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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하려면 평소부터 자녀와 소통을

얼마 전부터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남편을 제치고 남자 아이 성교육을 떠맡게 된 것은 평소 큰애와 많은 대화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큰애는 시시콜콜 내게 묻는 것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되도록이면 응답해 주려 애썼고 때론 다른 질문을 유도하면서 사고의 확장을 기대하기도 했다.

즉, 평소부터 꾸준히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소통을 하고 있어야 그 연장선상에서 성교육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런 사전 교감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성교육을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성교육을 마음먹은 부모는 성교육 이전에 자녀와 언제든지 친구 같은 느낌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텃밭을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아무튼, 남녀의 '합체'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된 녀석은 하나의 호기심이 해결되자 또 다른 호기심이 생기는지 예전에 없던 성에 대한 질문들이 마구 쏟아졌다.

"엄마, 난자에 제일 일등으로 도달하는 정자가 난자에 들어 갈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말야, 고추가 짧은 것보다 좀 길면 정자를 발사했을 때 난자에 보다 빨리 도착하게 되고, 그러면, 힘이 보다 덜 빠졌을 때 난자에 들어가니 그만큼 더 튼튼한 아이를 낳게 되는 게 아닐까?"
"글쎄…."
"아니, 정자들의 달리기로 볼 때 말야. 즉, 정자에게 있어 고추가 1cm쯤 더 길어서 그 만큼의 길이를 따고 들어간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 아니겠냐고?"
"글쎄, 니 말은 충분히 이해한다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고추의 길이에 상관없이 정자의 숫자만 많으면 괜찮은 것 같아. 보건 선생님도 정자의 숫자가 3억이 아닌 9000마리쯤으로 떨어지면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며?"
"그렇긴 해."

그런데, 몽정은 언제 해?

"그렇게 튼튼한 정자에 관심이 많다면 지금부터 식습관을 잘 들여. 과자, 아이스크림, 각종불량식품 다 정자에 해로워. 엄마가 먹으라는 나물, 김치, 된장 등 조상님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먹으면 튼튼한 정자 생산은 문제없어. 이 다음에 청년이 되면 술이야 가끔씩 먹어도 되겠지만 담배는 아예 시작을 말아야 돼."
"치이, 엄마는… 정자 핑계 대며 내한데 맛없는 음식 먹일라 카제. 내가 그 속셈 모를 줄 알고?"
"속셈도 있지만 사실이야."

"그런데 나는 '몽정'을 언제 해? 왜 몽정이라고 하는 거야? 그냥 정자를 내보낸다 하지."
"꿈 몽, 정자 정. 즉, 꿈꾸다 정자를 싼다고 해서 몽정이라고 하나봐. 엄마는 남자가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요새는 대략 초등 5, 6학년이 되면 처음으로 몽정을 한 대. 그러니까. 어느날, 니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팬티가 젖은 거야. 분명 오줌도 아닌 것이, 니 팬티를 젖게 했다면 그게 바로 간밤에 니가 자다가 정자를 생산한 것이야."
"그럼 어떻게 해?"
"어떡하긴. 엄마에게 알려야지. 엄마가 봐서 확실히 몽정이다 싶으면 첫 몽정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축하 격려금'과 니가 갖고 싶어 하는 것 하나 사 줄 테니, 반드시 알려라."
"정말이제? 두말하기 없기다?"

"걱정마라. 그렇다고 너무 일찍 기대하진 말고. 아직 3학년이니 한참 멀었다. 일단 알고나 있으라고. 때 되어 당황하지 말고."
"엄마, 내가 불가리스 같은 것을 몰래 부어서 몽정이라고 엄마를 속이면 속아 넘어갈까?"

"진정한 '싸나이'가 되는 첫 걸음을 속임수로 시작하면 곤란하지. 그리고 불가리스는 요구르트 향이 너무 나서 속아 넘어 갈수가 없다. 미리 경고하는데 잔머리 굴리지 마셔."
"알았어~~."

"그리고, 니가 만약 몽정을 하게 되면 그 팬티는 니가 손빨래해서 세탁기에 넣어. 그게 신사된 도리야."
"엄마는, 아들 팬티 빨아주는 게 뭐가 힘들어서..."

"니 정자는 니가 책임지라는 뜻도 있는 거야."
"알았어. 아무튼, 첫 몽정 때, 내가 원하는 '선물'과 '축하금' 준다는 말 꼭 지키길."
"걱정을 마라~~"


#성교육 #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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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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