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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얗게 피어난 왜당귀 꽃.
하얗게 피어난 왜당귀 꽃. ⓒ 안병기

하얗게 피었다

산비탈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

왜당귀꽃들

 

옛날 옛적 아낙네들이

싸움터로 꿀려가는

낭군의 품속에 넣어주며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요

주문이라도 걸 듯 속삭인 데서   

당귀(當歸)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꽃이다

 

남의 나라 땅으로 건너와

불귀(不歸)의 세월을 견디는

저 왜당귀 꽃처럼

나 역시

뒤로 돌아갈 

앞으로 나아갈 발(足)도 없는

진퇴유곡의 세월을 무던히 많이도 흘러왔다

아마도 더 나이들게 되면

돌아갈 수 없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더욱 끔찍하게 많아질 것이다

 

불귀와

당귀 사이에 놓인 철로를

삶이라는 기차는

거침없이 달려오건만.


#왜당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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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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