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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보이지 않던 쥐새끼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쥐새끼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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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쥐새끼들이 다시 나타나기 했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사랑방 천장에서부터 바스락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밤은 아주 큰 놈인 듯싶었습니다. 소리가 달랐습니다. 천장을 탕탕 쳐봐도 소용없었습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국민들의 함성을 한쪽 귀로 흘려 보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처럼 말입니다

"이 눔의 쥐새끼들!"

천장을 툭툭 치거나 큰소리치면 쥐죽은 듯 가만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침묵하고 있으면 살판납니다. 지 놈들 세상 만난 듯 사랑방 천장 여기저기서 우당탕거립니다. 그렇게 지난 겨울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쥐새끼들이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야옹이가 사라지자 대대적인 쥐들의 '습격'

지난해 늦가을이었습니다. 벼수확을 마치고 사랑방 마루에 30kg 짜리 볏 가마 열댓 개를 쌓아 놓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볏 가마에 온통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구멍 난 볏 가마 주변에는 나락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습니다. 쥐새끼들의 소행이 분명했습니다. 우리 집 고양이 '야옹이'가 집을 나간 뒤로 쥐들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낮에도 감시를 소홀히 하면 어느새 쥐새끼들이 볏 가마 사이로 침투해 들어와 나락들을 약탈해 갔습니다. 가끔씩 부엌에 들어와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야옹이가 그리웠습니다. 사실 쥐새끼들을 몰아내는데 야옹이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야옹이가 있을 때는 그나마 쥐새끼들이 쉽게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야옹이가 사라지자 볏 가마를 쌓아 둔 지 하루 이틀 사이에 쥐새끼들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일손을 놓고 볏 가마 옆댕이에 착하니 달라붙어 고양이 노릇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어디 가서 고양이를 구해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쥐새끼들에게 갉아 먹힌 볏가마.
 쥐새끼들에게 갉아 먹힌 볏가마.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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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찍이를 사와야겠어."
"그것두 소용읎을 걸, 어떻게 이 너른 면적을 다 막을 수 있겠어. 작은 구멍만 있어도 파고 드는 놈들인디…."

결국 아내가 궁여지책으로 볏 가마 주변에 '찍찍이'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찍찍이도 소용없었습니다. 오랫동안 '고양이 눈치 밥'으로 단련된 쥐새끼들인지라 아주 용의주도했습니다. 찍찍이를 용케도 피해 다녔습니다. 간혹 찍찍이에 쥐 털만 남길 뿐이었습니다.

사흘째,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볏 가마들을 사랑방 처마 밑에 딸린 작업실(바닥에 보일러나 온돌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여름에만 원고 쓰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겨울에는 비워두고 있다)로 옮겼습니다. 두 평도 채 안 되는 작은 작업실은 사랑방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쥐새끼들의 습격에 끄떡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도 소용없었습니다. 하루 밤 사이에 작업실 바닥은 온통 볏 가마에서 쏟아져 나온 나락들 투성이였습니다.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이 새끼들이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지…."

작업실 구석구석을 이 잡듯이 훑었습니다. 작업실 벽 한쪽 면에 컴퓨터를 놓기 위해 나무판을 설치해 놓았는데 바로 그 밑구멍으로 침투해 들어왔던 것입니다. 흙벽 틈새에 구멍을 파고 그리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쥐새끼들에게 침투당한 흙벽 구멍에 찍찍이를 대고 판때기로 막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습니다. 며칠 뒤 판때기 바로 옆에 다시 쥐구멍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거 참, 환장하것네."

탄식만 나왔습니다. 그때 마침 동양화를 그리는 상성규 선생이 찾아와 내 하소연을 듣고 쥐약을 한 봉다리 사왔습니다. 상 선생 역시 쥐새끼들 극성에 견디지 못해 그 쥐약을 놓았는데 그 후로 쥐새끼들이 찍 소리도 내질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쥐약 먹은 쥐새끼들이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질 않을까유? 여기저기 죽어 나자빠지고 끔찍하잖유."
"한번 놔 봐요, 그런 일 없으니께."

