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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가 촛불집회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물폭탄 세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봅니다. 경찰의 방패 모서리에 찍혀서 유혈이 낭자한 여학생을 봅니다. 경찰의 발길에 짓밟히고 무자비하게 걷어채이는 장면도 나옵니다.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7살짜리가 묻습니다. '아빠, 왜 경찰이 아무짓도 안한 사람을 저렇게 때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아이가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 장면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구구절절 설명을 해주기에는 너무 복잡한 일입니다. 왜 이런 경찰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에게 경찰은 우리를 보호해주는 일을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경찰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라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찰에 대한 존경심을 갖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존경심 때문에 아이들은 커서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의 눈에 비친 폭력경찰의 모습을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면과 그것으로 인하여 느낄 혼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평소 알고 있던 경찰의 모습과 화면에 비친 모습 사이의 괴리에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평소 생각하는 경찰의 모습이 정상입니다. 경찰은 법질서를 수호하는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정권의 도구로 사용되며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은 경찰의 본래 임무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옳고 지금 경찰의 모습이 옳지 않습니다.

 

물대포를 사용수칙과 다르게 사용한 자들은 처벌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여린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채서 쓰러뜨리고 군화발로 짓밟고 잔인하게 걷어찬 경찰은 처벌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설혹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불법한 행위를 했다손 치더라도 경찰이 현장에서 즉결처분을 할 수는 없습니다. 법절차에 의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법치국가의 경찰이 법을 어기면서 폭력을 행사해선 안됩니다.

 

경찰의 폭력행위에 대하여 과잉대응이 아니라 적절한 것이라 항변하는 경찰청장은 또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입니다. 불법을 저지른 시민은 경찰의 손에 의하여 마구 폭행을 당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극악한 사람들이어서 사법부의 판단이 없이도 즉결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경찰의 기본적 임무도 모르는 사람이 경찰의 총수자리에 앉아 있는 꼴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다시 돌아가서 어린 유치원생의 눈에 비친 폭력경찰의 모습은 경찰 스스로 돌아볼 일입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경찰을 어떻게 생각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입니다. 경찰의 임무는 우리가 유치원생들에게 이미 가르친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유치원생들의 생각이 옳고, 그들의 눈에 비친 폭력경찰의 모습은 잘못된 것입니다.

 

방송이 그런 장면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사람은 없겠죠? 아이들의 눈을 피해서는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찰은 없겠죠? 보여주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 모습을 스스로 드러낸 경찰의 반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경찰이 섬겨야할 주인은 정권이 아닙니다. 경찰은 국민의 경찰입니다.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법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복종해야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경찰의 진지한 참회가 필요합니다. 시민을 향해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자들은 모두 처벌해야 합니다. 그렇게 분위기를 이끌고 지휘한 자들은 모두 자격이 없습니다. 당연히 옷을 벗겨야 합니다. 시민을 마치 폭도 다루듯 경찰의 폭력을 옹호하기 바쁜 경찰청장은 물어나야 합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희망으로 남을 경찰이 되기 위해서 지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좋은 경찰이 돼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어린이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7살짜리 아이의 눈에 경찰이 휘두르는 폭력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입니다. 경찰의 대오각성을 촉구합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촛불문화제#폭력경찰#과잉진압#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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