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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아이들의 오감 발달과 창의성 향상에 좋다고 해 요리와 놀이를 접목시킨 문화센터 강좌나 학원 등이 유행이다. 이런 강좌들은 4~6세 정도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집에서 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리를 스스로 해 보도록 하면서 아이들의 즐거움과 교육을 동시에 실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굳이 비싼 수강료를 내면서까지 이런 강좌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 꼭 강좌를 들으러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아이와 요리를 해 보는 방법도 꽤 괜찮을 것이다. 아이들이 사용해도 위험하지 않은 플라스틱 빵 칼, 조금 더럽혀지더라도 신경 쓰지 않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엄마표 요리 강좌가 가능하다.

 

국립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네 살 딸의 준비물을 챙기다 보면 가끔 앞치마가 등장한다. '어린 아이가 무슨 앞치마?'하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밀가루 반죽 놀이, 김치 담그기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요리 놀이를 위해서 앞치마는 필수다. 이런 곳에 다니지 않는 아이라면 집에서 엄마가 해 주는 요리 놀이를 아주 좋아할 것이다.

 

책 <동화 읽고 COOK! COOK! COOK!>은 동화를 읽고 거기에서 떠오른 생각을 요리로 표현해 보도록 하는 유아용 요리 서적이다. 책의 저자들은 현재 아이들을 위한 요리 강좌를 운영하면서 이 요리 교실이 유아들의 사고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그와 연계된 활동을 하다 보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이 가능하다. 즐거운 동화 요리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신장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식재료를 만지고 주무르고 냄새를 맡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력 발현의 기본이 되는 다섯 감각이 균형 있게 발달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참 많아요. 엄마에겐 3단계만 거치면 완성되는 요리가 아이 시각에서는 각종 난관까지 포함해 10단계쯤 되죠. 그 10단계를 거칠 때마다 하나씩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은 월등히 성장할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다 보면 아이의 집중력은 놀랍게 발전한다. 아이가 요리를 할 때의 표정은 어른이 일에 집중할 때의 표정과 흡사한데, 그만큼 진지하게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김치 담그기처럼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한 요리를 하다 보면 저절로 사회 안에서 남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의견을 이끄는지, 나와 다른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그럼 동화 요리의 출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많겠지만, 너무 강압적인 태도로 청결과 동화 내용의 요약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동화를 읽고 그것을 표현해보는 놀이라는 것에 시각을 맞추자. 물론 청결이 중요하긴 하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허용은 가능하다.

 

청결보다 더 강조해야 할 것은 부엌에 위험한 물건이 많다는 사실. 아이들은 부엌에 들어가는 순간 이것저것 만지고 싶은 게 많다. 그러다 보니 뜨거운 가스레인지나 날카로운 도구들을 잊어버리기 쉽다. 따라서 이에 대한 안전만은 철저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평소 주방에 아이가 드나들 때마다 위험한 물건과 장소 등을 인지 시킨다면 조금 편하게 요리 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리와 학습을 연계시키는 방법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예를 들자면 크로켓을 만들면서 몇 개의 크로켓이 바구니에 담겨 있는지 세어 보도록 한다든가, 10개의 크로켓을 두 개의 접시에 나누어 담아도 그 숫자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학습 효과가 있다. 이런 수학적 개념을 직접 가르치려면 어렵지만 생활 속에서 알려 주는 건 쉽지 않은가.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동화책과 요리도 있다. 보림출판사의 <오늘은 우리 집 김장하는 날>은 매번 김치를 선미네 집에서 가져다 먹던 생쥐가 직접 김치를 담그는 내용이라 아이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이 책을 읽은 뒤 독후 활동으로 김치를 담그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체험이 된다.

 

작년에 김치가 맵다고 잘 안 먹던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한 후 맛있게 김치를 먹는 걸 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무엇인가에 늘 뿌듯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배추를 절이면서 왜 배추가 늘어지고 물이 많아지는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저절로 삼투압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아이에게 패턴에 대해 설명하려면 힘들고 어렵다. 이럴 때에는 과일 꼬치를 함께 만들어 보면 큰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포도, 바나나, 사과, 포도, 바나나, 사과, 이런 순서로 꼬치를 만들어 주면 아이는 패턴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과일도 더 맛있게 먹을 것이다. 모양 틀을 가지고 여러 도형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도 수학에 쉽게 다가서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아이와 요리를 하며 놀아주다 보면 아이는 즐거움과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답시고 붙들어 놓고 지겨운 학습을 하도록 강요하지 말자. 알파벳 비스킷을 가지고 알파벳을 다 알게 되었다는 아이도 있지 않은가. 어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습득하고 배운다.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아이를 데리고 삶은 메추리알 까기를 함께 해 보았는데, 의외로 아이는 참 집중하면서 섬세하게 메추리알 몇 개를 까 놓았다.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책처럼 다채로운 요리를 함께 하기는 어렵겠지만 몇 개를 골라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화 읽고 Cook! cook! cook! - 엄마랑 아빠랑 동화 읽고 신나게 놀아보자!

엘타토 지음, 명진출판사(2007)


태그:#육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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