상 선생 말대로였습니다. 쥐들이 다니는 길목, 여기저기에 쥐약을 뿌려 놓았는데 그 다음날부터 거짓말처럼 쥐들이 사라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한동안 눈 씻고 찾아 봐도 쥐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 전 부터 다시 활개치기 시작했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우연찮게도 우리 집에 다시 쥐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전쟁광 부시를 만나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 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던 바로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 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갔다가 팻말에 '쥐 명박'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빗댄 문구였습니다. 쥐는 무엇인가를 갉아 먹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해 국민들의 건강을 갉아 먹으려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었습니다. 

쥐는 양식을 갉아 먹지만 광우병은 사람을 뇌를 갉아 먹습니다. 광우병에 노출되어 있는 소들이 뭔 죄가 있겠습니까? 광우병은 먹어도 먹어도 배부를 줄 모르는 아귀같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광우병 보다 더 위험한 것은 광우병을 발생시키고 그걸 들여와 자국민에게 먹이겠다는 인간들의 뇌입니다.

내 집에만 쥐가 사는 게 아니었네

내친김에 쥐들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 볼까 합니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쥐 잡는 날'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만큼 징그럽게 쥐들이 많았습니다. 어디 쥐들뿐이겠습니까. 국민들을 착취하고 억압하여 배를 불리던 친일매국노들 또한 쥐새끼들만큼이나 우글우글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쥐약을 나눠 주고 쥐꼬리를 잘라 오라고 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쥐꼬리 대신 아궁이 재를 바른 오징어 다리를 땅바닥 놓고 발로 비벼 쥐꼬리라 속여 제출하다가 선생님한테 된통 얻어터지기도 했습니다.

쥐약 먹은 동네 개들이 속이 뒤틀려 미친 듯이 날뛰다가 아궁이 속에 쳐박혀 죽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쥐약을 많이 놓았습니다. 하지만 쥐새끼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다녔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독재 정권때도 쥐새끼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쥐들이 얼마나 많았냐 하면 방안에서 잠자다가 동생이 쥐에게 코를 물렸을 정도였습니다.

가난한 우리 집의 그 쥐는 아마 훔쳐 먹을 만한 양식이 없자 잠든 동생의 콧물이라도 먹겠다고 달려들었던 모양입니다. 쥐가 어떻게 잠든 아이의 코를 물 수 있느냐, 믿기지 않는 얘기라 하겠지만 분명 사실입니다. 우리 형제들은 아직도 쥐 한데 코를 물린 동생 얘기를 합니다.

가난한 집안의 천장은 쥐들의 운동장이었고 집 곳곳은 쥐구멍 투성이었습니다. 부엌은 물론이고 방안에 까지 몰래 기어들어와 흔적을 남깁니다. 온 몸을 던져 민주화 운동을 하던 양심가들의 안방에 불쑥 불쑥 쳐들어와 군화발을 찍어 놓던 독재정권의 저들처럼 쥐새끼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다시 나타난 쥐새끼들, 임자 만났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이웃사촌 지원이와 승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이웃사촌 지원이와 승규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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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하던 그 쥐새끼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제 세상 만난 듯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쥐약을 놓았는데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쥐약에 면역성이 생긴 모양입니다. 쥐약을 구별할 줄 아는 모양입니다. 사람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 또한 쥐 잡는데 이력이 붙었습니다. 조만간 쥐들을 몰아내는 방안이 생길 것입니다.

쥐새끼들이 잠시 자취를 감췄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쥐새끼들의 실체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쥐새끼들은 부자집에는 들어갈 구멍이 없어 주로 서민들의 양식을 노립니다.

제 배때기만 채우면 그만입니다. 전염병을 옮기고 다닙니다. 완전 박멸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쥐새끼들이 활개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잖습니까?

오늘도 쥐약을 놓고 광우병이 세상에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촛불문화제에 나가고자 합니다. 아울러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 것입니다.

집안 곳곳에 구멍을 뚫어 놓고 양식을 축내는 쥐새끼들처럼 대운하 건설은 대한민국 곳곳을 파헤쳐 자손대대로 누려야 할 대자연의 양식을 송두리째 갉아 먹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쥐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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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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