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남 영암읍의 월출산은 해발 809m의 바위산이다.
▲ 바위산, 월출산 전남 영암읍의 월출산은 해발 809m의 바위산이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놀토 24일 아침, 오랜만에 나선 등산길이다. 일기예보로는 비가 올 것이라고는 하지만 큰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전라도에서도 비가 올지 말지 여기서는 모르는 일이 아닌가. 더구나 오늘은 지난해 성혼한 딸아이의 성혼 후 처음 맞는 생일로 시부모들이 며늘네 집에 온다고도 한다. 핑계거리로는 충분하지만 너무도 결석을 많이 한 뒤끝이라 미안한 마음에  등산길에 동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발 예정인 7시 반을 넘겨서 지하철 교대역을 나왔다. 눈알을 굴리면서 차를 찾고 있는 데 어디서 고함 지르는 소리가 났다. 주차도 정차도 못하고 길 가운데서 문을 열고서 손짓을 하지 않는가. 15인승 봉고차는 빈자리가 없었다. 정원을 넘겨서 손님을 싣고 떠나야 할 형편이 되었다.

선전에 선전을 권유에 권유를 거듭해서 모신 손님인데 이제 모시고 갈 수 없다고 내팽개칠 수 없게 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진다. 조금 떨어진 찻길에서 차를 기다리던 B씨와 그의 친구는 굳이 사양을 해 봉고버스는 15명 빈 자리하나 없이 만차로 영암 월출산을 향하여 달음박질을 시작하였다.

천황사터 앞 주차장에서 월출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했다.
▲ 등산의 출발점 천황사터 앞 주차장에서 월출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했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전남 영암군 강진읍과 성전면의 경계에 자리잡은 높이 809m의 월출산에 도착했을 때 시계 바늘은 정오를 넘어 섰다. 먼저 점심을 먹고 등산을 시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배가 부르면 산에 올라가기 힘들다는 의견에 밀려 등산을 시작했다. 부산에서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모바일을 타고 흘러들었지만 영암에서는 우산을 펴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안개비였다.

삼국시대에는 달이 난다고 해서 월나산, 고려시대에는 월생산, 조선 시대에 와서 월출산이 되었고 한다. 시대를 따라서 이름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공통으로 달과 관계가 깊다. 출발점인 주차장 길가에는 월출산을 노래한 시화가 펼침막으로 내걸려 있었다. 시 한편 한편을 읽을 시간은 없어 그 시 속에 달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만 인터넷을 통한 자료 속에 달은 없었다. 월출산의 참맛은 천황봉에 내걸린 달이 제격일 테지만 월출산에서 밤을 보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놓은 구름다리, 월출산의 명물이다.
▲ 월출산 구름다리 천길 낭떠러지 위에 놓은 구름다리, 월출산의 명물이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치마는 여자를 덮는다. 환갑을 넘긴 윤 교사(말하자면 할머니가 되는가). 치마가 최고의 등산복이라며 등산복으로 치마를 보급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모두들 치마 입고 등산하는 사람은 처음이란다. 졸지에 '치매'라 별명이 되었다. '치마'는 경상도 사투리로는 '치매'다. 그렇지만 윤 교사의 머리는 초롱초롱하기만 하다. 산을 오르내리며 차 속에서도 내내 인기를 독차지했다. 자칭 여수의 홍보대사가 되어 흥덕식당에서 밥 먹고 황소나이트에서 춤추고 럭셔리 모텔에서 잠자는 것이 최고의 재미란다.

등산 코스는 주차장에서 천황사, 구름다리, 통천문, 천황봉, 바람재, 베틀굴, 구정봉, 마애여래상, 마왕재, 도갑사로 예정했다. 하지만 6시간이나 되는 산길을 가기는 버겁다는 의견으로 천황봉에서 경포대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하지만 길을 잘 모르는 선발대가 끄는 대로 가다가 보니 올라간 그길로 다시 내려오게 되었다.

구름에 가려 앞이 안보일 지경이었다.
▲ 월출산 구름다리 구름에 가려 앞이 안보일 지경이었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눈앞에 전개되는 절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월출산을 두고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 누구는 월출산을 놔두고 금강산은 뭣하러 가느냐며 금강산보다 더 빼어난 산이라고도 한다.

산을 올라갈 적에는 안개 속에 파묻혀 경치를 볼 수 없었는데 내려올 적에는 안개가 말끔히 벗겨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올라갈 적에는 안개 속에 묻혔던 경치가 내려올 적에 비로소 보게 되어 좋았다. 몇 해 전 겨울에 금강산을 갔는데 온통 눈 속에 파묻힌 금강산을 보고 와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우산을 받쳐들고 힘든 등산길이다.
▲ 우산을 받쳐들고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우산을 받쳐들고 힘든 등산길이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오늘 월출산 등산은 하산길에서라도 이렇게 그 모습을 보게 되니 좋다. 달력이나 경치 사진을 통해서만 보아왔던 천길 낭떠러지 위의 구름다리도 좋았지만 육형제봉 바위산의 장관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월출산은 수많은 산 속에 달덩이처럼 빛을 내고 있다. 나 언젠가 다시 월출산을 찾아 천황산 높은 봉우리에 두둥실 뜬 달을 보고 싶다.  

이 작은 바위틈을 지나서 천황봉에 이른다. 하늘로 가는 통천문이다.
▲ 통천문 이 작은 바위틈을 지나서 천황봉에 이른다. 하늘로 가는 통천문이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이다. 고대에서부터 이 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 천황봉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이다. 고대에서부터 이 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내려오는 길은 다행하게도 구름이 걷혀 월출산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다.
▲ 구름속의 월출산 내려오는 길은 다행하게도 구름이 걷혀 월출산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큰 바위 얼굴의 육형제, 정답게 월출산을 지키고 있다.
▲ 월출산 육형제봉 큰 바위 얼굴의 육형제, 정답게 월출산을 지키고 있다.
ⓒ 정근영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지난 5월 24일, 넷째 토요일. 두류산악회에서는 15명의 회원이 8시경, 부산 교대옆 앞 한양프라자 앞에서 출발하여 월출산으로 갔습니다. 월출산에 도착했을 적에는 정오쯤이었고 등산을 끝내고 부산의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었습니다.



태그:#월출산 천황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