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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은 울릉도에서 가장 큰 어업항구이다. 개척당시에는 모시를 많이 재배했다고 해서 모시개라는 지명으로도 불린다.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한 일출과 오징어배가 떠 있는 밤바다 풍경은 저동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날씨의 변화가 심한 울릉도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 날씨가 잔뜩 흐리고 빗방울까지 떨어질 태세다. 그래도 나는 행여나 일출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혼자서 저동항으로 갔다. 사실 난 울릉도에 올 때 멋진 일출 일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보겠다는 기대를 잔뜩 했었다. 그러나 나의 이런 기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 날도 일출장면을 보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가두봉등대까지는 차를 타고 가고, 거기서부터 걸어서 태하까지 갈 예정이다. 아침식사는 도동으로 나가서 홍합밥을 먹었다. 울릉도 홍합은 크기가 작고 쫄깃쫄깃하다. 돌솥에 지어진 홍합밥을 양념간장에 비벼 먹었다. 맛은 있었다. 그러나 식당 분위기는 아무래도 상업지구 냄새가 난다. 

 

택시를 타고 가두봉등대에 도착하니 오전10시다. 비취빛의 투명한 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 다양한 모습의 검은 바위들과 부딪히는 파도소리, 몽돌해변 그리고 날아다니는 갈매기떼. 해안도로는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통구미에 들어서니 거대한 거북바위가 보이고 해안도로와 윗통구미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윗통구미를 지나 남양으로 가는 길은 포장도로지만 인적이 거의 없어 한적한 산길을 걷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새들이 참 많다. 다양한 색깔의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새소리에 저절로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통구미에서 남양으로 가는 길에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깎아지른 산비탈에 일구어놓은 밭들 이다. 워낙 경사가 급해 밭 한가운데 모노레일을 깔고 그것을 타고 다니며 농사를 짓는다.

 

 

고개마루를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는데, 풀밭에 염소 너댓 마리가 풀을 뜯고 있고, 그 옆에 집이 한 채 있었다.

 

노인 부부가 사는 집인데 금방 트럭에서 산 꽁치를 다듬고 계셨다. 그 집에 들러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가 모노레일을 탈 때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한번 태워주마 하시며 우리 부부를 흔쾌히 한 바퀴 태워주셨다. 놀이동산의 그 어떤 기구보다도 흥미로웠다. 모노레일은 천천히 밭을 한 바퀴 돌았는데, 생각보다는 안전했고 가파른 곳도 잘 올라갔다. 350㎏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 때부터 100년 정도 울릉도에서 살고 있고, 아들은 포항제철(현재 포스코)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너무 평화롭다고 하니 "여기서는 나라법도 다 필요없고 두 사람 법만 있으면 돼" 하면서 옆에 있는 할머니를 가리키신다.  바로 노자가 말한 소국과민이라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양에 도착하니 점심때다.  태양식당에서 따개비칼국수를 먹었다. 따개비 크기가 크고 쫄깃쫄깃한데, 칼국수에 따개비와 미역이 들어가 있다. 울릉도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많아 여행이 정말 즐겁다.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할 당시 우해왕과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투구봉과 사자바위를 지나 구암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하여 태하령고개에 들어섰다.

 

해안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이 길로 차가 다녔으나 해안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전혀 차와 사람의 통행이 없는 도로가 되었고, 우리도 태하에 도착할 때까지 이 길에서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태하령길은 특히 고갯마루가 가까워지면서 숲이 더욱 울창해져서 어두컴컴했고, 수령이 오래된 너도밤나무가 많았다.

 

우산 8경 중 으뜸이 태하낙조인데 오늘도 날이 쾌청하지 않아 낙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거의 해질 녘에 숙소인 동백장에 짐을 풀었다. 갈매기들도 방조제에 깃을 접고 무리지어 앉아있고, 파도소리와 몽돌 쓸려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밤이 깊어갔다.

 

덧붙이는 글 | 지난 5월 5일부터 11일까지 울릉도 여행 기록입니다.


태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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