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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모만 있고 비혼 부는 없는 나라

 

내가 가르치는 저소득층 아이들 중에  한 부모 가정 아이와 다문화 가정 아이가 있다. 다른 선생들이 가르치는 아이들 가운데도 한 부모 가정이 한 둘씩 꼭 끼어 있다.

 

사별이든 이혼이든 별거든 비혼모든 싱글 맘들이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면 한 부모 가정이 의외로 많다. 한 부모 가정 역시  그다지 별스러운 일이 아닌  일반적인 형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의외로한 엄마 가정은 많은데 한 아빠 가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비혼 모는 있어도 비혼 부는 없고 양육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사고를 지닌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아이를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질 받는 비혼모는 있어도 그 아이를 세상에 있게 한 비혼부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고  면죄부를 받는 부조리한 세상에 산다. 심지어 이혼이 아닌 사별로 한 엄마 가정이 되어서도 세상의 무시와 편견이 두려워 남편의 부재를 숨기며 살았다는 어느 싱글맘의 한 맺힌 고백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제 사회는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은 정상이고 한 부모 가정은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치우고 더 넓고 깊은 시선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바라봐야 한다. 비혼 출산이나 싱글맘은 다양한 인간 삶의 형태 중 한 가지일 뿐 정상, 비정상으로 양분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씩씩한 싱글맘들의 신나는 고군분투기 그리고 그녀들을 응원하는 멘토들의 이야기인 <우리 그래도 괜찮아>는 싱글맘들 모임인 빅맘스클럽(Big Moms Club)이 조금은 특별한 엄마들이 털어놓은 싱글맘으로 살아가기와 홀로서기,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을 적은 글들이다.

 

씩씩한 싱글맘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그들이 지닌 상처를 세상에 드러내는데 3년이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싱글맘으로 사회 곳곳에서 받았던 차별과 냉대를 드러내 보이는 일은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소심한 한 엄마(One Mom)에서 혼자서 가정을 떠받치는 든든한 울타리인 한 엄마(Big Mom)로 거듭난 이야기는 아직도 자기 고치 안에 갇혀 상심하는 수많은 이 땅의 싱글맘들이 더 빨리 고치를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이다.

 

 싱글맘들이여 이제 자기를 찾자!

 

나는 한부모 엄마들이 괜한 자학을 많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슨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혼자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자기 처지, 다른 가정과 비교되는 자기 형편, 아이들에 대한 괜한 미안함 때문에 그렇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행복할 권리를 넘어 행복할 의무가 있다. 엄마들은 잘 알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기분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말이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자기를 그만 괴롭히고 아이들에게 미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올인 하는 것은 이제 그만!  -책 인용-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여성단체와 기관의 행사진행자, 홍보대사, 멘토로 활동 중인 방송인 김미화씨는, 남편과의 사별로 우울증을 앓던 친구와 통화하면서 아이에게 죄책감을 갖거나 떠난 상대방의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바로 자기 자신부터 행복해지라고 강력하게 충고하고 있다.

 

싱글맘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다. 특히 정신적으로는 상대적 무력감과 열등감, 그리고 패배감에서 오는 우울증이 수많은 싱글맘들을 괴롭히고 있다.

싱글맘들은 일가나 친척 친구, 사회로부터 자기들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한없는 자괴감에

빠져들다가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사회부적응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것은 갑자기 떠맡겨진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사회가 싱글맘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안겨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대학 최초로 사회복지관을 설립한 이화여자대학교가 운영하는 성산종합복지관을 비롯해 곳곳에 한부모 가정의 자립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프로그램과 홍보를 필요로 한다.

 

한부모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싱글맘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언젠가는 한 부모가 되어 있을 것이고 자식들은 한 명의 빈자리, 결국에는 부모의 빈자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싱글맘 아이들은 그 빈자리를 조금 일찍 경험하는 것일 뿐이다. 먼저 엄마가 자신감을 되찾고 한부모 가정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에 자녀와 함께 적극 동참하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삶의 방향이 정해지고 길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앉아서 한탄만 한다든지 과거만 곱씹고 살면 절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되찾는 첫걸음은 현재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싱글맘들이여,

이제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자. 그리고 '이게 바로 나야.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라고  속삭여 주자. 그러면 자기 안에서 샘솟아 오르는  자신감이 물결이 당신을 감싸 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회가  손잡고 함께 가야

 

싱글맘이 겪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 싱글맘의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이유는 싱글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의 부재에 있다. 그저 생계비를 조금 지원해주는 것은 의존도를 높이고 싱글맘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만 할 뿐이다. 현실적인 직업교육과 창업지원, 주택, 의료, 교육 분야 지원 등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싱글맘의 대부분이 빈곤의 악순환에 허덕이는 것은 낮은 교육 수준, 현실성 없는 직업 훈련, 안정되지 않은 일자리 등 삼중고가 가져다 준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그것은 싱글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 전반의 문제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몸이 아파도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까지 생존의 현장에 매달려 했던, 기절을 해서야 119로 실려갔다는 어느 싱글맘의 현실은 사회가  보이지 않는 폭력을 힘없는 싱글맘에게 행사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

 

몇 푼의 생계비 보조 차원을 넘어  이제 그들의 어깨에 진 무거운 짐을 사회가 나누어지고

따뜻하게 손 내밀어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 그래도 괜찮아/빅맘스클럽/여성신문사/9,800원


우리 그래도 괜찮아 - 씩씩한 싱글맘들의 신나는 고군 분투기

빅맘스클럽 지음, 이화여자대학교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엮음, 여성신문사(2008)


태그:#싱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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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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