"

 

서로의 손에 손을 얹고 아자아자를 외치는 그들, 그들의 자신감은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까망꼬망'의 연극 '팽'은 시작되었다.

 

연극 시작! 그들의 빛나는 공연

 

6월3일 오후 6시 30분, 많은 난관을 이겨낸 '까망꼬망'의 공연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까망꼬망' 배우들의 연기를 스텝들은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스텝들은 배우의 연기 하나 하나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혹여나 배우들이 첫 무대이기에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해왔다는 과정이 있었기에, 그들은 동료 배우들을 믿고 또 마음 속 깊이 응원했다. 그런 스텝들의 믿음과 응원 때문일까? 배우들은 연습에서보다 훨씬 더 멋진 연기를 선보이면서 연극을 진행시켜 나갔다. 그들의 열연에 관객들도 때론 '웃음'과 '감동'어린 박수를 쳐 주었다.  

 

 

그렇게 2달여동안 달려온 까망꼬망 연극은 끝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서 배우들은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배우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실수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관객, 스텝들이 느끼지 못하는 배우 본인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스텝들도 특별히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렇게 뒤숭숭함 만을 남기고 연극은 끝이 난 듯했다. 모든 연극의 끝이 그렇듯, 관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텅빈 객석은 공허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텅빈 객석에 한 관객이 앉아 있었다. 실망스러워하던 배우들의 시선이 문득 그 한명의 관객에게로 향했다. 객석에 앉아있던 그는 수줍어하며 운을 뗐다. 대학교 4학년 졸업생, 김두찬(27)이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지막 학기에 우연히 본 연극이었는데 뭐랄까요.......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감동이었습니다. 긴 호흡이었을텐데 그것을 하나하나 해나갔다는 모습에서 감동했습니다. 이 떨림, 이 감동을 느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조금 부끄러웠지만 끝까지 남아있었습니다. 이 떨림을 끝까지 간직하고 싶어서요"
 
자신들의 연극에 감동을 받아 끝까지 남아있었다는 관객, 그제야 어두운 표정의 배우들에게서 웃음꽃이 피었다. 자신들의 열연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파란을 던져줬다는 감동을 간직한 채 말이다. 그렇게 2달 동안 까망꼬망이 빚어낸 '팽' 연극은 진한 감동을 주며 끝이 나고 있었다.

태그:#까망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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