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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야, 여기 와서 약 먹자. 자, 입 벌리고. 아~ 해 봐!"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모습 같지만 사실은 네 살 딸아이가 인형에게 약 먹이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다. 세 살이던 작년만 하더라도 사람 모양의 인형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선물 받은 것마저도 찬밥 신세였는데 요새 부쩍 아기 인형에 관심이 많다.

아기 인형에게 약도 먹이고 쭈쭈 준답시고 어디서 얻어다 놓은 젖병을 입에 가져다 댄다. 이불을 덮어 주고 잠을 재우는 건 기본. 제일 우스운 건 이 인형에게 엄마처럼 잔소리도 하고 혼도 낸다는 것이다.

"기기야, 너 의자에 올라가지 말랬지? 그럼 위험하니까 여기 이렇게 예쁘게 앉아 있어."

아이와 인형의 대화를 들어 보면 마치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내가 우리 아이를 대하는 것만 같다. 내가 저렇게 아이를 가르치려 들었나 싶어 뜨끔할 때도 있고 내 말투가 저랬구나 하고 반성도 한다. 겉모습은 제 아빠를 더 닮은 아이가 말투만은 엄마와 어찌나 비슷한지 가끔은 황당할 정도다.

 자기 베개에 아이 인형을 눕혀 놓고 이불도 덮어 준다.
자기 베개에 아이 인형을 눕혀 놓고 이불도 덮어 준다. ⓒ 강지이

말투만은 엄마와 어찌나 비슷한지...

이렇게 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이나 말을 따라하는 것은 모방 심리에서 비롯된다. 모방 심리는 아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존재하는데, 이성적 판단에 의지해 모든 것을 체에 거르듯 분별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더 강하게 작용하며 본능과 감각에 의지해 많은 것을 흡수하고 모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자랄 때까지 이 모방 심리를 바탕으로 하여 성장해 간다. 특히 주변의 동성 어른들이나 언니, 형들을 보면서 자기와 닮은 성의 행동을 더욱 많이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를 보면 가장 많이 모방하는 대상은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 그리고 어린이집의 언니들이다.

자신이 가장 많이 접하는 동성의 대상을 보면서 그 행동과 말을 따라하며 아이는 자란다. 작년만 하더라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네 살이 되고 나니 구체적인 문장으로 자신의 사고를 또렷이 표현하는 게 제법 어린이가 다 되었다.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걱정은 '무턱대고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모방하여 안 좋은 언어와 행동을 습득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다. 한 번도 오락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는 아이가 어느샌가 어린이집 언니들에게서 배운 건지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을 부르며 손가락으로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정말 모방의 천재란 생각이 든다.

어른 모방해도 아이들 자아는 여전히 미성숙

그럼 이렇게 모방 행동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까?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영유아 건강검진은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춘 교육 방법을 부모에게 제시해 준다. 지난해 11월부터 만 4개월 - 5세의 영유아를 상대로 총 5회에 걸쳐 무료 건강검진을 하는 것인데, 발달단계 검사는 물론이고 성장검사, 충치 검사 등 아이에게 필요한 전반적 검진을 시행한다.

이 검사가 너무 금방 끝나고 질문지 형식의 문답형이라 형식적이라는 불만도 많지만, 우리 아이가 찾은 소아과는 의사 선생님께서 친절한 안내를 해 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너무 복잡한 병원보다 인근의 친절한 소아과를 찾아가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우리 아이가 받은 검사는 만 30개월용이었는데, 검사 이후 의사 선생님과의 문진을 통해 이 시기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른들과 비슷하게 성장하여 어른의 말을 거의 이해하고 뚜렷하게 의사표현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어른과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오인하기 쉬운데, 사실 아직 미성숙된 자아이기 때문에 이 시기 아이들의 판단은 아주 위험하고 어설플 때가 많다. 예를 들자면 콘센트에 전기 기구를 꽂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어른과 같으나, 그곳에 다른 물체를 넣으면 감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이런 특성 때문에 엄마의 사소한 행동이 위험한 상황을 불러 올 수도 있다. 베란다를 쉽게 여겨서 그곳에 놀이 공간을 꾸며 주는 부모도 많은데, 아이들은 어느새 부모를 모방하여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난간 틈새로 고개를 내밀다가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면 위험한 물건은 아예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엄마 화장대에서 이렇게 엄마 흉내를 내는 것은 기본
엄마 화장대에서 이렇게 엄마 흉내를 내는 것은 기본 ⓒ 강지이


요즘 우리 아이는 엄마가 목욕탕 청소를 하며 뿌리는 독한 세제에 관심이 많다. 거품이 나오는 모양이 아이 눈에는 매력적인 모양이다. 빗자루를 들고 청소한다고 자주 흉내를 내는데 어느 순간 아이 손에 그 세제가 들려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후 세제들은 모두 높은 곳으로 옮겨놓았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모방과 창조를 거듭하며 발전해 간다. 명석한 두뇌를 이용한 모방이야말로 인간을 생존하게 하고 발달하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한창 모방 심리가 발달하는 만 1세-3세의 아이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고 싶은 것은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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